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내며 거저 주는 이상한 신문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8.05.2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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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 ‘이브닝’ 창간으로 본 무료 신문 시장/상위 3개사만 흑자…부익부 빈익빈 갈수록 심화

ⓒ시사저널 황문성
매일 아침 출·퇴근길에 경쟁적으로 배포되고 있는 무료 신문이 또 하나 늘었다. GIC미디어는 지난 5월19일 석간 무료 신문 ‘이브닝’을 창간했다. ‘이브닝’이 기존의 ‘더 시티’에 이어 석간 무료 신문에 뛰어듦으로써 퇴근길 무료 신문에도 경쟁 구도가 형성되었다. ‘이브닝’은 1일 총 지면 32쪽(월요일 40쪽)으로 약 30만부가량 발행할 계획이다.

‘이브닝’의 창간으로 무료 신문은 주간 신문을 포함해 수도권에서만 총 10개로 늘어났다. 지방의 ‘목포일보’ ‘광주드림’ ‘메트로부산’ 등을 추가하면 그 수가 더 늘어난다.

2002년 ‘메트로’가 창간되면서 열린 한국의 무료 신문 시장은 이후 ‘더데일리포커스’ ‘AM7’(이상 2003년) ‘더데일리줌’ ‘스포츠한국’(이상 2004년) ‘데일리노컷뉴스’(2006년) ‘더 시티’ ‘M25(주간)’ ‘일일경제’(이상 2007년) 등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포화 상태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브닝’의 창간은 이런 평가를 무색하게 하는 것으로 무료 신문 시장이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브닝’ 창간 시점에 즈음해서 한국언론재단은 지난 5월22일 무료 신문의 현황과 실태를 파악하고, 무료 신문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정책적 대안 등을 모색하는 <무료 신문 연구>를 발간했다. 지난 2005년에 발간한 <한국의 무료 신문>에 이은 두 번째 연구서로 김영주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이은주 객원연구위원, 김동윤 대구대 신방과 교수가 연구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무료 신문의 광고 시장 점유율 변화, 각 신문사의 경영 현황 등을 살펴보고 무료 신문이 먼저 정착된 해외 사례에 대한 소개도 담고 있다.

<무료 신문 연구>를 살펴보면 신문 광고 시장에서 무료 신문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2006년까지 고속 성장을 기록하다가 2007년 들어서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한국광고데이터 집계에 따르면 그해 무료 신문의 광고비는 1천8백32억원 규모로 3조5천억원에 달하는 신문 시장 전체 광고비에서 약 5.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2005년 1천5백69억원(4.6%)이었던 데 비해 16.8% 성장한 것이다. 5개 무료 신문을 대상으로 한 대홍기획의 조사에서도 2005년 9백30억원에서 2006년 1천1백90억원으로 약 28% 증가했다. 하지만 LG애드 미디어전략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이듬해인 2007년에는 1천2백46억원으로 전년 대비 4%의 성장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 신문 광고 시장 성장이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다. 무료 신문 증가가 더 이상 시장의 파이를 키우지 못하고 제 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이어져 내부적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무료 신문 시장에서는 매출액과 발행부수에서 ‘메트로’와 ‘포커스’가 두 축을 형성하며 일부 신문사의 과점화가 나타나고 있다. ‘메트로’의 매출액은 2005년 2백75억원, 2006년 3백39억원에 이어 2007년에는 3백61억원을, ‘포커스’의 매출액은 2005년 2백89억원, 2006년 3백49억원, 2007년 3백95억원을 기록했다. 두 신문사의 매출액 점유율을 합치면 2006년 기준으로 61%에 달하며 ‘AM7’(15%), ‘스포츠한국’(14%)이 그 뒤를 잇고 있다(‘메트로’ ‘포커스’ ‘AM7’ ‘데일리줌’ ‘스포츠한국’ 등 5개 신문사 대상).

메트로·포커스 두 신문사 매출액 점유율 61%

손익을 살펴보면 무료 신문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 ‘메트로’와 ‘포커스’는 2006년 각각 34억원과 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07년에는 22억원, 20억원으로 양사 모두 약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신문사를 제외하고는 ‘AM7’이 2006년 4억원의 흑자를 올리고 ‘스포츠한국’이 월별 흑자 전환을 보여준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 경영에 허덕이고 있다. 2006년 말에 창간한 ‘노컷뉴스’는 2007년 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너도나도 뛰어든 후발 주자들에게는 무료 신문 시장의 성장이 자칫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광고비와 경영 지표의 변화 추이를 보면 무료 신문 시장의 성장은 일부 신문의 주도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무료 신문 연구>의 연구자들은 “‘포커스’는 독립법인의 무료 신문사, ‘메트로’는 국제적 체인의 대표적 무료 신문사, ‘AM7’은 국내 일간지의 자매지 등 각각 소유 구조의 차이가 다른 형태 속에서 국내 무료 신문들은 상위 3위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무료 신문 연구>의 지면 분석 결과에 따르면 무료 신문의 총 지면은 지난 2005년에 비해 늘어난 반면 기사 면수는 오히려 준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 월~금요일까지 5일간 무료 신문의 발행 면수는 1천4백38면(1주일 평균 205.4면, 하루 평균 41.1면), 기사 면수는 7백14면(1주일 평균 1백4면, 하루 평균 20.8면)을 기록했다.

이는 2005년에 비해 총 지면 수는 하루 평균 8.4면이 증가하고 기사 면수는 반대로 0.4면 줄어든 것이다. 기사는 그대로이고 광고 지면만 늘어났다는 얘기다.

자기 기사 비율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대표 무료 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의 자기 기사 비율은 각각 29.9%와 36.2%에 그쳤다.

기존 언론사를 모기업으로 둔 ‘스포츠한국’(77.5%) ‘데일리 노컷뉴스’(48.9%) ‘AM7’(43%)는 상대적으로 자기 기사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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