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접수할 ‘쎈 놈’은 누구냐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8.05.27 13: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름 시즌의 강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강세 이어져 국내 대표 배우 앞세운 한국형 블록버스터 ‘맞대결’ 기대

ⓒ시사저널 박은숙
5월의 극장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점령당했다. 조금 일찍부터 몰려온 여름 시즌의 강자들은 한국 영화들을 극장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만들었다. 시작은 <아이언맨>이 끊었다. 히어로물과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졌던 연기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지난 4월30일 개봉해 국내 누적 관객 수 3백70만을 넘어섰다. <아이언맨>의 바통은 <나니아연대기-캐스피언 왕자>가 이어받았다. 지난 5월15일 개봉한 <나니아연대기>는 개봉 첫 주 <아이언맨>을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마지막 결정타는 돌아온 세 명의 할아버지, 조지 루카스(제작)·스티븐 스필버그(연출)·해리슨 포드(주연)의 액션어드벤처 활극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장식한다. 5월22일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4>는 개봉 전 각종 예매사이트에서 80%를 넘는 예매율을 기록하며 벌써부터 외국 영화 최초 1천만 관객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밀려들어오는 6월부터는 이들과 맞설 대항마들이 준비되어 있다. <강철중 : 공공의적1-1(이하 강철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 <님은 먼 곳에>, <신기전>이 여름 시즌 한국 영화의 보루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파고를 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6월19일 <강철중>의 개봉을 시작으로 7월에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님은 먼 곳에>가, 8월에는 <신기전>이 개봉해 6월부터 8월까지 한 달 간격으로 한국 극장가를 사수한다. 이들 4총사는 총 제작비가 100억원을 넘어서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강우석·김지운·이준익·김유진이라는, 작품성과 흥행 능력을 인정받은 중견 감독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한국 영화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설경구·송강호·정우성·이병헌·정재영·수애 등 한국의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한다는 점도 한국 영화 4총사의 흥행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 네 영화를 중심에 놓고 이번 여름 영화팬들을 즐겁게 할 블록버스터들을 비교해보기로 한다. 단순히 시기적으로 맞대결을 벌이는 영화보다는 감독·배우·내용·배경 등에서 공통점이 있는 영화를 위주로 선택했다.

“존스, 나 강철중이야!”

<강철중>은 한국의 대표 캐릭터 강철중을 앞세운 강우석 감독의 야심작이다. 강우석 감독으로서는 한국 영화의 위기와 더불어 자신의 배급사 시네마서비스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반드시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 제목의 1- 1에서 보이듯 2편에서 검사로 변신했던 설경구가 1편의 꼴통 형사로 다시 돌아왔다. 공공의 적인 기업형 조폭 두목 역은 정재영이 맡았다. 강감독은 <강철중>을 위해 후배 감독이자 한국 최고의 이야기꾼인 장진과 손을 잡았다. 강우석 감독의 흥행 감각과 뚝심 있는 연출에 장진 감독의 재치 넘치는 대사를 담은 시나리오가 결합되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강철중>과 <인디아나 존스>는 여러 면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우선 주인공 캐릭터의 이름을 앞세운 시리즈물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더라도 강철중과 인디아나 존스 두 인물이 펼치는 이야기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쓰리톱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강우석·장진·설경구와 조지 루카스·스티븐 스필버그·해리슨 포드가 한국과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이들 간의 관계도 비슷하다. 연극계의 기린아 장진을 영화계로 끌어들인 주인공이 강우석 감독이다. 그래서 이 둘은 사제 관계로 불린다.

<박하사탕>의 연기파 설경구를 흥행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한 것도 강감독의 <공공의적>과<실미도>다.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로 명콤비를 이루며 할리우드의 파워맨으로 거듭났다. <인디아나 존스>의 히어로 해리슨 포드는 조지 루카스의<스타워즈> 시리즈로 주연 배우 반열에 올랐으며 루카스의 초기작 <아메리칸 그래피티>에서 감독과 단역 배우로 인연을 맺기도 했다.

7월 중 개봉 예정인 <놈놈놈>은 4총사 중에서도 최고의 기대를 받고 있다. 제61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출품되어 호평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최근 공개된 예고편은 영화팬들의 기대를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제작비 2백억원이 투입된 이 작품은 1930년대 만주 벌판을 배경으로 정우성이 냉철한 현상범 사냥꾼 ‘좋은 놈’으로, 이병헌이 마적단 두목이자 살인청부업자 ‘나쁜 놈’으로, 송강호가 열차털이범 ‘이상한 놈’으로 출연한다. 연기력이 증명된 주연급 톱스타 세 명이 한 영화에 모였다는 점에서 제작 초기부터 관심을 집중시켰다.

<놈놈놈>은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이라 3>와 닮아 있다. 상영 시간 내내 끊임없이 몰아치는 액션 활극이라는 점에서도 통한다. <미이라 3>는 기존의 브랜든 프레이저에 이연걸, 양자경 등 아시아 배우들이 합세했다. 아시아권을 노린 <미이라 3>의 오리엔탈 전략이 전작의 인기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감독과 배우를 놓고 보았을 때는 <다크나이트>와 비교할 수 있다. <반칙왕> <장화 홍련>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김지운 감독은 본격적으로 흥행을 노린 <달콤한 인생>으로 실패를 맛보았다. <놈놈놈>은 대규모 흥행을 노리는 그의 두 번째 도전작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메멘토>로 새로운 반전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 후 전작 <배트맨비긴즈>로 블록버스터 연출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크나이트>는 <배트맨비긴즈>의 후속작이다. <놈놈놈>의 세 배우 만큼이나 <다크나이트>의 크리스찬 베일, 히스 레저의 조합도 훌륭하다. 블록버스터와 인디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두 배우의 뜨거운 연기 대결이 기대된다.

<신기전>과 <적벽대전>의 한 판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 곳에>는 휴머니즘에 기대어 감동을 전한다는 점에서 다른 블록버스터와 차이가 있다.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참전한 남편을 만나기 위해 위문공연단 가수가 되어 전쟁터로 떠나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님은 먼 곳에>는 인간 본성을 잃어버린 전장에서 인간의 기본 정서인 사랑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픽사의 기대작<월-E>와 닿아 있다. <월-E>는 아무도 없이 쓰레기로 가득찬 지구에서 7백년 동안 홀로 쓰레기를 치우던 로봇 월-E가 여자 로봇을 만나며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다루고 있다.

8월의 파수꾼 <신기전>은 세종대왕 시대에 개발된 다연발 로켓화포를 소재로 ‘신기전’ 개발을 막으려는 명나라에 맞선 조선 무사의 활약을 그렸다. <약속> <와일드 카드>의 김유진 감독이 연출을, 정재영이 주연을 맡았다. <신기전>은 대형 사극이라는 점에서 <적벽대전>과 연결된다. <적벽대전>은 오우삼 감독이 양조위, 금성무, 장첸 등과 함께 만들었다. <삼국지>의 절정인 적벽대전이 영상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호기심을 낳는다.

한국 영화 4총사의 흥행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한국 영화계가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여름 시즌의 굵직한 영화들이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서 한국 영화 시장이 긴 침체기로 빠질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