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해지려고 7억 썼다?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 승인 2008.05.02 13: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세청장 집무실 이전 구설…‘멀쩡한 청장실’ 헐고 유리벽 공사 등 진행

 
국세청이 한상률 국세청장의 집무실을 이전하면서 갖가지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세청은 한청장의 집무실을 본청 14층에서 12층으로 옮길 예정이다. 지난 4월5일부터 공사를 시작했으며 5월6일쯤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이전하는 청장 집무실은 한쪽 벽면을 외부에서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투명 유리로 교체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기업 임원실처럼 청장실의 내부를 훤히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투명 유리벽 아이디어는 한청장 자신이 지난해 11월30일 청장으로 취임하면서 처음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국세청 간부들은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루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만류했다. 새로 당선될 대통령이 한청장을 재신임하게 될지 아니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교체될지 모르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한청장을 유임시켰고, 한청장은 뒤늦게나마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집무실 이전 공사가 진행되면서 국세청 안팎에서는 공사비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갔다는 말이 무성했다. 정통한 소식통은 “집무실을 이전하고 인테리어를 다시 한다 해도 1억~2억원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집무실 공사와 이전 비용, 인테리어비 등으로 12억원의 예산이 책정되었다. 그런데 이것도 부족해서 3억원이 추가 편성되어 모두 15억원에 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건축 공사에 4억5천8백여 만원, 전기 공사 2억5천7백여 만원 등을 합쳐 7억1천5백여 만원이 들어갔다”라고 설명했다. 인테리어 비용이나 이전 비용 등에 대해서는 “인테리어비는 건축 공사 비용에 포함되었다”라고 밝혔다. 국세청 설명대로 7억여 원이 투입되었다 해도 그 역시 적은 액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세청 본청 건물은 지난 2003년 1월에 준공되어 불과 5년밖에 지나지 않아 ‘새 건물’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국민의 혈세로 투명 유리벽을 설치한다는 명분으로 ‘멀쩡한 청장실’을 헐어내고 새롭게 이전한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풍수 전문가 동원 소문도…직원들 “우리는 더 좁은 곳으로 가고…”

이와 함께 한청장이 새로 들어가게 될 집무실의 크기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국세청장 집무실은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위치한 본청 14층에 있다. 이곳에는 청장실을 비롯해 차장실, 기획조정관실, 운영지원과장실, 회의실 등이 있는데, 회의실만 남겨둔 채 모두 12층으로 이전한다. 12층에는 감사관실, 감사담당관실, 감찰담당관실, 윤리팀, 국제조사과, 운영지원과, 자료실 등이 있으며, 윤리팀만 남겨지고 나머지 모두는 14층으로 올라가게 된다. 12층과 14층에 있는 사무실이 대부분 자리를 바꾸는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14층과 12층의 면적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국세청 건물은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면적이 작아지는 합각지붕 형상이다. 따라서 14층 면적은 1천1백5㎡(약 3백35평) 정도인 데 비해 12층은 1천6백83㎡ (약 5백10평) 규모로 더 넓다. 청장실이 새로 옮겨갈 12층이 14층보다 5백78㎡(약 1백75평) 정도 더 넓은 셈이다. 이에 청장 집무실도 더 넓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국세청은 이와 관련해 “새로 이전할 12층의 청장실 규모는 14층에 있을 때와 동일하다”라고 주장했다. ‘집무실이 동일한지를 확인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요청에는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혀, 실제 동일한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청장을 비롯한 몇몇 간부들이 더 넓은 공간을 사용하게 되고, 직원들이 더 협소한 곳으로 옮겨가게 된 것에 대해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런저런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국세청 본청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청장 등은 더 넓은 곳으로 이전하는데 직원들은 더 좁은 곳으로 내몰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라며 못마땅해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청장 집무실을 이전하는 과정에 유명한 풍수지리 전문가도 동원되었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청장 집무실을 12층으로 이전하면 길운(吉運)이 퍼질 것이라는 풍수지리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집무실을 이전하게 되었다는 소문이다. 앞서 언급한 소식통은 “청장 집무실의 책상은 현재 동쪽을 바라보도록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역술인은 ‘집무실을 12층으로 옮길 경우 책상 위치를 북쪽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이같은 각종 구설에도 불구하고 굳이 청장실을 이전하려고 하는 까닭은 뭘까.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청장 집무실을 투명 유리벽으로 교체함으로써 투명한 세무 행정을 펼치겠다는 청장님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유리벽을 만들려고 했는데 14층 벽은 강화 벽이어서 허물기가 쉽지 않아 12층으로 옮긴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