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 2라운드가 남아 있다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 승인 2008.04.2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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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변호인단과 법정 공방 기다려 연말 안에 확정 판결 국세청도 포탈한 세금 징수 위해 조사 중

 
삼 성 특검 ‘1라운드’를 마치는 종이 울렸다. 조준웅 특검팀은 지난 4월17일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10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의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초미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던 불법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 등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회장이 삼성의 전·현직 임원들의 이름으로 차명계좌 1천1백99개를 만들어 삼성생명 3백24만주를 보유하면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의 조세 포탈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가 추가된 것이 그나마 성과라면 성과일 것이다.
하지만 특검 수사 결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로 끝난 특검이었다는 지적부터 삼성에 면죄부를 씌워준 특검이었다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여곡절을 겪은 삼성 특검은 일단 끝났다. 그렇다고 해서 단칼에 두부 잘리듯 특검 정국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우선 특검팀과 삼성 변호인단의 법정 공방이 예정되어 있고, 이건희 회장의 조세 포탈에 대한 국세청의 세금 부과 수순이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을 고발했던 시민단체 등 ‘반(反) 삼성 진영’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삼성이 대다수 국민이 느끼고 있는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한 허탈감을 메울 수 있는 쇼킹한 쇄신안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로 끝났다” 시민단체 반발

특검팀이 이회장 등을 기소함에 따라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특검팀과 변호인단의 팽팽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회장의 지시로 에버랜드 전환사채(CB)가 헐값으로 발행되었고, 삼성SDS 신주 인수권부사채(BW)도 저가 발행되었다는 것이 특검팀의 결론이다. 하지만 이회장은 “기억이 없다”라고 전면 부인했기 때문에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여기에 이회장의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법원이 어떤 형을 선고할지 관심이다.
재판 속도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 수사 발표가 있던 4월17일 오후 이회장 등이 기소됨에 따라 법원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에 배당했다. 삼성 특검법에 따르면, 1심 재판부는 기소 이후 3개월 이내에 재판을 끝내야 하고 항소심과 상고심 재판 기한도 각각 2개월씩에 불과하다. 따라서 법원은 올해 안에 확정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검찰은 대검 오세인 대변인을 통해 “특검 수사로 모든 것이 종결되었다고 본다”라는 입장을 밝혀 삼성과 관련한 추가 수사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은 모든 의혹이 검찰 수사로 끝나야지 특검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해왔다. 그런데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온 마당에 검찰이 다시 나서서 특검 수사를 뒤집는다면 앞으로 국민이 검찰 수사를 믿겠는가. 그렇게 되면 계속해서 또 다른 특검이 나올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법적인 문제는 특검팀과 변호인단 간의 법정 공방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끝나면서 국세청도 분주해졌다. 특검팀이 이건희 회장을 조세 포탈, 증권거래법 위반,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삼성생명 지분의 16%가 이회장의 차명 지분이라고 밝혔다. 전략기획실이 삼성 임원들 명의로 관리한 자금 대부분(4조5천억원)을 이회장의 차명 자금으로 못 박은 것이다. 이 자금으로 차명계좌를 통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 주식을 사고팔아 남긴 차익은 5천6백43억원. 이회장은 이에 대한 양도소득세 1천1백28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이에 대해 “개인적인 탐욕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조세 포탈 범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측도 “이회장의 차명계좌 재산은 회사 경영권 보호를 목적으로 보유해온 것이며,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이 대부분이다”라고 해명했다.
특검은 아울러 이회장이 앞으로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부과될 세금 액수도 4천억원으로 확정했다. 조만간 이를 국세청에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가산세까지 더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세금 액수를 알 수 없으나 이회장은 최소한 5천억원 이상을 납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미 국세청은 지난 3월 중순쯤부터 삼성 특검 수사 결과를 대비해 ‘삼성 전담팀’을 꾸렸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전담팀은 한 달여 동안 특검 수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탈세 등과 관련된 사전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재판 속도와 마찬가지로 국세청 조사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철 변호사를 비롯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반(反) 삼성 진영에서는 특검 수사 결과를 ‘삼성 봐주기’로 단정 지었다. 그러면서 “재고발이나 항고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검이 끝나자마자 세인들의 이목이 삼성그룹으로 집중되었다. 특검 발표가 있던 지난 4월17일 삼성은 “특검 수사를 계기로 사회 각계 각층의 의견을 받아들여 쇄신안을 만들고 있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삼성이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이며, 자체적인 정화 능력이 어느 정도일지에 관심이 쏠렸다.

 

이건희 회장 퇴진설 등 쇄신 방향 주목

그러면서 삼성 쇄신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에 대한 구구한 관측들이 쏟아졌다. 그 가운데 이번 특검 수사로 이학수 부회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대거 기소된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 전략기획실의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적 교체뿐만 아니라 기능과 역할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은 매년 1월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해왔는데 올해는 특검 등으로 초비상 상태여서 미루어져왔다. 따라서 머지않아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전략기획실에 대한 인적 쇄신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삼성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특히 지주회사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특검 수사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우선은 현재의 지배구조를 정상화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다음에나 지주회사로 전환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이회장의 2선 퇴진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에서의 이회장 역할을 감안해보았을 때 당장 2선으로 퇴진할 가능성도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 카드는 초강력 쇄신안임에는 분명하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삼성 특검이 문을 닫았음에도 장외에서 벌어질 2라운드 역시 만만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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