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집’ 버리고 ‘새집’ 짓는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 승인 2008.05.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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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이재오 의원, 여권의 중심 잡을까 전당대회 판짜기 돌입에 한나라당 뒤숭숭

ⓒ연합뉴스
이재오 의원이 움직이고 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지리산에 머무르다가 지난 5월10일 서울에 온 그는 부지런히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 12일에는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도 만났다. 그의 움직임은 향후 여권 내 흐름에서 주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관계를 정립할지, 박 전 대표의 친박 인사 복당 요구를 당이 어떻게 처리할지 등과 관련해서도 그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그와 진작부터 대립각을 분명히 밝혀온 박 전 대표측은 벌써부터 불편한 기색을 나타내고 있다.
파편화되어 있는 여권 주류 그룹 내부에서 그는 강력한 지지 세력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만큼 거부감도 크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돌파력과 추진력이 그만한 이도 드물다. 이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는 그의 움직임이 불러올 세력 싸움의 향방에도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이의원은 서울에 온 직후인 지난 5월10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글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다. ‘산은 내게 흔들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냥, 그대로, 이재오로 살라고 했습니다. 패장은 군말을 하지 않듯이 장수는 전장을 떠나지 않습니다.’ 현실 정치권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 여권의 중심을 잡겠다는 다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그는 서울에 온 뒤 정치인들을 많이 만났다. 이의원의 서울 은평지구당 사무실에서 그와 만난 한 정치인은 “지구당사에 활기가 넘쳤다. 사람들이 몰리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 인사는 “이의원은 당내 각종 위원장 선거 출마자들을 교통 정리하고 있고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의 뜻이라면서 안상수 대표-정의화 원내대표 구도를 언급했다. 이대통령을 돕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함께하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7월 말 미국 유학 가도 곧 돌아올 듯

현재 미국 유학을 계획 중인 이의원은 이로 미루어본다면 전당대회가 끝나는 7월 하순쯤 미국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그 전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구도대로 여권 내부의 판을 짜겠다는 것을 전제로 행동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이의원의 한 측근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미국은 8월 말부터 학기가 시작된다. 그 전까지만 가면 된다. 17대 국회 임기는 5월 말에 끝나지만 미국행은 좀 늦어질 수 있다. 주변에서 그냥 나가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의원이 추진하는 ‘안상수 대표-정의화 원내대표’ 구도는 이상득 부의장 등 원로 그룹이 중심이 되어 미는 ‘박희태 대표-홍준표 원내대표’ 구도와 부딪힌다. 소장파와 중진 그룹을 대표하는 이의원과 원로 그룹을 대표하는 이부의장이 전당대회에서 다시 격돌하는 모양새다.

이의원은 세를 얻기 위해 정두언·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들을 적극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 이전 ‘이상득 퇴진 선언’ 과정에서 이의원에게 실망한 소장파들은 아직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의원이 미는 안상수 원내대표와 의원들과의 접촉면이 그리 넓지 않은 것도 소장파들이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는 이유다.

이의원은 이미 미국에서 거주할 곳을 준비해놓았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그가 7월 말 미국으로 간다고 해도 미국에 오래 머무를 것 같지는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학기 정도 지나면 돌아올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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