대통령 사돈이라 수사도 ‘봐가면서’?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 승인 2008.04.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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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효성 비자금 사건 배당하고도 담당 검사 배정 안 해

 
효 성이 또다시 비자금 조성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2000년 일본 현지 법인의 수입 부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올려 2백억~3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효성은 불과 2년 전 1천5백억원대의 분식회계 사실을 고백해 면죄부를 받은 바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초 옛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효성 내부 제보자의 진술과 함께 관련 자료 일체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되어 있다.
효성은 경영진 일부가 현재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수사 중인 육군의 마일즈(교전훈련장비용역) 납품 비리 사건에도 연루되어 있어 검·경의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경찰은 조만간 이 사건도 검찰에 이첩할 예정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마일즈 사건을 송치하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배당하게 된다. 검찰이 두 사건을 한꺼번에 수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번 사건을 놓고 미적거리고 있는 데에 대해 석연치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사건이 알려진 시점 자체가 청렴위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지 두 달여가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도 최근 청렴위 사건과는 별개로 효성그룹의 이상한 자금 흐름을 여러 차례 검찰에 보고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아직까지 담당 검사조차 배정하지 않고 있다.

자료 넘겨받고도 두 달 동안 방치

때문에 검찰이 윗선의 눈치를 너무 보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현재 전경련 회장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이다. 그는 최근 대통령 방미 기간 중 재계 수장 자격으로 이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한 바 있다. 검찰로서는 앞뒤 안 가리고 수사를 벌였다가 자칫하면 효성은 물론이고 ‘기업 프랜들리’를 강조하며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도 누를 끼친다고 볼 여지가 있다.
효성의 내부 제보자가 검찰이 아닌 청렴위를 선택해 제보한 것도 그런 사정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다른 기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을 경우 수사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제보자가 이런 점을 감안해 사건 자체를 청렴위를 경유하도록 해 검찰의 자의적 판단을 불가능하게 하려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측은 현재 사건과 관련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수사팀 검사들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는 등 극도로 조심하는 눈치다. 당사자인 효성측은 “우리도 언론을 통해 사건을 전해 들었다”라고 말할 뿐 구체적인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그동안 검찰로부터 수사와 관련해 어떤 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성호 바른사회공헌포럼 공동대표는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을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변칙적인 세무 행위나 분식회계 등을 하지 않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전경련 수장이 오너로 있는 효성이 불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나타날 경우 향후 정부의 기업 정책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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