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그리족’들은 뭘 가지고 노나
  • 봉성창 (경향게임스 기자) ()
  • 승인 2008.04.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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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P나 MP3 플레이어에서도 게임 가능 취향에 따라 기능 꼼꼼히 살핀 후 구입해야

 
차 안이나 지하철 안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손 위에 뭔가를 올려놓고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요즘은 ‘수그리족’이라고 부른다. 머리를 수그리고 있다는 뜻에서다. 이 수그리족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PSP, 닌텐도DS 등 휴대용 게임기뿐만 아니라 PMP, MP3 등도 간단한 게임을 지원하고 나설 정도다. 그러나 휴대용 게임기의 인기에는 여전히 못 미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대표적인 휴대용 게임기는 PSP(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와 닌텐도DS다. 우선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이하 SCEK)에서 판매하고 있는 PSP는 강력한 기기 성능을 바탕으로 PC 못지않은 3D 그래픽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UMD라고 불리는 광 저장 매체를 사용하는데, 한 장의 UMD에 약 1.4기가바이트가량의 용량을 담을 수 있어 스케일이 큰 대작 게임도 문제없이 구동할 수 있다.
특히 PSP는 게임 이외에 멀티미디어 기능에서도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별도 저장 장치인 메모리스틱을 구입하면, 음악이나 영화를 담아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 무선 랜 기능을 채용하고 있어 넷스팟과 같은 무선 랜 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멀티미디어 성능은 PSP, 게임은 닌텐도DS

SCEK(대표 이성욱)는 2008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별도 액세서리를 통해 지상파 DMB를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을 조만간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엔화의 강세로 지난 3월까지 17만8천원에 팔리던 것이 최근에는 19만8천원으로 가격이 2만원 상승했다.
반면 PSP의 경쟁 기기인 닌텐도DS는 지난 한 해에만 100만대 이상이 팔려나가며 휴대용 게임기 열풍을 주도했다. 누구나 즐길 수 있을 만큼 쉽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게임을 내세워 10대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닌텐도DS는 음악이나 영화 감상과 같은 멀티미디어 기능을 과감히 제거하고 터치스크린과 마이크를 채용해 기존 게임의 조작 방식을 과감히 탈피했다. 대표적인 타이틀이 ‘매일매일 DS 두뇌 단련 트레이닝’이다. 이 제품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중·장년층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다. 또한 ‘듣고 쓰고 친해지는 DS 영어 삼매경’ 역시 영어 교육 열풍을 타고 20~30대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특히 장동건·이나영 등 국내 톱스타를 앞세운 한국 닌텐도의 마케팅 전략은 업계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게임 인구를 성공적으로 확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산 휴대용 게임기들도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팔려나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휴대용 게임기 사업은 해당 기기에 지속적으로 게임을 개발해 공급해주는 협력사(써드파티)와 이를 유지하기 위한 자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비교적 영세한 국내업체들로서는 PSP나 닌텐도DS와 같은 세계적인 휴대용 게임기 메이커와 경쟁하기 위해 틈새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게임파크홀딩스(대표 이범선)에서 출시한 GP2X다. GP2X는 운영 체제 소스를 유저들에게 공개해 유저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구동시킬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과거 오락실이나 가정용 게임기에서 즐길 수 있었던 게임들을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구동시킬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게임을 즐기기 위해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아 젊은 층을 사로잡고 있다. 다만 이들 게임들은 아직까지 저작권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아 사용상 주의가 요구된다. 또 GP2X는 영어 단어를 손쉽게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카마스터’라는 프로그램을 어학 전문업체와 공동으로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게임을 공급해주는 협력사 문제를 해결한 국산 게임기도 있다. 엠피지오(대표 이상수)에서 개발한 ‘마이레이서’는 휴대전화용으로 개발되는 모바일 게임을 전문적으로 구동시켜주는 휴대용 게임기다.
최근 이동통신 3사를 통해 한 해에만 수백 종의 모바일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개발사인 엠피지오는 이같은 점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협력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또 ‘마이레이서’는 PC플래시 게임을 구동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인터넷 등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플래시게임을 내려받아 즐길 수도 있다.

마니아 중심으로 국산 휴대용 게임기도 각광

이들 국산 휴대용 게임기들은 중소기업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만큼 아직까지 시장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좀더 독특한 아이템을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지적이다.
휴대용 게임기가 주목받음에 따라 PMP나 동영상 재생 기능을 제공하는 MP3 플레이어들도 간단하게나마 게임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 기기는 테트리스와 같은 미니 게임을 탑재하거나, 고전 게임을 구동시켜주는 에뮬레이터(프로그램의 일종)를 탑재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 디지털큐브(대표 손국일)에서 내놓은 아이스테이션 V43이다. V43은 GP2X와 동일하게 오픈소스 정책을 채택해 언제든지 유저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USB를 통해 게임 전용 패드와 연결이 가능해 좀더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밖에도 아이뮤즈, 스카이라인, 비앤비코리아, 토마토, 플레조 등 중소기업에서 내놓은 대다수 MP3 플레이어들이 자체적으로 게임을 내장하고 있다.
음악이나 영화를 주로 즐기면서 틈틈이 기분을 전환할 겸 게임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전문 휴대용 게임기보다는 PMP를 선택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법이다. 최근 PMP는 수십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용량을 기본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데다, 화질이나 부가 기능 면에서 휴대용 게임기에 비해 장점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휴대용 게임기를 구입하기 전에 자신이 선호하는 콘텐츠 형태를 미리 파악해 이에 걸맞은 기능과 성능을 가진 기기를 구입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특히 올해 말쯤 와이브로(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탑재한 휴대용 온라인 게임 기기가 선보일 예정이어서 구입을 잠시 미루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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