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공천’ 의혹에 부적절한 내부 거래까지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 승인 2008.04.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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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취재 / 친박연대 선거 홍보 맡은 회사에 서청원 대표 부인이 이사로 재직… 홍보물 인쇄•배달도 서대표 친인척이 담당

 
친 박연대의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양정례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막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공천 대가로 뒷돈이 오갔을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당 공식 계좌에 있는 돈 말고 다른 돈을 더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양정례 당선인이 1억100만원의 특별 당비를 냈고, 15억원을 당에 ‘빌려줬다’는 것이다. 기호 3번 김노식 당선인도 15억원을 당에 입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빌려줬다’라는 주장만 다를 뿐 애초 당 핵심 관계자들이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최소 30억원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친박연대측은 “광고·홍보비 등을 집행하기 위해 당 공식 계좌를 통해 이들로부터 돈을 빌렸다. 차용증도 썼다”라고 밝힌 바 있다. 친박연대측의 해명대로라면 비례대표로 당선한 양정례씨는 사실상 1억100만원을 내고 ‘기호 1번’을 받은 셈이다. 양당선인은 당에 기여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서청원 대표 등과 남다른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총선 기간에 몸을 던져 선거운동을 하지도 않았다. 애초 상징성으로 내세웠던 ‘박사모 여성회장’ 경력도 허위로 판명났다. ‘기호 1번’이 되어야 할 합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한 정치권 인사는 “1억100만원을 내고 생면부지의 인사가 당선이 확실한 기호 1번을 받았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돈은 공천 대가로 받은 것이다”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법에는 후보 공천과 관련해 금품, 재산상의 이익을 주고받거나 약속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반면 특별당비는 정당의 당규에만 규정되어 있으며 납부 사유와 납부액의 상한선도 정해져 있지 않다.
‘광고·홍보비를 지불하기 위해 돈을 빌렸다’라는 친박연대의 주장에는 따져볼 부분이 있다. 친박연대는 지난 3월24일쯤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EMW애드컴사(이하 E사)에 홍보 업무 일체를 맡겼다. 2004년 12월 창업해 광고대행·광고기획·인쇄 제작 등을 하는 이 회사의 등기부등본상 대표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사는 김 아무개씨로 되어 있으나 그는 일본인이다. 실제로 이 회사를 책임지는 사람은 따로 있다. 또 다른 김 아무개씨다. 등기부등본상에 그의 이름은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그가 이 회사의 사장 명함을 가지고 다니며 영업을 했다. E사의 한 직원도 “실질적으로 그가 일을 다 한다”라고 말했다. 친박연대 당사에 와 홍보 계약 업무를 처리한 이도 김씨다.
김씨의 존재 자체가 베일에 가려지면서 친박연대 주변에서는 “서대표의 사위라고 한다” “E사는 사실상 서대표의 사위 회사다”라는 등의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김씨는 서대표의 사위가 아니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서대표의 사위인 박 아무개씨와 절친한 친구 관계로 알고 있다. 그는 서대표와도 잘 아는 관계다”라고 말했다. 주목되는 것은 이 회사에 서대표의 부인인 이선화씨가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씨는 2007년 3월30일부터 이 회사의 이사를 맡고 있다. 이 때문에 E사가 단순한 홍보·광고 회사가 아니라 서대표와 남다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친박연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홍보·광고비가 상당히 부풀려졌다”라고 말했다. 친박연대는 선거관리위원회에 42억원가량의 선거 비용을 보전 청구했다. 중앙선관위 정치자금과 관계자는 “실사 결과 비용이 부풀려진 것이 확인되면 보전액이 줄어들 수 있고, 상한액인 44억원보다 2백분의 1 이상 초과 지출했으면 당선 무효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친박연대는 공보물 관련 비용으로만 9억원 가까운 돈을 보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은 6억원을 넘지 않는다. 애초 친박연대 공보물이 선관위 기준보다 약간 크게 제작되어 선관위 지적을 받아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비용이 더 늘어났다. 선관위 관계자는 “내용상의 문제는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홍보·광고 외상’ 합의했던 계약서 사라져

많고 많은 회사 가운데 E사가 홍보·광고를 맡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총선이 본격화하는 3월20일께 친박연대는 홍보·광고를 담당할 회사를 모집했다. 여러 회사들이 왔다. 선정 기준은 하나였다. “외상으로 해줄 수 있는가”였다. 이런 과정에서 E사가 선정되었다. 한 관계자는 “처음 왔을 때는 수준이 못 미치는 것 같아 떨어뜨렸는데 ‘외상’이 부각되면서 E사가 맡았다”라고 말했다. 당시 서대표는 “당선 안 되어도 내가 책임질 테니 마음껏 (홍보·광고를) 하라”라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친박연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3월24일쯤 당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00% 후불’ 조건의 계약서가 작성되었다. 얼마가 되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비용을 보전받은 뒤 돈을 지불한다는 조건이었다. 애초 E사가 만들어 온 계약서에는 건마다 친박연대가 계약금을 주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이 계약서는 사라졌다. 대신 ‘계약금 20억원을 준다’라는 내용의 새로운 계약서가 등장했다. 친박연대 핵심 관계자는 “처음 계약서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계약서 자체를 나중에 새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무언가 사연이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100% 후불’을 전제로 업체를 선정했는데 돈을 지급했고 그 회사가 서대표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의혹이 일고 있다. 계약서를 나중에 새로 만들었을 가능성에다 금액이 부풀려졌다는 증언마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00% 후불’과 광고·홍보비를 지불하기 위해 돈을 빌렸다”라는 주장은 맥락이 맞지 않다. 이 때문에 공천 대가로 돈을 받았는데 문제가 되자 ‘빌렸다’라는 이유를 붙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당시 서대표는 비밀리에 이미 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친박연대의 지지도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의석을 얻을 수 있을지를 예상하고 있던 상태였다. 시간이 문제일 뿐 충분히 돈을 보전받을 수 있다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E사는 홍보·광고 업무 가운데 선거공보물 제작 업무를 또 다른 E사에 맡겼다. 인쇄와 배송을 이 회사가 맡았다. 이 회사의 실질적인 책임자는 서 아무개씨다. 서대표와 이름이 흡사하다. 그는 이 회사의 이사다. 서이사는 “친박연대의 공보물 제작 업무를 맡게 된 경위를 알고 싶다”라는 질문에 “당에 물어보라”라고 말했다. “서대표와 친인척인 것으로 아는데 어떤 관계인가”라는 질문에는 “바쁘니까 전화하지 말라”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름과 문답을 나눈 정황, 친인척임을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서씨 또한 서대표의 친인척으로 보인다.

김노식 당선인, 1억원 입금 때 ‘차용증’ 언급 없어

 

“빌렸다”라는 주장에 의문이 드는 이유는 이외에도 또 있다. 애초에 의혹이 불거지자 양정례 당선인은 “1억100만원의 특별당비를 낸 것이 전부다”라고 말했다. 지금 제기된 ‘빌려준 15억원’을 말한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었다. 그러다가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고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그제야 “차입했다”라고 털어놓은 것이다. 떳떳이 빌린 돈이라면 이렇게 할 이유가 있었을까. 거기다가 비례 3번 김노식 당선인 또한 15억원을 당에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공교롭게 금액도 같다.
김당선인은 3월25일 오후 친박연대 통장에 1억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차용증을 받지 않았다. 그런 말조차 없었다. 당시 사정에 정통한 친박연대 관계자는 “돈을 받을 당시 회계책임자가 차용증을 쓰지 않았는데 누가, 언제 썼는지 의문이다. 차용한 것이 아니라 특별당비임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검찰도 돈과 관련한 김당선인의 역할과 자금 출처에 관심을 갖고 수사하고 있다. 김당선인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특별당비를 낼 수도 없고 내지도 않았다. 형편도 넉넉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김당선인은 다른 당에서 볼 수 없는 최고위원회의 ‘본부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다. 보통 다른 당은 사무총장이 돈을 관리하는데 지난 총선 때 친박연대는 김노식 최고위원과 노철래 사무부총장, 회계 책임자인 김 아무개 국장이 자금 관리를 책임졌다. 한마디로 ‘서청원 사람들’이다. 김철기 사무총장은 “검찰 조사에서 나는 내가 실세가 아니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었다”라고 말했다.
당이 거액의 차입금을 들여올 때는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논의하는 것이 상식인데 그런 절차도 없었다. 혹시 차입금을 들였다가 나중에 당의 부채로 남게 되면 그 뒷감당을 공동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박연대 내부에서 이번 사태가 표면화하기까지 ‘차입금’이라는 말은 낯설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번도 거론된 적이 없다. 양당선인의 모친 김순애씨가 30억원을 주고 아들 양 아무개씨를 비례대표 4번으로 자유선진당에 공천하려고 시도했던 점, 김씨가 친박연대 쪽에 접근하면서 한 지인에게 “얼마를 주어야 할까. 20억원은 너무 많으니 좀 깍아야겠다”라고 했던 점 등도 과연 이 돈이 ‘빌려준 돈’일까에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또 다른 친박연대 핵심 관계자는 “서대표가 하도 돈이 없다고 해 기호 4번과 6번을 받는 조건으로 20억원을 낼 사람을 두 명 확보해 수표까지 보여준 적이 있다. 돈을 내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거액을 빌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강조했다.
친박연대는 검찰 수사에 대해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검찰 또한 서대표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수사에 막바지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청원 대표의 운명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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