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인 줄 알았는데 이게 뭡니까?
  • 봉성창 (경향게임스 기자) ()
  • 승인 2008.05.2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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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화도 제대로 안 돼 유저들 불만 자초…국내에서 시장 확대 쉽지 않을 듯

IT업계에서는 ‘3D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3D SNS)’가 각광받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난 1월 국내판 서비스가 시작된 세컨드라이프에 대해서는 그리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는 사회 문제화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끄는 세컨드라이프가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국적 IT 환경의 특수성과 그 누구보다 네트워크를 빨리 받아들인 한국 네티즌들의 성향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냥감도, 전투도, 레벨업도 전혀 없어

세컨드라이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국내 대다수 네티즌들은 이를 온라인 게임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많은 게임 유저들이 세컨드라이프에 접속했고, 게임 전문 매체들도 연일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초창기 세컨드라이프에 접속한 유저들은 곧 실망감을 나타냈다.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사냥 대상이나 전투 등의 기능, 레벨에 의한 육성 시스템 등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컨드라이프의 그래픽은 국내에서 5~6년 전 선보인 온라인 게임과 비교하더라도 다소 떨어지는 수준이라는 것이 유저들의 평가다. 한글화 역시 문제를 야기했다. 세컨드라이프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각종 명령어들이 오역되거나 혹은 아예 한글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세컨드라이프는 이러한 이유로 인해 초반 국내 정착이 순조롭지 못했다. SNS는 특성상 타인과 교류를 하는 것이 핵심 콘텐츠다. 그러나 세컨드라이프는 인기몰이에 실패해 사용자가 많지 않았고 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아직까지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마케팅 비용 최소 20억원은 들여야

세컨드라이프를 개발한 린든 랩은 자사의 서비스를 마치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같은 하나의 브라우저로 인식하고 있다. 린든 랩 코리아 김율 지사장은 “세컨드라이프가 국내에 서비스되더라도 린든 랩이 나서서 직접 마케팅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마치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 홍보에 열을 올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해외에서 세컨드라이프 홍보는 이를 서비스하는 프로바이더나 그곳에 자사 제품 홍보를 목적으로 땅을 구입한 대기업들에 의해 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세컨드라이프의 이용 유저도 적고 그런 만큼 기업들도 홍보 수단으로 중요시하지 않고 있다.

한 국내 온라인 게임사 마케터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게임 하나를 띄우기 위해 소요되는 마케팅 비용이 적게는 20억~100억원 가까이 드는 경우가 많다. 세컨드라이프와 같이 생소한 서비스가 치열한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국내에 2천만명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세컨드라이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집단 커뮤니티 기능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세컨드라이프의 매력을 감소시킨다.

온라인 게임 중에서도 특히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장르의 경우, 차별화를 위해 길드나 메신저 같은 기본적인 커뮤니티 기능은 물론 게임 내에서 결혼을 하거나 집을 짓고 사는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능가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실제 결혼이나 연애에 이르는 사례가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일반화되었으며, 어떤 길드가 온라인 게임 내에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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