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을 조금 먹어야 주인에게 사랑받지
  • 심정택 (자동차산업 전문가) ()
  • 승인 2008.05.0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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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 맞아 연비 높은 차 각광 …현대 아반떼, ℓ당 21㎞로 소형차 부문 최고

유가가 배럴당 1백20달러 선을 넘나들면서 차량 운전자들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휘발유값이 조만간 1ℓ당 2천원 수준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요즘 운전자들에게 연비 높은 차가 관심을 끌고 있다. 연비는 주행 속도, 도로 주행 환경, 차체 무게, 운전 습관 등에 따라 제각각이다. 하지만 화석 연료인 석유의 가격이 고공 비행하는 추세가 계속되면서 현대인에게 연비 높은 차의 선택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들도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기후변화(Climate Change) 협약 준수 및 각국 정부의 강화된 에너지 법안 발효에 따라 연비 높은 차를 개발하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는 연초에 강화된 에너지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이 신 에너지 법안에는 승용차와 SUV의 연비를 2020년까지 현재보다 40% 강화된 35mpg(14.9km/ℓ)로 끌어올리도록 규제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기업평균연비(CAFE, 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기준은 1975년 제정된 이래 처음으로 대폭적인 기준 강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새로운 연비 기준은 단계적으로 시행되며 2011년형 모델부터 적용한다.

한국 정부는 2007년 12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책의 하나로 경차를 비롯한 고효율 차량의 보급 촉진을 위해 국내 자동차 연비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기로 하고 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올 8월부터 신 연비 등급제를 적용해 1등급 차에게는 고속도로 통행을 하거나 공영 주차장을 이용할 때 경차 수준의 혜택을 줄 계획이다.

신연비등급제에서는 차의 크기, 무게와 상관없이 공인 연비가 ℓ당 15km 이상인 차에만 1등급이 주어진다. 기존 등급제는 배기량에 따라 8개 군으로 나누고, 각 군내에서 1~5등급까지 매겼기 때문에 중·대형차도 1~2등급이 나올 수 있었다. 즉 ℓ당 20km를 가는 모닝이나 10km 정도 달릴 수 있는 제네시스가 같은 등급 판정을 받는 모순이 발생했다. 하지만 신연비등급제에서는 차 크기에 관계없이 1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ℓ당 15㎞ 이상을 달려야 하기에 연비 1등급 차에 붙는 혜택은 모두 소형차에 돌아가게 된다.

그렇다고 준중형급 이상의 차에서 연비 비교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이왕이면 같은 급에서는 연비가 더 좋은 차를 굴리는 것이 경제적이다.


GM대우, 내년 초 경차 비트 출시로 기아 모닝과 한판 승부

기존 등급제 기준으로는 1천6백㏄ 미만 소형차 부문에서는 현대차 아반테1.6VGT(경유 부문)가 ℓ당 21km를, 기아 모닝(가솔린 부문) 수동이 19.4km, 자동이 16.6km, 2천5백㏄ 미만 중형차급에서는 기아 로체 어드밴스 2.0VGT(경유 부문)가 17.3km, 기아 쎄라토 뷰티2.0골드(가솔린 부문)가 13.5km, 2천5백㏄ 이상 대형차급에서는 현대 제네시스 BH 330(가솔린)이 10km로 각각 수위를 차지했다. 경차 모닝의 경쟁차인 GM대우 마티즈는 16.6㎞다. 기아차 관계자는 “모닝이 마티즈에 비해 배기량이 큼에도 연비가 높은 것은 동일한 엔진 전자 분사장치를 채택했지만 메커니즘의 세분화로, 혼합 기체의 전체 분사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 모닝이라는 강적을 만나 고전 중인 GM대우는 내년 초 모닝과 같은 1천㏄급의 경차 모델 비트를 내놓을 예정이다. 비트는 최소한 모닝 수준의 연비를 실현할 것으로 보여 내년 초 모닝 2003년식과 비트의 연비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중에서는 혼다의 시빅 하이브리드가 ℓ당 23.2㎞로 단연 수위를 차지했다. 폭스바겐 골프2.0 TDI가 15.7km, 푸조407 HDi 2.0이12km로 다른 수입차에 비해 높은 연비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카는 아직은 가격 경쟁력에서 가솔린차에 비해 많이 뒤쳐진다. 1천3백40㏄급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국내 가격이 3천3백90만원으로 배기량이 훨씬 더 많은 시빅2.0(가솔린)의 2천9백90만원과 비교된다.

정부는 2012년부터 현행보다 15%가량 강화된 연비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기준 강화안의 내용은 1천5백㏄ 이하군 12.4km/ℓ → 1천6백㏄ 이하군 14.3km/ℓ로, 1천5백㏄ 초과군 9.6km/ℓ → 1천6백㏄ 초과군 11.0km/ℓ로 변경된다.

이러한 국내외의 연비 강화 정책 추세 속에 소형차 부문에서는 국산차가 연비 부문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약 1년 전부터 기아차는 로체 탑재용 가솔린 엔진을 벤츠에 공급하고 있다.
연비는 자동변속기보다는 수동변속기 차량이, 휘발유차보다는 경유차가, 차체가 무거운 차보다는 가벼운 차가 높다. 유지 비용 면에서도 자동변속기는 미션오일을 매번 교체해야 하지만 수동은 보충만 하면 되기 때문에 싸게 먹힌다.

자동변속기 운전에 익숙해서 수동변속기 사용이 어렵다면 운전자가 변속할 필요가 없는 무단 변속기(CVT, 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를 선택하면 되는데 국산차에는 이 사양이 적용된 차가 드물다. 동급의 차량인 경우에 차체가 가벼운 차가 연비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차체에 쓰이는 철강 판재류의 무게 차이, 엔진 소재에 따른 무게 차이 등도 연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도요타의 경우 전 모델 경량화를 통한 연비 성능 향상을 추구한다. 도요타 자동차는 주요 모델의 중량을 떨어뜨리기 위해 사용 소재 선택과 부품 설계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중형 승용차 기준으로 10% 정도의 경량화 목표를 설정하면 3% 정도의 연비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는 엔진 연소 효율의 개선과 전기 모터를 병용하는 하이브리드카 등 구동 기술의 혁신으로 연비를 개선하고 있다.

고연비 엔진 시스템을 장착해 연비를 향상시키는 것도 최근의 추세다. 포드는 연료 직분 방식을 적용해 연비를 20%가량 개선한 Eco Boost 시스템의 장착을 확대할 계획이다. Eco Boost 시스템은 4기통 엔진과 6기통 엔진에 사용되며, 5년 이내에 포드·링컨·머큐리 브랜드 등 50만대에 장착된다.

타이어의 선택도 차량 연비 개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한 타이어 제조업체는 회전 저항을 낮춰 연비를 대폭 향상시킨 ‘초저연비(Ultra Fuel Efficiency) 친환경 타이어’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같은 규격의 기존 타이어에 비해 중량은 15%, 회전 저항은 25% 이상 줄여 최대 3%의 연비 개선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회사측은 주장한다. 특히 주행 테스트 결과, Wet 성능(젖은 노면에서의 제동 성능 및 조정 안정성)이 탁월하며, 마모 성능도 기존 타이어와 동등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일부 운전자 중에는 고속 주행 성능이나 스타일 면에서 낫다는 이유로 애초 제조사에서 적용한 타이어보다 더 넓은 폭의 타이어로 바꾸는 경우가 있다. 타이어 폭이 넓어질수록 연료 효율이 더 떨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운전 습관에서는 엑셀레이터가 연비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급가속은 연료 농도가 진한 혼합 기체를 엔진 실린더 내에 분사한다. 엑셀레이터를 바닥까지 밟는 습관은 연비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버려야 할 운전 습관이다. 수동변속기량은 적절한 기어 단수를 유지하는 것이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된다. 내리막길에서는 엑셀레이터에서 발을 떼고 탄력을 이용한 주행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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