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정당 무너진 정치
  • 박명호 (동국대 교수· 정치학) ()
  • 승인 2008.04.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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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도 많고 탈도 많았던 18대 총선이 끝났다. 여야의 실력자가 줄줄이 낙선했고, 새로운 정치 스타가 등장했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은 ‘보수 우위’의 국회 의석 분포를 가져왔다. 지난 대선에 이어 ‘중도의 보수 선택’이 계속된 결과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의 ‘연장전’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의 정당 투표 득표율을 합하면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얻은 득표율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결국 2008년 총선 결과는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승리했던 상황과 정반대가 되었다. 이에 따라 탈(脫) 규제, 성장과 효율 중심의 정책방향 전환이 예상된다. 동시에 2008 총선은 ‘1992년 총선 이후 최다’ 무소속 당선자와 ‘역대 최다’ 여성 의원들을 탄생시켰다. 영남과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공천 탈락 무소속 출마자의 돌풍, 그리고 이에 따른 ‘중진 정치인의 화려한 부활’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17대 국회에 비해 18대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2008 총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정당 실종’이다. 창당 20일, 창당 2개월 전후의 ‘급조 정당’들이 많았지만 정당은 없었다. ‘공천 혁명’ ‘쇄신 공천’ ‘물갈이 공천’을 외쳤지만 우선 주요 정당의 공천은 당원도 정당도 없이 이루어졌다. 당의 공직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 당원의 의사는 반영되지 못했다. 최근 뒤늦게 법석을 떨고 있는 비례대표 공천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사실, 같은 정당의 후보라고 하더라도 지역구 후보는 후보에 따라 개인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의 정체성과 거리가 있는 후보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비례대표 후보는 성격이 다르다. 유권자들이 후보가 아닌 정당에 투표를 하고 이에 따라 당선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례대표 후보 공천은 더욱더 정당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계기로 활용되었어야 한다. 비례대표 후보 공천이 당 운영비 모금과 측근 챙기기의 도구는 더 이상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또 한 번 한국 정치에서 정당은 없었다.

정당 성격 보여주지 못한 비례대표 공천

사실 2008 총선의 ‘정당 실종’ 현상은 공천 과정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공천 과정이 철저하게 계파 간 권력 투쟁 방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공천 과정이 당내 세력 간 경쟁인 것은 맞다. 자신의 세력을 더욱 늘리고 상대 세력은 약화시키는 과정이 공천이다. 하지만 이는 ‘정치’의 부정적 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다. 정글과 같은 권력 투쟁으로서 정치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정치에는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긍정적 측면을 찾아내 극대화할 수 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긍정적 의미의 정치(positive politics)’란 생각과 상황이 서로 다른 개인이 의견을 조율해가는 과정이며, 개인의 개별성을 존중하면서 전체의 의견을 잘 모아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2008년 총선에서 정당은 실종되었다. 정당의 실종은    ‘정치의 실종’으로 이어졌다. 사라진 정당을 찾고 정치를 복원시키라는 것이 18대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이다. 특히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주문은 ‘승자 독식의 정치 행태’를 지양하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통합의 정치, 소통의 정치를 ‘당내부터’ 시작하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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