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도 성과도 없이 자충수 두고 있다
  • 정리•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 ()
  • 승인 2008.05.0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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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5인이 진단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추락하는 이유’

ⓒ뉴시스

김형준 명지대 교수

지지도가 하락한다는 것은 지지 계층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수도권에서는 신지역주의가 나타났고 충청은 이회창, 영남은 박근혜, 호남은 민주당 구도가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도권에 근거하고 있는데 역대 선거에서 보듯 수도권은 이해관계로 묶인다. 뉴타운이나 경제 살리기로 묶였다.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약하고 핵심 지지층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을 때와 비슷하다. 이대통령이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합당하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경제 결과가 쉽게 안 나온다. 만족을 못 시키는 가운데 물가는 올라가고 있다. 지지층이 빠른 속도로 이탈하고 있다. 지지도가 하락한 제일 큰 원인이 이것이다.

ⓒ뉴시스


이대통령의 정치력 또한 기대한 만큼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그 핵심에 박근혜 전 대표가 있다. 선거연합을 깼기 때문이다. 동반자적 관계라고 했는데 흔들리면서 먼저 영남이 무너지고 뒤이어 수도권에 있는 영남이 무너지고 있다. 친박연대가 수도권에서도 표를 많이 얻은 것이 그 반증이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 통합 메시지가 묻혔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면서 서민과 중산층이 기대를 많이 했다. 또 40대 -중도- 화이트칼라- 서울이 핵심 지지층이었는데, 내각과 청와대의 인사 파동과 영어 몰입 교육 등을 거치며 많은 국민이 저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잘사는 사람들만을 위한 정부라는 논리가 먹혀들어갔다.

세 번째 이유는 노무현 정부에는 지향하는 가치와 방향성이 있었다. 분권, 균형 발전 등등이다. 방법은 서투르지만 방향이 있다면 민심이 빠르게 이반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정부는 방향이 없다. 모든 것이 실용인가. 남북 문제, 독도 문제 등도 너무 쉽게 실용이라는 것을 통해 방향성을 흔들어놓았다. 주춧돌이 없으니 민심이 이반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끌고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52개 물가를 관리하겠다고 했으면 최소한 그것에 대해서는 성과를 내야 한다. 체감할 수 있는 것을 해내야 한다. 박대표와의 관계도 회복해야 하고 정부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철학도 정립해야 한다. 또 청와대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무 기획과 홍보가 없다. 정무는 단순한 조정이 아니다. 메시지와 철학 등을 관리하고 기획하고 홍보하는 그런 기능이 복원되어야 한다. 이것이 안 되면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 정부는 레드존으로 가고 있다. 통치는 몰라도 정치가 너무 약하다. 민주화 시대에는 정치가 안 되면서 통치가 잘될 수 없다. 밀어붙이기는 안 된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맡아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통령이 앞으로 외국 나갈 일도 많을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같으면 안 돌아간다. 큰 문제다.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면 알아줄 것이라는 일 우월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무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 진보가 내세우는 것 중에서 투명과 책임 같은 가치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황태연 동국대 교수

객 관적인 환경이 나쁘다. 경제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없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임무를 가지고 출발했는데 해낼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럴 만한 능력이나 방책도 없는 것 같다. 이런 가운데 국내 물가는 급상승했다. 서민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위협하고 있는데 속수무책이다. 광우병·쇠고기 사태를 통해 농촌 문제만으로 여겨지던 것에 도시와 농촌이 함께 반대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정치적으로 위험한 국면이 초래되고 있다. 조류 독감 사태까지 겹쳐 속수무책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원인은 우선 주체적 능력이 시원찮다는 것이다. 대통령 자신이 CEO(최고경영자) 출신이라 테크노크라트적인 일은 잘해왔다. 전문 능력이다. 잘 만들고 잘 팔고, 내부적으로는 독재자이고 외부적으로는 소비자들을 조작의 대상으로 본다. CEO적인 관점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반 정치적인 것이다. 국민을 주권자로 보고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기능적으로 접근하니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다. 정치적 관점에서 주권자로 보는 능력이 없다. 대통령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국가 경영과 기업 경영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같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기업 경영은 주권자를 다루고 있지 않다. 국민은 주권자인데 자발적인 움직임이 있고 정당이나 사회단체 등이 경쟁하면서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한데 CEO에게는 정치력이라는 개념이 없다. 모순적인 요구를 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도출하는 것이 정치의 핵인데 그것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익 노무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대로 생각하고 쉽게 결정을 바꾸고 말 실수로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기만 옳다는 경향도 그렇다. 참모들도 우익 386이다. 국정 능력이 없는 초보자들이다.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없는 참모진이다. 이대통령이 ‘베스트 중 베스트’라고 했는데 벌써 세 명이 날아가고, 땅 투기를 하는 등 국가의 사회 지도층 인사로 살아온 사람이 없다. 상식적인 선에서 최소한의 도덕성도 없다.

인적 쇄신 갖고도 안 된다. 지금은 지식 정보 시대인데 그것을 감당할 세계관이 없다. 박정희 시대 때의 인식으로 사안에 대처하고 있다. 실제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사람들을 많이 동원했다. 총리부터 그렇다. 박정희 때를 모델로 한 회귀적인 보수 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대통령은 애초 중도 실용주의를 약속했는데 중도는 어디로 가버리고 실용만 이야기한다. 중도는 중간이 아니라 좌우를 폐기해버리겠다는 것이다. 정책마다 중도주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중도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바꿔야 한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만 사람을 찾지 말고 중도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천하에서 널리 구해 쇄신해야 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

정 치 패러다임이 5년 동안 크게 바뀌었다. 본질적인 변화가 생겼다. 정치 공학적인 변수나 구도의 위력이 과거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5년 동안 권위주의를 해체하는 작업을 했다. 정형화한 틀이 많이 깨졌다. 흐름이나 권력 관계를 예측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또 국민 개개인의 위상이 높아졌다. 자기 목소리를 낸다. 대중 심리의 역할이 엄청 커진 것이다. 또 경제 제일주의, 부자 마인드가 극대화되었다. 경제를 중심으로 정치를 본다. 지난 총선 때 투표율이 최저였다. 정치 무관심이 아니라 관심은 많은데 투표하지 않은 것이다. 정경 분리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세 가지 현상이 뭉뚱그려져 변수와 구도의 시대가 가고 대중 심리의 시대가 왔다.

2007년과 2008년 대중 심리는 두 가지다. 안정적인 경제 지도자를 원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불안정한 경제 지도자다. 국민은 안정감 있고 정정직·진중한 지도자를 원한다. 여전히 국민은 경제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 이대통령의 리더십에는 불안정성이 있다. 대운하 문제나 쇠고기 파동 등을 보면 옳고 그름을 떠나 대응 방식에서 불안정성이 있다. 참모 중 누군가가 진지하게 수렴하고 설명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만 보인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정교한 국민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이것이 안 되다 보니 유언비어와 괴담이 판친다.

지금은 무권위 시대다. 이 상황에서 국가 지도자가 다시 권위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면 권위주의가 도래할 수 있다. 이것이 권위주의의 악순환 이론이다. 역대 지도자들을 보면 본질이나 내용보다는 형식과 과정 때문에 실패한 경우가 많다.

이대통령은 본래의 경제 지도자 이미지로 돌아가야 한다. 정책을 점검해야 한다. 경제 지도자 이미지가 무너지면 존재 자체가 무너진다. 또 리더십의 안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가볍게 움직이면 안 된다.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진중하게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제일 중요하다. 역대 대통령들은 초기에 청와대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참모 조직이 아니라 국정의 컨트롤타워다. 의회와 시민단체, 국민 등을 상호 조율하고 조정하며 위기를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다. 집권 후반기에 가면 청와대의 중요성을 깨닫지만 그때는 늦다. 이미 관료 조직에 포위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삼각 체제가 버텨주어야 한다. 정책과 정무, 홍보다. ‘이명박 청와대’는 정책의 경우 토대가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정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무가 너무 취약하다. 특임장관을 만들면 갈등이 생긴다. 노하우가 있는 소수 정예 프로들을 정무 분야에 배치해야 한다. 홍보는 현재 없다. 청와대가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의 리더십 장·단점을 알면 많은 것이 풀릴 것이다.


윤경주 폴컴 대표

이 명박 정권이 탄생한 배경에는 경제 살리기에 대한 희구가 있었다. 가치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국민은 현실 과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다. 이 때문에 현 정권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과제와 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그러나 국제 경기는 후퇴하는 양상이다. 이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조기에 작동시켜 경기를 살리고자 했다. 그것 때문에 쇠고기 협상을 한 것이다. 나아진 것이 없이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쇠고기 파동까지 겹쳤다. 너무 빨리 왔다.

지난 총선 때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했다. 하지만 총선은 징벌·심판적인 성격이 아니었다. 국민이 심판을 유보하고 한나라당에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이다. 총선 이후 불거진 뉴타운과 쇠고기 문제는 성격이 같다. 한마디로 정부·여당이 사기를 친 것이다. 정부·여당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었다. 민심이 더 이상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신뢰의 위기에 봉착했다. 청와대가 위기라고 보지 않는 것이 더 위기다. 민주당이 부추겼다고 하는데 민주당은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3김 이후에 대통령 친위 세력이 지금처럼 많았던 적이 없다. 이명박계 현역 의원이 100명이 넘는다. 동교동·상도동 계는 이렇지 않았다. 힘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 내부에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직언할 수 있는 집단이나 개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쓴소리 하는 사람이 없다.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내용도 없다. 이 때문에 이 한계를 끝까지 안고 갈 수밖에 없다. 가치적인 선회를 할 수가 없다.

여권의 한계와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데 선거 때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인물 때문이다. 야권은 인물난을 겪고 있다. 확실한 서울시장·경기지사감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에는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춘 인물이 많다.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자기 갈 길을 가겠다고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길을 걸어갈 것이다. ‘노명박’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최근 사태에 대처하는 방식이 노무현 정권과 같다. 설명하고 납득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실체보다 국민이 느끼는 대로 결론이 나게 되어 있다. 경제를 살리라고 뽑았는데 그것을 못하면 존재 이유가 없다.


여권의 한 전략가

이 명박 정권은 심각한 위기에 들어섰다. 상당한 위기다. 민심 이반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 민심 이반이 워낙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YS)이나 김대중 대통령(DJ)은 지역 기반이 있었다. 무조건적인 지지층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지역 기반 대신 응집력이 강한 이념적인 지지 세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이처럼 충성스러운 지지층이 없다. 지난 대선 때 사람들은 경제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그와 결합했다.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빠르게 변한다. 출발부터가 취약한 정권이었다.

이런 이유에서 이명박 정권은 등장하면서부터 지지 기반을 확고히 하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거꾸로 갔다. 제일 심각한 것이 인사다. 겉으로 멀쩡해도 내출혈로 죽는 경우가 있듯이 정권에 심한 내상을 입히는 것이 인사다. 부도덕하게 부동산을 사들이고 엄청나게 부를 축적한 것 등은 많은 사람들을 실망하고 분노하게 했다. 지지 기반이 더 취약해졌다.

그런데 얼마 전 만난 정부 고위 인사는 상황을 정반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정권 초라서 그런지 비이성적인 흥분 상태에 있다. 정권 핵심부가 최근 상황을 야당 등이 흔든다는 시각에서 인식하면 더 흔들린다. 현 상태에서 더 이상 나빠지는 것을 멈추게 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반전을 모색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나 쇠고기 사태에 대처하는 것을 보면 갈팡질팡하는 것처럼 보인다. 꼼수를 쓰는 것처럼 비치는데 이렇게 하면 신뢰가 무너진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어 보인다. 일종의 난센스에 가깝다. 장관들의 해명도 명쾌하지 않고 TV에 나온 것을 보니 자기부터 확신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정책이든 국민의 다수 지지를 못 얻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대통령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나를 따르라’는 리더십을 설득의 리더십으로 바꿔야 한다.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 국정의 컨트롤타워가 있는가. 있다면 국무총리인가, 대통령 비서실장인가. 심각하게 진단해야 한다. 대통령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분석하고 결정할 수는 없다.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없다. 나타나는 것만 보면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취임 이후 했던 일들과 대통령 스스로에 대해 심각하고 냉정한 진단이 있어야 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분명 강경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나는 일 열심히 하는데 딴지를 건다’고 생각하고 적대감을 가지면 민심으로부터 멀어진다. 그럴수록 어려워진다. 국민의 심리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를 잃으면 무슨 말을 해도 안 믿는다. 자세나 능력 면에서 볼 때 현재의 팀 가지고는 못 끌고 갈 것 같다. 나라가 개인의 것인가. 쇄신이 필요하다. 대통령으로서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다. 이대통령에게 그런 배짱과 용기가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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