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최대로 올려 베이징 ‘금’ 물살 가를 것”
  •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8.05.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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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민상 국가대표 수영 감독 인터뷰 / “박태환, 스포츠 과학 덕 많이 봐”

 
노민상 국가대표 수영 감독은 양손에 떡을 들고 있다. 오른손에는 남자수영의 간판 박태환(단국대) 선수, 왼손에는 여자수영의 대들보 정슬기(연세대) 선수가 있다.

노감독은 내심 두 선수에게 ‘올림픽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수영은 이제까지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여러 개 따보았고, 지난해 3월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때는 박태환이 금메달(자유형 4백m), 동메달(자유형 2백m)까지 따보았지만 올림픽에서는 아직 메달을 만져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박태환 선수에게 금메달(자유형 4백m), 은메달(자유형 2백m) 그리고 동메달(자유형 1천5백m)을, 정슬기 선수에는 동메달(평영 2백m)을 각각 기대하고 있다.

만약 목표대로 이루어진다면 한국 수영 아니 한국 스포츠의 역사가 바뀌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올림픽 남자마라톤 금메달(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황영조), 월드컵 축구 4강(2002 한·일월드컵) 그리고 메이저리그 100승 돌파 (박찬호) 등 한국 스포츠 역사를 빛내줄 업적이 많았다. 그러나 기본 종목인 수영에서 올림픽 메달을 딴다는 것은 이들의 업적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민상 감독을 태릉선수촌에서 만나 박태환·정슬기 두 선수의 메달 획득 가능성을 알아보았다.


지난번 동아수영대회에서의 아시아 신기록으로 박태환 선수의 전망이 밝아졌다고 볼 수 있는가?
- 자신감이 생겼다. 자유형 4백m는 물론 2백m에서도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는데 특히 2백m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것이 더욱 고무적이었다.


이유는 무엇인가?
- 겨울 동안 스피드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했는데, 스피드를 요구하는 2백m에서 성과를 봤기 때문이다.


2백m와 4백m에서 박태환 선수의 라이벌은?

- 6월에 모든 것이 밝혀진다. 미국의 베이징올림픽 수영 대표선수 선발전이 6월에 있는데, 그 때 베이징올림픽에서 9관왕을 노리고 있다는 수영 천재 마이클 펠푸스가 어느 종목에 출전하느냐가 문제다. 만약 펠푸스가 자유형 4백m에도 출전한다면 라이벌이 또 한 명 생기는 것이다.
펠푸스의 기량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2백m는 태환이로서 좀 벅찬 종목이다. 하지만 4백m의 경우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도 해봤고, 태환이도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록 2008 시즌 랭킹이 호주의 그랜트 헤킷에 이어 2위에 머물러 있지만 자신이 있다.


1천5백m는?

- 이번 베이징올림픽 남자수영 자유형 스케줄이 태환이에게는 더 바랄 것 없이 좋게 짜여져 있다.
5월8~10일 자신의 주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형 4백m를 먼저 치르고, 2백m는 10일과 12일에 있다. 그리고 1천5백m는 5일 후에 치러진다. 따라서 주 종목인 4백m에서 대망의 금메달만 딴다면 2백m와 1천5백m는 정말 후회 없이 자신의 실력을 모두 발휘해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릴 수 있다.


지난해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때도 자유형 1천5백m는 예선 탈락하고 9위에 머물렀는데, 이번 올림픽에도 가능성이 없는가?
- 그렇지 않다. 앞서 말했지만 4백m와 2백m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후 1천5백m의 경우는 예선 없이 막바로 결승전을 치르기 때문에 부담없이 출전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정슬기 선수는 동아수영대회 평영 100m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 정슬기는 워낙 스피드가 떨어진다. 비록 동아수영대회 평영 100m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기는 했지만, 세계 기록과 4초나 떨어지고, 세계 랭킹도 20위권 밖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평영 2백m에서는 자신의 기록도 세우지 못했는데.
- 그래도 2분25초대면 세계적인 기록이다. 현재 평영 2백m 세계 톱클래스 기록이 2분21초대이고 2분23~24초대에 끊는 선수가 2~3명밖에 없다. 정슬기는 세계 4~5위권 실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슬기는 실전에 강하다.
만약 옆 레인에 세계 최고의 선수가 붙어준다면 도움이 된다. 정슬기가 그 선수를 끝까지 따라 붙다 보면 의외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슬기 선수에게도 경쟁력이 있다는 이 야기인가?
- 그렇다. 정슬기는 실전에 강한 선수다. 지구력과 끈기가 있기 때문에 만약 파이널에 진출해서 옆 레인에 자기보다 기록이 더 좋은 선수가 배치된다면 메달을 바라볼 수 있다.


정슬기 선수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 이제까지는 스피드 위주의 훈련을 해왔다. 앞으로는 2백m 내내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할 수 있는 지구력을 보강해야 한다.


박태환 선수는?
-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태환이에게는 갖가지 유혹이 많이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올림픽이 끝난 이후로 미루어놓고 오직 수영에만 집중해야 한다.
(이때 박성원 코치가 다가왔다.)


박코치는 평영 국가대표 출신인데, 정슬기 선수와 박태환 선수를 비교한다면?
- 정슬기 선수는 성실형이다. 오로지 수영밖에 모른다. 그리고 자존심도 강하다. ‘여자 박태환’으로 불리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정슬기는 정슬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박태환 선수는 머리가 비상하다. 아마 수영을 잘하는 이유 가운데 머리가 좋은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정슬기·박태환 두 선수 모두 베이징올림픽에서 자신이 목표로 하는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래도 두 선수의 단점을 지적한다면?
- 정슬기 선수는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50m 단위 스피드가 뒤떨어지다 보니 초반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따라붙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태환 선수는 너무 잘하는 것이 많다. 하다못해 족구까지 잘한다. 앞으로 적어도 올림픽이 열릴 때까지는 수영 하나만 잘했으면 좋겠다.
(다시 노민상 감독에게 물었다.)


노감독이 이같이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이 유는?
- 8할이 스포츠과학 덕분이다. 스포츠과학연구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나는 특히 생리학자인 송호선 박사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 이제 수영을 외국 코치가 와서 지도하던 시대는 지났다. 국내 지도자들도 스포츠과학을 이용해서 지도를 하면 충분히 세계적인 선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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