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과 도덕 사이 ‘인재의 조건’
  • 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서울복지재단 대표) ()
  • 승인 2008.05.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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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얻으면 천하를 얻고, 인재를 잃으면 천하를 잃는다.’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한 말이다. 인재 등용으로 나라를 흥하게 할 수도 있고, 망하게 할 수도 있으니 그만큼 인재의 역할은 중요하다. 정부의 인재는 공직자다.

그러나 최근 바람직한 공직자상은 무엇일까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공직자 인선 문제로 늘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측이 새 각료들을 발표하면 야당이나 시민단체, 그리고 네티즌들은 이들 상당수가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병역 기피 의혹이나 과거 경력 등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며 교체를 요구했다. 여당 내 일부 인사들조차도 도덕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인선이라며 강한 불만과 우려를 표출했다. 물론 정치 공세와 당내 헤게모니 싸움으로 비치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대체적으로 ‘바람직한 공직자는 뛰어난 능력과 도덕성의 융합체’라는 상을 그려놓고 인물들을 평가하는 것 같다.

현실성 없는 기준은 손질 필요해

이를 좀더 자세하게 그려보면, 공익을 추구하는 국가 기관에는 일반 사기업체와 달리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세 가지 조건이 있는 듯하다. 즉 민간 기관이나 단체에게도 요구되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기술, 조직 관리 능력 내지 정치적 교섭력 등 업무 수행 능력, 국가나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청렴·정직성·민주성·애국심·준법정신과 같은 도덕성 등이다. 이에 하나를 덧붙인다면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또는 국회의원의 경우 때로는 대통령이나 정당 지도부에 대한 충성 가능성 또는 ‘코드의 정합성(整合性)’도 요구된다.

그런데 이 세 가지와 기타 한 가지를 두루 갖춘 인물들을 꼭 찾아야 한다는 사회적 강박증은 이제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정되어야 할 것 같다. 특히 도덕적 기준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될 경우 사회적·정치적 미숙아에게 나라를 맡기는 우를 범하게 되거나 기준을 어기기 위한 정치적 거래가 이루어진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도 각 정당의 공천심사위원들이 곤욕을 치르게 된 주된 원인이 바로 도덕적 기준이었다. 이것은 친박(親朴) 세력들이 당 밖에 위치해 복당 갈등을 일으키게 된 동기가 되기도 하였다. 현실성이 없는 기준이 정치권을 흔들고 국정을 혼란스럽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면 국민과 함께 소통의 폭을 넓히며 사회적인 화합을 이루기 위해 기준을 손질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 이는 차기 대선과 총선 그리고 그 다음에 오는 선거 및 공직 임용에 모두 해당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위의 의견을 들어 대강 정리를 해보니, 우리 사회가 광복 이후 분단 상황 속에서 전력 질주하면서 급성장해온 과정을 현재의 눈으로만 보는 것은 무리라는 점,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사면이 된 사건은 인정해야 할 것이라는 점 등 비교적 편안한 방안들이 제시될 수 있는 듯하다. 그동안 우리는 선거 관련 법령을 포함해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과도한 욕심 속에서 만든 어울리지 않고 불편한 ‘법령의 옷’을 입고 살아왔다. 몇몇 전문가들이 현실 속의 모든 다른 이들도 나와 생각이 똑같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허위 합의 효과’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우리를 돌아보아야 할 때다. 사회적인 도덕 기준을 재정립하는 일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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