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대응·부족한 해명이 광우병 불신 키웠다
  • 이영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인수공통질병연구소 ? ()
  • 승인 2008.05.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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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확률 희박해도 국민이 공포감 갖고 있다면 해소시킬 의무 있어…신속•정확한 설명이 오해 풀 수단

소는 원래 풀만 먹고 살도록 진화된 동물이다. 그런데 인간이 이런 섭리를 어기고 소에게 자기 동족의 고기를 먹여 광우병이라는 큰 재앙을 불렀다. 이 때문에 광우병을 천형(天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소에게 동족의 고기를 먹일 수 없다며 끝까지 수입을 반대한 스웨덴은 2005년까지 단 한 마리도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 인간은 사실 커다란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광우병 발생의 역학적 현상을 잘 관찰해 그 감염원(변형 프리온)과 감염 경로(소는 육골분, 사람은 SRM)를 차단하기 시작했으며 드디어 광우병 박멸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우리가 광우병의 위험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심해도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광우병의 원인물질인 변형 프리온은 일반 병원체인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과 달리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해서 사람이나 동물 체외에서 단독으로 증식하지 못하고 공기, 사료, 토양, 물 등을 오염시켜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같이 동거하면서 음식을 나누어 먹어도 감염이 안 된다. 그래서 전염병(Infectious Disease)이라고 부르지 않고 전달병(Transimissible Disease)이라고 부른다. 더구나 이런 프리온 병은 인간이 소에게 육골분을 먹여 결국 소가 소를 잡아먹는 현상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광우병은 전염병 아닌 전달병

이는 자연 생태계에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로 육골분 사료를 철저히 통제하면 영원히 없앨 수 있는 질병이다. 실제 소의 살코기나 우유를 먹어서는 사람이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다. 소에서 변형 프리온은 주로 뇌·신경계를 주축으로 하는 특정위험물질(SRM)에만 존재한다. 뇌, 척수, 눈알, 회장 원위부, 편도 등이 SRM으로 지목되었고 이 부위를 먹지 못하게 엄격히 규제를 하고 나서 사람에게서도 광우병 발생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광우병으로 온 세계가 긴장하고 있고, 광우병 발병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진단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때에 세계 어느 나라에서 한두 마리 정도의 광우병이 발생한다 해도 그것은 전염병학적 차원에서 본다면 의미 없는 수치에 불과할 뿐이다.

그럼에도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청계천에 몰려드는 시민들의 우려에 대해 정부 당국은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시민들의 반대 모임에 중·고등학생들이 50~60%를 차지한다고 하니 걱정이다. 이들이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돈 많은 사람들은 안전한 한우 쇠고기만 먹을 것이고, 학교 급식을 받는 자신들은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먹게 될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생각 같다. 하지만 확률이 아주 희박할지라도 광우병을 자신의 문제로 여겨 이들이 공포감을 갖고 있다면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풀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검역 주권을 송두리째 내주었나 하는 점과 미국이 규정해서 국내에 적용하는 SRM의 기준과 우리나라와의 거래에서 적용하는 SRM의 기준이 다르다는 논란 두 가지다. 우리 국민은, 미국이 엄격한 SRM 기준을 가지고 국내 소비용 쇠고기를 내보내고, 외국에 수출하는 쇠고기에는 자국 내 SRM에서 몇 가지를 뺀 허술한 SRM 기준으로 수출하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먼저 검역 주권에 관한 것인데 협약서 문장만을 볼 때 미국 쇠고기를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도중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수입 금지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 내용에 대해 국민이 화를 낼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신속하고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해 국민의 오해를 키운 결과라고 본다. 왜냐하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광우병 관련 협약에서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조사하고 사찰해 광우병 청정국이나 혹은 광우병 위험통제가능국가의 지위를 잃었을 때, 그것을 OIE가 국제 사회에 정식 공표할 때에만 수입을 규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웃나라 일본도 이런 규정을 그대로 준수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검역 주권을 송두리째 내준 것이라고 분노하는 것이다.

미국 내 기준 SRM과 이번에 우리와 쇠고기 협상 타결시에 한국으로의 수출 조건에 명시되어 있는 SRM 기준이 다르게 되어 있는 것도 그 사실 자체만 보면 국민이 흥분할 만하다. 이 또한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오해에서 나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OIE가 제시해 우리나라와 미국이 따르고 있는 SRM 기준은 뇌, 눈, 척수, 머리뼈, 척추, 편도, 회장 원위부의 7개 부위에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3차 신경절, 경추의 횡돌기와 극돌기, 천추의 정중천골능선의 4개 부위가 규정에 더 들어가 있다. 그러니 미국은 자국 내에는 엄격히 적용하고 수출용에는 완화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3차 신경절은 뇌 아래의 머리뼈 속에 있기 때문에 머리뼈 모두를 버릴 때 뇌와 함께 버려진다. OIE나 우리나라, 일본, 유럽연합 모든 나라가 이런 사실을 당연시하고 있기 때문에 SRM에 굳이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과학적으로 자세히 설명하면 궁금증 풀릴 것

ⓒ연합뉴스

또 경추의 횡돌기와 극돌기, 그리고 천추의 정중천골능선도 마찬가지로 척추뼈를 버릴 때 모두 함께 버리기 때문에 굳이 이름을 넣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부위는 골수도 없는 그저 단단한 뼈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변형 프리온을 전달할 위험은 전혀 없다고 국제적으로 인정되어 있다. 이렇게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자세히 설명하면 국민의 궁금증은 풀릴 것인데 정부의 대응이 신속하지 못하여 오해가 널리 퍼지고 말았다.

이번에 새로 작성된 위생 조건 제1조 1항은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을 미국 연방 육류 검사법에 기술된 대로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 부위와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 부위에서 생산된 제품을 포함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이 조건이 지켜지는 한 미국에서 식용으로 규정되지 않는 제품이 국내로 들어올 우려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문제는 우리 국민이 미국산 소를 불신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불신을 해소시켜야 한다. 미국과의 추가 논의를 통해서라도 국민이 우려하는 부분들에 대해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광우병의 실상을 바로 알리는 대민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먹을거리에 대해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면 그 책임이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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