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내 담당 의사”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 승인 2008.05.2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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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수술 받고 간암 투병 끝낸 두병순씨

ⓒ시사저널 박은숙
간암에 걸려 이식수술까지 받았던 두병순씨(53)는 수십 차례 생사를 넘나들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 그래서인지 암 투병기를 전하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서는 비장한 기운이 배어나왔다. 18년 전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간염 판정을 받으면서 그의 인생은 시쳇말로 꼬이기 시작했다.

두씨는 “감기 기운이 있어서 약을 먹었지만 별 차도가 없었다. 동네 내과를 찾아 진찰하니 B형 간염이라고 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차도가 없어 종합병원에 입원해서 치료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탓인지 잠도 잘 오지 않아서 하루에 2시간씩밖에 자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술ㆍ담배도 끊고 운동하면서 일만 열심히 했는데…”라며 당시 착잡했던 심경을 털어놓았다.

온몸에 황달기가 나타나고 배에는 복수가 차는 등 병세가 심각해지자 서울아산병원으로 병실을 옮겼다. 70kg 이상이던 몸무게는 40kg으로 빠졌다. 그는 “병세가 심해지자 모두 내가 죽는다고 했다. 그래서 부의금만 6백만원이 들어왔다. 너무 억울해 눈물을 흘리는 날이 많았다. 살려달라고 의사에게 매달렸다. 다행히 입원한 지 두달 만에 병세가 호전되어 퇴원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병원을 꾸준히 오가면서 진찰을 받았다. 그런데 간염은 간경화로, 다시 간암으로 발전했다. 암세포의 크기는 3㎝ 정도로 초기여서 색전수술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 다음 4년 동안 건강을 되찾은 듯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암이 재발하면서 수치는 올라가고 혈압이 40까지 떨어져 혼수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응급실 밖에서 가족들의 울음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두씨는 “누나들이 응급실 바닥에 엎드려 나를 살려달라며 울고 있었다. 이승규 교수가 간암을 없애기 위해 간을 이식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는 삶을 포기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절에 가서 삶을 정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대학생이던 큰아들과 고등학생이던 작은아들이 서로 간을 이식해주겠다고 나섰다. 아내와 자식들이 나를 살리겠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죽을 생각만 했으니…”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두씨는 2003년 어느 일요일 오전 큰아들과 나란히 수술실에 누워 간을 이식받았다. 이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는 아무런 합병증 없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80일까지 모두 29번이나 입원했던 그의 암투병기도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걷기와 등산으로 몸을 계속 움직이고 외식보다는 집에서 식사하면서 음식을 조절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간 이식 환자들의 모임인 한국간이식인협회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당시 나와 함께 병실에 있었던 다른 간암 환자들 중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지만 일부는 아직도 건강하게 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담당 의사의 지침을 믿고 잘 따랐다는 것이다. 나의 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내 담당 의사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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