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점거 없는 국회, 몸싸움하지 않는 국회 만들겠다”
  • 소종섭·김지혜 기자 ()
  • 승인 2008.05.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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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 키 잡은 홍준표 원내대표/“당과 정부, 청와대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시사저널 황문성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을 이끌어갈 원내대표로 4선의 홍준표 의원이 선출되었다. 원내대표 홍준표- 정책위 의장 임태희 라인업은 수도권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반값 아파트 공약’ 등을 통해 정책통으로서 면모를 선보인 적이 있는 홍의원은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여권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등장한 그는 과연 여권 진영을 다잡으며 제대로 된 여당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까. 지난 5월21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홍원내대표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집권당의 원내대표라는 중책을 맡았다.

10년 만에 집권당이 되었는데 석 달 만에 지지도가 대선 때와 비교해 절반으로 떨어졌다. 원인을 되짚어봐야 한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당내 갈등이다. 이명박-박근혜 경선은 1970년대 김대중-김영삼 경선 때보다 치열했다. 그러다 보니 당이 단합·화합하지 못하고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대선을 치를 때도 갈등을 치유하지 못했고 대선이 끝난 지금도 갈등의 골이 깊다. 두 번째는 인사 파동, 세 번째가 쇠고기 파동이다. 한나라당은 이 세 가지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에 한나라당이 여당으로서 제대로 대응했다고 보는가?

그동안 당 지도부가 사실상 공백 상태였다. 총선 때 강재섭 대표는 출마를 안 했다. 7월이면 물러난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낙천, 김학원 최고위원은 낙선했다. 정책 위의장과 원내대표도 바뀐다. 지도부가 공백 상태였기 때문에 당의 정무 기능이 상당히 약화되었다. 이제 당 지도부가 재구성되었다. 7월 전당대회를 거치면 완전 회복된다. 정무 기능을 복원해 당의 갈등을 수습하고 국민이 한나라당을 믿을 수 있도록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겠다.


가시적인 조치라면 당내 갈등을 수습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은데 복안이 있나?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겠다. 만나서 당내 수습 방안을 의논하겠다. 박 전 대표와는 관계가 좋은 편이다.


<시사저널>이 5월15일 미디어리서치와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친박 인사들을 선별 복당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지금 거론되는 것은 ‘복당’ 문제다. 한나라당과 관계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당적을 가지고 있다가 공천에서 낙천한 후, 공천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출마한 사람들의 문제다. 최고위원들이 이미 합의한 상태이고, 시기와 절차만 남았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 선별 복당, 개별 복당, 일괄 복당이라는 용어의 차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복당 대상자가 명확해진다. 애초부터 한나라당의 공천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복당 대상이 아니다.


친박 무소속 연대는 복당에 문제가 없지만, 정당인 친박연대는 다르다는 말로 들린다.
친박연대가 다 문제가 아니라, 친박연대 중에서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낙천된 사람들이 있다. 또 친박연대는 당이다. 즉, 복당 문제를 논의하는 데는 문제가 따른다. 그러나 친박 무소속 같은 경우에는 과거처럼 인위적 정계 개편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분들은 원래 한나라당이다. 원래대로 복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당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생각은 친박연대까지 복당시켜야 한다는 것 아닌가?
박 전 대표가 그렇게까지 얘기한 적이 있나?


일괄 복당이라는 용어가 그것 아닌가?
그런 문제는 나중에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나는 박 전 대표가 ‘공천에서 억울하게 탈락한 사람들’의 복당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친박 무소속은 조건 없이 받아들이되 친박연대는 당과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정리해도 되겠는가?
(힘주어) 복당에는 시·도당 단위로 복당심사위원회가 있다. 그 복당 절차를 거치고 당헌·당규에 따라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시·도당 위원회를 거쳐서 최고위원회에서 복당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 혼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내가 누가 되고 안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내 생각에 친박 무소속은 복당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당의 절차를 거쳐 야 한다는 것이다.


내각과 청와대 인사가 비판받으면서 여권 내에서 권력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지금 인적 쇄신론이 자꾸 나오는 것은 권력 투쟁적인 성격이 있다.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들이 취임한 지 세 달도 안 되었다. 일을 시작하는 단계인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 기다려 보자. 지금 인적 쇄신 운운하는 것은 무리이고 성급한 요구다. 조금 기다려 보아야 한다.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하여 촛불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촛불 집회는 국민이 직접 민주주의 형식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지금 시대는 권력자들이나 위정자들이 국민의 직접 감시 체계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거기에는 좌파 성향의 선동가도 있고 순수하게 의견을 표출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고 끌어갈 계획인가. 또 당과 청와대 관계는 어떻게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난 10년 동안 여당이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살기 위해 투쟁했다. 야당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타협하고 그래서 몸싸움 국회, 단상을 점거하는 국회가 안 되었으면 좋겠다.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해 모든 현안에 대해 의논하고, 논의하는 국회를 만들겠다.
청와대와는 협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언제나 청와대 비서관들과 논의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 것이다. 행정부와의 관계도 행정부가 사고를 친 뒤 여당이 이를 수습하는 관계가 아니라 업무를 미리 파악해 당과 국회에서 예측 기능을 행사하겠다. 미리 잘못된 부분을 점검하고 고쳐서 집행 과정에서 실수가 나오면 즉시 통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


당내에서는 당·정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 않나. 박 전 대표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나는 당·정·청 일체론을 이야기했다. 당과 정부, 청와대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정책에 혼선이 있으면 안 된다. 4중 조율과 조정 기능을 통해서 당·정·청이 한 목소리로 정책을 추진하는 방법으로 국회를 운영하겠다. 대신 무리하거나 국민 정서와 반대로 가는 정책은 추진하지 않겠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대운하 반대론자가 아니고 조건부 찬성론자다. 운하 건설에서 환경 파괴가 있다면 운하 건설은 불가능하고 해서도 안 된다. 대통령은 수로를 정비하면서 습지도 만들고 환경 친화적인 운하를 만들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4대 강은 한강과는 달리 수량이 엄청나게 적다. 대운하 문제는 취수 대책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 식수원을 확보해야 한다. 낙동강과 금강 등의 수질 개선과 취수 대책 차원에서 바라봐야지 배 띄우고 관광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실제로 낙동강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먹을 물이 없다.


국민 여론은 압도적으로 부정적이다.
잘못 알려진 점이 많다. 앞으로 국민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수질 때문에 4대 강에 1년에 1조원씩 쏟아부어도 수질 개선이 안 된다. 수량 때문이다. 조건만 충족되면 운하는 하는 것이 좋다. 이미 강만수 장관이 운하라는 말 빼고 워터 웨이, 즉 물길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보는가?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참모들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아직 여권의 진용이 정비되지 않았다. 정비되면 잘할 것이다. 길게 보면 낙관적으로 본다. 서울시장을 할 때에도 지지도가 6.5%에서 시작했다. 그러다가 높게 올라갔다. 일에 대한 정열이나 순수성이 있기 때문에 참모들만 받쳐주면 잘할 것이다.


BBK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 정봉주 의원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야당은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보복이 아니라 네거티브 선거에 대한 마지막 응징이다. 지난 대선만큼 정책이 실종되고 선거가 오로지 네거티브로만 치러진 적이 없었다. 2002년과 1997년 대선에서도 병역 네거티브가 극심했지만 정책 토론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은 아예 정책 토론의 장에 나와서 상대 후보에게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부끄럽다’라고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할 만큼 네거티브가 극심했다. 그 진위 여부는 밝혀져야 한다. 우리가 야당 때 김대업 사건을 겪었다. 2002년 대선 후에 억울하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이미 선거가 끝났다. 상대 당이 지난 선거에서 똑같은 수법을 사용했다. 처벌을 원치는 않지만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원내대표로서 이것만은 꼭 하겠다, 지키겠다 하는 것이 있다면.
단상 점거 없는 국회, 몸싸움하지 않는 국회를 꼭 한 번 만들고 싶다. 여권의 전체 5년 구도를 세팅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힘들고 복잡한 문제가 많지만 잘 해보겠다.


원내대표로서 이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 같은데.
자주 만나야 된다.


만날수록 오히려 멀어지는 것 아닌가?
아니다. 자주 만나야 된다. 그래야 신뢰가 쌓인다.


그동안 만날 때마다 딴소리가 나오지 않았나?
경선에 관한 앙금이 남아 있는 것인지…. 아직도 감정의 찌꺼기를 말끔하게 씻어내지 못한 것 같다. 그것만 털어내면 협력 관계가 잘 이루어질 것이다.


지난해부터 당내에 이른바 ‘계파’라는 용어가 자주 나온다.
그것은 좀 부끄러운 이야기다.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 대표 기관이다. 2백99명의 국회의원이 말하자면 2백99개의 기관인 셈인데, 계파 수장이 지시한대로 움직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시사저널> 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표가 계파 수장이라는 것에 국민 57.7%가 동의했다.
박 전 대표도 복당 파문 때문에 가슴이 답답할 것이다. 국가 지도자인데 계파 수장처럼 비치는 것이 아주 답답할 것이다. 원칙과 명분을 갖고 복당 문제를 풀어주면 박 전 대표도 자유스럽게 국가 지도자로서 위상을 되찾을 것으로 본다.


올해가 헌정 60주년이다. 헌법을 손볼 때가 되지 않았나?
여야가 이미 18대 국회에서 헌법을 개정한다고 합의했다. 소위 1987년 체제, 민주화 헌법 체제인 5년 단임제가 이제는 국가 발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 장기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5년 단임제로 한 가장 큰 이유가 독재 방지였는데, 이미 독재 사회로 돌아갈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 독재 방지를 위한 5년 단임제는 의미 없다. 어떤 권력 관계이든 간에 5년 단임제는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또 통일을 염두에 두는 통일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


18대 국회 들어가면서 바로 개헌을 준비해야 한다고 보나?
그렇지 않다. 개헌은 블랙홀이다. 사회의 모든 문제들을 빨아들인다. 지금은 경제 안정이 더 중요하다. 경제가 안정된 후에 개헌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 단, 18대 국회에서 가시적인 논의는 해야 된다. 국민 의사도 물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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