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탄 사장 더는 못 온다”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8.04.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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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노조,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 나서 … 친정부 성향 인물 선임 반대 운동도 펼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위원장 박승규)가 정연주 사장퇴진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KBS 노조는 지난 4월22일 ‘방송 구조 개편 등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가지며 최우선 과제로 정연주 사장 퇴진을 내세웠다. KBS노조는 정연주 사장의 시대적 역할과 사명은 종언을 고했다며 “방송 구조 개편 시기에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고 KBS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은 정사장 퇴진뿐이다”라고 천명했다. 비상대책위는 출범식 직후부터 KBS 전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정연주 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간부급 이상으로 구성된 KBS 공정방송노조도 하루 전인 21일, 조직을 정연주 사장 퇴진을 위한 비상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공정방송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자진 사퇴의 희망을 접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라고 천명했다. 정연주 사장은 퇴진 운동을 벌이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주어진 임기를 채우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정사장이 자발적으로 사퇴하지 않는 이상 억지로 끌어내리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KBS 노조와 공정방송노조의 주장이 KBS 조직원들의 지지를 받고 동력을 얻어 외부로까지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KBS 내부에서 정사장이 퇴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일치되지 않고 있다. 수신료 인상 문제,KBS 2TV와 MBC의 민영화 논란 등 미디어 개편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때에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에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래서인지 KBS 본관과 별관에 마련된 서명운동 장소도 분주하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KBS 노조와 다른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KBS 직능단체장들은 지난 4월21일 모임을 갖고 노조의 정사장 퇴진 운동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 모인 PD협회, 기자협회, 경영협회, 기술인협회 등 6개 KBS 직능 단체 대표들은 논의 끝에 협회 차원에서 노조를 지원하거나 반대하는 공식적인 의견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양승동 PD협회장은 “현 시점에서 정사장 퇴진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당분간은 이 문제에 대해 협회 차원의 공식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정사장 퇴진 운동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모양새다. 직능 단체가 적극 동참하지 않았다는 것은 노조의 움직임이 KBS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KBS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정사장 퇴진 운동에 전력 투구하기 전에 먼저 언론노조와 시민단체 등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KBS 노조가 정사장 퇴진 운동을 벌이면서 새로운 사장의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정치적 독립성, 방송에 대한 전문성, 공영방송 수장으로서의 도덕성을 갖춘 중립적 인물이다. 한 노조관계자는 그중에서 정치적독립성을 가장 앞에 내세우며 “노조 역사를 관통하는 절대 가치이자 공영방송이 시청자들을 위해 지켜야 할 의무”라고 주장했다. KBS 노조는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인사가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오는 것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KBS 노조의 이런 각오는 정연주 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반대 서명운동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에서알 수 있다.

YTN 차기 사장에 이대통령 측근 선임될 것이라는 소문에 긴장

하지만 정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반대를 동일선에서 거론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의 KBS 사장 선임 구조상정사장의 퇴진이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새로운 코드 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은 이전 정부에서 임명한 임기제 기관 단체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을 필두로 미디어판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는 현 정부에게 KBS 사장 퇴진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KBS 노조는 “이명박 정권이 조합의 요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코드·낙하산 사장을 임명한다면 조합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투쟁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신문들은 KBS 노조의 정사장 퇴진 운동을 크게 다루고 있다. 조선일보는 비상대책위 출범식 기사에서 정연주 사장을 규탄하는 퍼포먼스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KBS 노조는 출범식 행사에서 정사장 얼굴 모양을 한 탈을 쓰고 자신의 무능 경영, 정치적 편향성, 도덕성 결여 등에 대해 자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펼친 바 있다. 때문에 KBS 노조가 보수 언론에게 좋은 먹잇감을 던져준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KBS 노조는 “보수언론은 물론 우파 사회단체, 현 정권에 강력하게 경고한다. 정연주 사장이 물러날 경우 정권의 낙하산을 그 자리에 앉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는 어설픈 일장춘몽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사장의 퇴진운동이 친정부 성향의 새 사장이 선임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절대막겠다는 것이다.
표완수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YTN의 차기 사장 선임 과정과 결과가 정사장이 퇴임할 경우 차기 KBS 사장 선임의 선례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어 주목된다. YTN은 한전KDN과 KT&G, 한국마사회 등 정부 투자 기관과 공기업을 대주주로 두고 있다. 표완수 사장이 물러난 자리에이명박 대통령 측근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소문이 벌써부터 돌고 있다. YTN 노조는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한 정당한 절차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YTN에 낙하산 사장이 선임된다면 KBS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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