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골프장 문 열기도 전에 ‘오비’ 나는가
  • 소종섭·이은지 기자 ()
  • 승인 2008.05.2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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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머슨퍼시픽그룹, 하청업체와 공사 대금 마찰

금강산관광특구 안에 건설된 금강산골프장이 5월28일 공식 개장한다. 2005년 12월30일 사업 승인이 난 지 2년5개월 만이다. 원래 5월14일 개장할 예정이었는데 보완해야 할 문제가 생겨 미루어졌다. 18홀 규모의 금강산골프장에서는 북한 인력 2백여 명이 일할 예정이다. 금강산 관광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이는 이 골프장은 에머슨퍼시픽그룹이 운영한다.

에머슨퍼시픽그룹(회장 이중명)은 다섯 개 골프장을 운영하는 골프·리조트 그룹이다. 충북 진천에 있는 중앙CC, 경기 가평에 있는 리츠칼튼CC, 충남 연기에 있는 IMG내셔널CC, 경남 남해에 있는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 금강산 아난티 골프&리조트 등이다. 모두 합하면 1백17홀 규모로 레이크힐스그룹과 함께 국내 최대의 ‘골프장 재벌’이다. 계획 단계인 개성골프장이 실제로 완공될 경우 규모가 1백36홀로 늘어난다. 회사 이름으로 골프 대회도 열고 있다. 이 기업은 또 경기 용인, 경남 진해, 충남 안면도 나아가 일본, 중국, 필리핀에도 사업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눈에 띄게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에머슨퍼시픽그룹을 이끄는 이중명 회장은 연세대 공과대학 동창회장을 맡으며 활발히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 1억1천만원의 성금을 내는 등 각종 장학 사업과 사회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5월7일에는 일본 돗토리 현 요나고 그린파크다이센 아난티 골프장에서 히라이 신지 돗토리 현 지사로부터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교류에 큰 역할을 했다며 돗토리 현 명예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 (주)아하원이 금강산골프장 공사를 하면서 추가로 발생한 공사 비용을 에머슨퍼시픽그룹이 결제해주지 않아 연쇄 부도가 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그 내막이 주목된다. (주)아하원은 이 회사 이중명 회장과 이회장의 아들인 이만규 대표이사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보내고, 5월1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강원도 고성에 있는 남북출입사무소와 에머슨퍼시픽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 앞에서 1인 시위도 벌였다. 피켓에는 ‘에머슨퍼시픽 회장님, 금강산골프장 하청업자 죽이지 마세요’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이 회사는 에머슨퍼시픽그룹과 61억9천만원대 공사를 계약하고 금강산골프장의 목공사 등을 했다.

(주)아하원 이종우 사장은 “추가로 공사를 하거나 고품질 자재로 변경된 부분 등에 대해 일단 공사를 진행한 뒤 정산을 하기로 했다. 애초 공사비보다 44억7천여 만원이 더 들었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정산 요구를 차일피일 미루어 행동에 나서게 되었다. 소규모 거래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부도날 위기에 처했다. 줄도산을 막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금강산골프장의 화려한 개장 막후에 피눈물을 흘리는 중소기업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사장은 진정서에서 “개장 날짜를 맞춰야 금강산 2차 공사 및 안면도 개발 건 등에 대한 예약 발주를 할 수 있다며 신속하게 공사할 것을 요구해와 하도급 업체의 특성상 응할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의 횡포 앞에 통곡할 수밖에 없는 소기업의 억울함을 살펴달라”라고 호소했다. 이사장은 곧 에머슨퍼시픽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다.

(주)아하원 “추가 비용 못 받아”…골프장측 “공사 대금 다 줬다”

이에 대해 에머슨퍼시픽그룹 이만규 대표이사는 “현장 책임자인 주 아무개 이사가 최종적으로 결재해 올라온 금액을 보면 (주)아하원의 추가 공사비가 8억원 정도였다. 그래서 그만큼을 지급했다. 현장 책임자가 일을 추가로 한 것이 그것뿐이라는데 더 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우리 회사는 공사를 한 만큼 돈을 준다. 공사 금액을 깎으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 우리는 어음을 주지 않고 전부 현금으로 결제한다. 내가 알기로 (주)아하원은 처음 계약했던 금액보다 공사비가 33억원이 늘었다는데 설계도 바뀐 것 없이 어떻게 금액이 50% 이상 늘어날 수 있나”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말이 달라 현재로서는 무엇이 진실인지 정확하게 판별하기는 어렵다. (주)아하원의 이사장은 “지난해 11월2일에는 이회장이 대전지방검찰청으로 나를 불러서 여러 이야기를 했다. 그는 명함 뒷면에 대전지방검찰청 범죄예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것을 새기고 다닌다. 나를 겁주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 말고도 에머슨퍼시픽측이 결제를 차일피일 미루거나 해서 피해를 당한 중소기업들이 또 있다.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실체를 밝혀낼 것이다. 우리는 계약 금액보다 수십억 원의 공사를 실제로 더 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갖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에머슨퍼시픽그룹 이만규 대표는 “우리는 약자를 괴롭히거나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피눈물을 나게 하면서 돈을 벌 생각은 없다. 아하원측은 처음에 부도를 막아야 한다며 내게 10억원만 꿔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말을 바꾸었다. 아하원측이 소송을 한다는데, 하려면 하라고 했다”라고 아무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2004년 사업 목적에 골프장 운영업과 레저 산업을 추가하면서 금강산골프장 사업을 맡는 등 승승장구해온 에머슨퍼시픽그룹이 새삼 주목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 회사는 그동안 이런저런 일로 구설에 올랐다. 특히 2006년 경남 남해에 개장한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가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2007년 4월에는 관광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3개월간 영업을 하고 공유수면 6백52㎡를 무단 매립한 일이 문제가 되어 원상 복구했다.

2007년 11월에는 우량 농지 개량을 한다며 허가받은 학교 부지 일부를 골프장으로 불법 전용해 남해군청으로부터 고발당했다. 현재 창원지검 전주지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는 지역 신문인 경남신문이 크게 보도해 사건화되었다.

이에 대해 이만규 대표는 “3년 전에 아버지가 해성중·고등학교를 인수했다. 골프장에서 무료로 연습하게 해주겠다며 전국에서 학생들을 모집했다. 골프장에서 연습하다 보니 잔디가 많이 패여 문제가 생겨 놀고 있던 학교 부지에 잔디를 깔고 학생들이 연습했을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남해군청 관계자는 “에머슨퍼시픽측은 이 학교 부지를 포함한 땅 26만㎡에 9홀짜리 대중 골프장을 만들겠다고 신청서를 냈다. 이 일이 터지면서 허가가 나지 않아 공사를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 4월에는 오·폐수 2천1백여 t(남해군청 추정)을 바다로 배출한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남해군청이 고발해 5월 초부터 검찰이 조사를 시작했다. 남해군청 관계자는 “방류한 것도 문제지만 그 물이 수질 기준(BOD 5ppm)을 수십 배 초과했다는 것이 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만규 대표는 잘못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오·폐수는 바다가 아니라 골프장 연못으로 흘러갔다. 처리 용량을 넘기는 오·폐수가 발생해 넘쳤는데 실무자들이 귀찮으니 연못으로 가도록 한 것이다. 지금 고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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