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은 ‘근무 중’ 슐트 쇠다리 꺾을 격투왕은 누구냐
  •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8.04.2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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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 ‘최강’ 세미 슐트, 마크 헌터를 뒷발 차기로 1회 KO시켜 스피드 갖춘 바다 하리 “해볼 만”…피터 아츠도 재격돌 별러

 
지난 4월13일 세계 격투기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 K-1 세계 수퍼헤비급 챔피언인 네델란드의 세미 슐트가 마치 말이 뒷발 차기를 하듯 사모아 출신의 마크 헌터를 오른쪽 뒷발로 배를 걷어차 KO승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격투기계에서는 기량이 발전하는 것을 ‘진화한다’고 표현하는데 세미 슐트는 다른 선수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뒷발 차기 파워는 주먹보다 더 강하다는 하이킥이나 니킥보다 더 위력적이다. 일단 뒷발에 배를 맞으면 턱 하고 숨이 막히고, 다리에 힘이 빠져 저절로 매트에 쓰러지게 된다.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열린 ‘K-1 월드 그랑프리 2008 인 요코하마’ 슈퍼헤비급 타이틀 매치에서 세미 슐트는 3분 3라운드로 벌어진 경기에서 1라운드 종료 직전 순간적인 오른발 돌려차기로 헌터를 KO시키며 손쉽게 승리를 거두었다.
헌트는 키가 1백80cm에 불과하지만, 체중이 1백40kg에 육박하는 엄청난 맷집과 살인적인 돌주먹으로 ‘사모아의 괴인’이라 불린다. 그는 K-1 최고의 킥을 자랑하는 미르코 크로캅의 하이킥을 맞고도 일단 쓰러지기는 했지만 곧바로 일어나 투지를 보였던 선수다. 지금까지 헌트가 TKO패를 당한 적은 있지만 링 바닥에 누워버린 KO패를 당한 것은 세미 슐트에게 처음이다.
마크 헌터는 경기가 끝난 후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런데 마지막 발차기는 진짜 강했다. 보기라도 했으면 어떻게 막든지 피했을 텐데…. 보이지도 않았다. 뒤로 돌려 치는 펀치(백스핀 블로)인 줄 알았는데 발차기가 왔다”라고 말했다.
세미 슐트는 K-1 월드그랑프리를 3연패한 세계 최강의 K-1 선수다. 그리고 2001년 월드그랑프리 챔피언 마크 헌터, 레미 본야스키 등 그동안 챔피언을 지낸 선수를 모두 한 차례 이상 꺾어 명실 공히 세계 최강의 격투기 선수로 군림하고 있다.
세미 슐트는 키 2백12㎝에 체중 1백45㎏으로 최홍만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강의 하드웨어를 자랑한다. 그리고 나날이 진화하고 있어서 당분간 상대할 선수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미 슐트는 2004년에 종합 룰인 ‘프라이드 GP’ 대회에서 러시아 특수부대 소속인 세르게이 하리토노프 선수와의 경기에서 계속된 파운딩으로 인해 한쪽 눈이 실명 위기에 이를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졌었다. 그는 이 경기 이후 MMA에서 K-1으로 전향했다.

판정으로 이긴 적 있는 최홍만, 군복무 시작해

당시 세미 슐트가 세르게이 하리토노프에 패한 것은 그라운드 기술에서 약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격기만 허용되는 K-1 무대에서 세미 슐트를 이길 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이전에 세미 슐트를 판정으로 한 번 이겼던 최홍만, 4월13일 세미 슐트가 마크 헌터를 이기기 직전 레이 세포를 3차례 다운시킨 끝에 TKO로 물리쳤던 헤비급 세계 챔피언 바다 하리, 그리고 백전 노장 피터 아츠 등이 그와 견주어볼 만한 선수들이다.
지난 2006년 세미 슐트는 최홍만과의 경기에서 자기만의 특색을 보여주지 못한 채 시종일관 답답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그전까지는 웬만한 크기의 상대에게는 특유의 찍어내리는 공격이 통하였지만 맷집도 크고, 근성도 있는 데다가 자신보다 더 좋은 하드웨어를 가진 선수에게는 통하지 않았었다.
물론 현재의 슐트는 2년 전 최홍만과 싸울 당시보다 확실히 더 진화했다. 하지만 최홍만이 펀치를 끊어치는 등 조금만 더 복싱 기술을 늘리고, 조금 더 빨라진다면 슐트의 무한 독주를 막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최홍만은 2백18cm의 신장과 체력에다  슐트를 압도하는 힘을 지녔다. 그리고 이미 많은 강자와 싸워왔고, 지난 3년간 K-1에서 활동하면서 경험도 많이 쌓인 상태다.
슐트의 경기 방식은 먼 거리에서 앞차기와 잽으로 상대가 들어올 공간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서서히 상대를 압도해나가는 것이다. 상대가 턱을 맞추기 위해서 근거리로 들어오면 강한 니킥을 올린다. 설사 슐트의 안면으로 펀치를 뻗는다고 해도 워낙 타점이 높아 상대 선수의 입장에서는 중심이 흐트러지고 펀치의 위력이 감소한다.
그러나 최홍만은 다르다. 최홍만은 슐트보다 키가 6㎝ 더 크기 때문에 그동안 슐트가 상대 선수를 제압했던 기술들은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끊임없이 내밀던 앞차기도, 안정적인 거리에서 자신감 있게 내뻗던 잽도 자기보다 키가 큰 최홍만에게는 유익한 전법이 아니다. 최홍만의 펀치에 안면을 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세미 슐트는 최홍만과의 경기에서 시종일관 무게감 없는 잽과 로킥만 날렸다. 최홍만이 다른 선수와는 달리 세미 슐트의 안면에 쉽게 펀치를 뻗자 슐트는 적잖이 당황했고 경기 중반에는 등을 돌려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홍만은 4월21일 강원도 육군 제36보병사단 신병훈련소에 입소해 5월16일까지 4주간 훈련을 받은 후 공익요원으로 군복무를 시작해 당분간 K-1 선수로 활약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바다 하리는 비록 하드웨어(키 1백97㎝, 체중 105㎏)는 세미 슐트에 비해 떨어지지만 가공할 만한 펀치와 킥으로 레이 세포를 압도해서 관심을 모았다. 펀치에 관한 한 마크 헌터, 마이티 모와 함께 ‘K-1의 3대 강펀치’로 불리는 레이 세포가 바다 하리의 주먹에 속수무책으로  3차례 다운당한 끝에 1라운드를 넘기지 못하고 TKO패를 당했다.
당시 레이 세포는 “파괴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아마 K-1 무대에서 누구와 겨뤄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미 슐트와 맞서려면 많은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다 하리는 세미 슐트보다 하드웨어는 월등하게 떨어지지만 그 대신 스피드가 있고, 펀치 공격이 다양하고 강하다. 만약 세미 슐트의 살인적인 잽과 스트레이트를 피하고, 니킥만 방어할 수 있다면 해볼 만하다.
바다 하리도 “체격 조건은 상관없다. 세미 슐트와 슈퍼헤비급 타이틀을 걸고 싸우라고 해도 할 것이다. 내가 70kg이라고 해도 세미 슐트와 싸울 것이다. 나에게 체중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언제든지 붙여만 달라”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피터 아츠는 최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07년 K-1 월드 그랑프리 결승전은 모든 사람들에게 불만족스러웠다. 세미 슐트와 K-1 슈퍼헤비급 챔피언 벨트를 걸고 원매치로 붙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세미 슐트와 같은 네델란드 출신인 피터 아츠는 2007년 12월 K-1 월드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사와야시키 준이치, 레미 본야스키를 꺾고 결승에 진출해서 세미 슐트와 맞붙었다. 하지만 1라운드 초반 스텝을 잘못 밟으면서 오른쪽 무릎에 부상을 입어 몇 번 글러브를 맞대보지도 못한 채 지고 말았다.
피터 아츠는 지금까지 세미 슐트와 세 번 싸워 1승 2패의 전적을 기록하고 있다. 2006년 K-1 오클랜드 대회 슈퍼파이트에서는 판정으로 승리했지만, 2006년과 2007년 K-1 월드 그랑프리에서는 2년 연속 패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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