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뛰었다고 ‘중동’이 다 뛸까
  • 정은호 (제로인투자자문 대표) ()
  • 승인 2008.06.0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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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생산국 투자 펀드, 위험도 잘 살펴야
원유 생산국인 나이지리아의 어린이들이 송유관 위에서 놀고 있다.

지금 전세계인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유가의 향후 행로가 세계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나 북해산 브렌트유가 모두 배럴당 1백30달러선을 뛰어넘었다.

5월 초 골드만삭스는 이미 ‘유가가 배럴당 2백 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수급 상황이 타이트한 현재는 유가가 급격하게 오르는 슈퍼 스파이크의 초기 단계다. 공급은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수요 증가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유가는 수년 드라마틱한 상승세를 거듭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원유 관련 상품과 선물 거래를 담당하는 ICE(Interconti ne ntalExchange)의 설립 파트너인 골드만삭스가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이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1백20달러 위로 올라가자 그 배경에 대해 미국의 금리 인하와 이에 따른 달러 약세로 인해 투기 자본이 금융 자산에서 실물 자산 쪽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었다. 원인이야 무엇이든 원유 가격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상승했고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원유 가격 상승에 따라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 국가들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주요 원유 생산국에 투자하는 펀드의 원조는 2007년 7월에 출시된 제이피모간운용의 ‘JPM중동&아프리카주식’ 펀드다. 9월에는 NH-CA운용에서 ‘아프리카중동이머징유럽플러스주식’ 펀드가 출시되었고 피델리티에서 이머징유럽, 중동과 아프리카를 의미하는 ‘피델리티EMEA종류형’ 펀드가 출시되었다. 올해 들어서는 KB운용과 프랭클린템플턴운용에서 아프리카와 중동을 의미하는 MENA(Middle East, North Africa) 펀드들이 잇달아 출시된다. 지난해에 나온 펀드들의 연초 이후 수익률을 보면 제이피모간 펀드들이 7% 내외, 피델리티 펀드들이 10%, NH-CA펀드는 13.55%라는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원유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과는 달리 올해 설정된 펀드들의 1개월 수익률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KB MENA주식형’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겨우 원금 수준이고, ‘프랭클린MENA주식형’ 펀드는 원금을 까먹고 있다. 그나마 올해 2월에 설정된 ‘삼성당신을위한아라비안주식종류형’이 1개월과 3개월 수익률이 1.96%와 5.51%로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유사해 보이는 펀드들인데 왜 어떤 펀드는 1개월 만에 15% 수익을 올리는 반면, 다른 펀드는 원금을 까먹고 있는 것일까. 물론 지나치게 단기간의 성과를 가지고 운용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중요한 점은 이러한 차이를 발생시키는 원인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펀드 중에서 단일 국가가 아닌 특정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는 펀드 성격에 따라 투자하는 국가나 종목이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중동아프리카 펀드들 중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UAE, 쿠웨이트, 오만으로 구성된 걸프협력위원회(GCC) 6개국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가 있는 반면 아프리카 지역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펀드들도 있다. 삼성투신의 펀드는 GCC 국가 비중이 70%에 이르며, NH-CA운용의 펀드는 오히려 러시아 비중이 절반에 가깝다. 이렇게 개별 펀드의 주요 투자 지역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들 펀드가 서로 비슷하기는 하지만 결코 유사한 수익률을 보이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펀드별로 다양한 투자 국가와 종목 가져…유가의 추세에도 유의해야

더 자세히 살펴보면 유가 상승과 펀드 수익률과의 관계가 예상처럼 만만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된다. 중동을 대표하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등은 외국인 투자가 금지되어 있다. 결국, 운용사들은 이들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장외파생상품이나 주가연계펀드(ETF)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유가와 직접 관계된 석유관련 기업들은 대부분 국영기업으로 상장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간접적 수혜를 입는 금융주·통신주·건설주 등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하고 있다. 최근의 고유가에도 이들 지역의 주가는 예상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주가지수는 올해 초 1만8백42.24 포인트에서 시작해서 5월27일 현재 9천4백82.25 포인트로 오히려 연초 대비 12.5%가 하락한 실정이다.

올해 들어 펀드투자의 어려움은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살인적인 유가 상승의 혜택을 입는 펀드들이 그나마 유력한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이 1천9백선에 가까워지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가장 큰 규모의 환매가 발생했으며, 이 자금은 대부분 해외 펀드로 이전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유가가 오른다고 해서 원유 생산국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항상 양호한 수익률을 얻는 것은 아니다. 펀드별로 다양한 투자 국가와 종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 대상을 꼼꼼히 살펴보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가장 큰 수익률 요인이 동시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말로 유가 상승에 의해 펀드의 수익률이 높아진다면 유가의 추세가 언제 반전할 것인가를 유의해서 살펴야 한다. 더구나 이들 지역은 대다수 나라들이 달러 페그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도 주목할 부분이다. 게다가 이들 지역은 상대적으로 국가 위험도, 정치적 위험도가 가장 높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유가가 3백 달러가 될 가능성이 높아도 몰빵은 하지 말라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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