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금 왜 뛰고 있니?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 승인 2008.05.2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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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돈 놓고 돈 먹기…“우리에게도 내일은 있다”

올해 봄은 극장을 찾는 유럽 영화 마니아들에게 행복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할람 포>(영국), <프라이스리스>(프랑스)에 이어 이탈리아 영화 <나이트 버스>가 상륙한 것이다.

영화의 원조는 유럽이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중심에 서 있다. 우리가 아는 주옥같은 명화의 대부분은 유럽 영화다. 이루 헤아릴 수도 없지만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과 <해바라기>가 생각난다.

전장으로 떠난 남편(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 분)을 찾아 우크라이나로 찾아간 소피아 로렌은 기억을 잃어버린 남편과 그의 또 다른 아내를 보고 경악한다.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는 남편과 남편을 데려가지 말라고 울부짖는 나 아닌 아내 앞에서 소피아 로렌은 발길을 돌린다.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그녀의 차창 밖으로 한없는 해바라기 밭이 펼쳐진다. 이탈리아 영화 <해바라기>다.

대체 칩 속에 뭐가 들어 있는데?

<나이트 버스>는 <프라이스리스>처럼 코미디 영화다. 한국이나 유럽이나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라야 팔리는 모양이다.

유럽은 지금 흥행을 위해 할리우드와 손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최근 개봉한 판타지 영화 <나니아 연대기>는 영국과 미국의 합작 영화다. 명화를 만들어서 망하기보다 무조건 재미있는 영화를 추구하는 유럽이 안쓰럽다.

레이라(지오바나 메로지오노 분)는 좀도둑이다. 어느 날, 카페에서 남자를 유혹해 그의 집에 간 그녀는 수면제를 탄 샴페인으로 사내를 잠재우고 소지품을 집어 온다. 그중에는 여권 4개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난데없이 두 무리의 괴한들이 그녀를 쫓는다. 훔친 물건 중에 여권 속에 들어 있는 칩이 있었는데 둘 다 그 칩을 노리고 쫓는 것이다.

한쪽은 마피아, 한쪽은 정부 요원이다. 영화는 칩 속에 무슨 내용이 들어 있는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레이라는 쫓기다 심야 버스 기사 프란츠(바레리오 마스탄드레아 분)를 만나 그의 집으로 간다.

철학을 전공한 프란츠는 소심하며 도박 빚에 몰리는 한심한 인물이다. 순수하게 보이는 프란츠와 하룻밤을 지낸 레이라는 그 후부터 프란츠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 시스템 때문에 그와 같이 냅다 뛰는 신세가 된다. 마피아의 보스는 수시로 전화를 걸어 칩을 재촉하고 어수룩한 두 정부 요원도 반장에게 야단을 맞는다. 대사는 우습고 몸짓은 어눌해서 관객들은 폭소보다 헛웃음을 짓는다.

영화는 초반부터 대단히 혼란스럽다. 누가 누구인지도 잘 모를 지경이다. 그렇게 웃기지도 않은, 대단히 이탈리아적인 영화. 다소 지루하지만 엔딩 크레디트 올라갈 때 나오는 OST가 들을 만하다.
5월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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