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터가 꽃뱀을 만났을 때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 승인 2008.05.0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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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인생들의 뒤늦은 사랑…아멜리에의 화려한 변신 눈길

영 화 마니아들 중에는 감독이나 배우 이름만 보고 영화를 보는 층들이 있다. 그 감독이나 그 배우가 나오는 영화라면 무조건 믿고 본다는 것이다. 그들 중에는 거장도 있지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같은 괴물도 있다. 그는 일부러 B급 영화를 만들어서 관객들을 조롱하는데 마니아들은 오히려 그런 그를 더 마음에 들어한다. 지금 우리가 명배우라고 꼽을 만한 스타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2001년 10월에 개봉한 영화 <아멜리에>는 우리에게 오드리 토투라는 새로운 스타 탄생을 보여주었다. 프랑스에서 8백만 관객을 동원했을 정도로 흥행에도 성공한 <아멜리에>는 당시 <렉스프레스>가 ‘기적, 두 시간 동안 가득 찬 행복’이라는 찬사를 보냈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화다. 하지만 오드리 토투가 없었다면 <아멜리에>도 없었을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우리에게 인상 깊게 남았다. 과일 가게 아저씨를 혼내주고 카페에서 담배를 파는 언니에게 남자를 연결시켜주는 아멜리에의 모습은 귀엽고 앙증맞기 이를 데 없었다. 그 깜찍하고 재기발랄한 오드리 토투가 다시 우리 곁에 왔다.

개구쟁이 아멜리에의 화려한 변신

<프라이스리스>는 돈 많은 남자를 찾아다니며 유혹하는 꽃뱀을 소재로 한 코미디물이다. 초특급 호텔을 배경으로 온갖 명품으로 도배를 한 꽃뱀이 겪는 에피소드를 피에르 살바도리 감독이 잘 버무렸다. 호텔에서 웨이터로 일하고 있는 장(게드 엘마레 분)은 저녁에는 호텔 바에서 바텐더로 일한다. 어느 날, 손님이 강제로 권한 술에 취해 소파에서 자고 있던 장을 꽃뱀 이렌느(오드리 토투 분)가 발견하고 그를 백만장자로 착각한다. 얼떨결에 부호가 된 장은 이렌느의 유혹에 넘어간 채 부호 흉내를 내다 들통난다. 결국 호텔을 떠나 베니스로 간 이렌느는 다시 부자를 찾아 여기저기 전화를 거는데, 불쑥 장이 나타난다.
이렌느에게 한눈에 반한 장. 그러나 빈털터리 웨이터가 눈에 찰 리 없는 이렌느는 다시 갑부를 만나 쇼핑에 열중한다. 웨이터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장에게 돈 많은 유한 마담이 접근한다. 같은 처지가 된 이렌느와 장은 몰래 만나며 ‘작업의 정석’을 주고받는다. 말끝을 흐려서 상대방의 궁금증을 자극하라는 식이다. 그러나 졸지에 제비가 된 장은 누가 웨이터를 부를 때마다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영화는 이렌느의 호들갑과 장의 어수룩한 제비 연기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준다.
7년 전에 보았던 오드리 토투가 많이 늙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매력은 여전하다. 하지만 <아멜리에>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지는 말기를 바란다. <프라이스리스>는 그저 웃자고 만든 코미디물이므로 오드리 토투가 주는 웃음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5월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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