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자와 말 잘하는 자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08.06.0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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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피치, 소통ᆞ토론의 달인’을 낳는 커뮤니케이션 관련서
버락 오바마 지음 / 리자 로가크 편집 / 임재서 옮김 / 중앙books 펴냄   알렌 N. 와이너 지음 / 이선희 옮김 / 시아출판사 펴냄  트래버 새더 외 지음 / 김내은 옮김 / 굿인포메이션 펴냄

말로써 망하고 말로써 흥하는 것에는, 지위 고하가 따로 없고 남녀노소가 따로 없고 동서양이 따로 없다.
“제 일은 여러분 앞에서 워싱턴을 대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워싱턴에 가서 여러분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이런 버락 오바마의 연설을 듣고 오바마 지지자들은 “내 말이…” 하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턴을 따돌리고 민주당 후보 확정을 눈앞에 두자 전세계인의 관심이 그에게로 쏠리고 있다. 흑인이며 무명의 시민운동가였던 그를 일약 대통령 후보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바로 ‘말’이다. 말을 잘해서 청중과 깊이
‘소통’했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청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메시지’를 잘 골랐다.
사회과학 분야에 커뮤니케이션학이 있을 정도로 의사 소통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방법을 학습하고, 개인들도 대화와 토론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애쓰고 있다. 관련 책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 나온 세 가지 책에서 소통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오바마를 만든 기적의 스피치’라는 부제를 단 <사람의 마음을 얻는 말>은 버락 오마바 상원의원의 뛰어난 화술을 분석한 책이다. 오바마 돌풍의 일등 공신은 그의 말이다. 오바마의 말하기는 ‘풍부한 화제를 쉬운 말로 표현하되, 상대가 기억할 수 있는 포인트로 여운을 남긴다’로서 말하기의 새로운 패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할 정도다. 이 책은 오바마 스피치의 매력을 분석하고, 각종 인터뷰와 연설, 집필 원고 등 오바마 말하기의 실례를 76가지의 주제별로 정리했다. 이 책이 분석한 ‘오바마가 미국인의 마음을 얻게 한 말’의 세 가지 특징은 ‘풍부한 말의 재료로 집중하게 하라, 미사여구로 치장하기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겸손함과 헌신적인 마음을 담아 말하라’이다. 이 책은 ‘말 잔치’로 끝나지 않고 오바마의 어록으로 영어 직독·직해까지 할 수 있게 원문을 함께 싣고 해설도 첨부해 청소년에게도 권할 만하다.

한 젊은이가 촛불문화제에서 연설하고 있다.
소통 원활하게 하는 실질적인 해결책 제시해
<2% 부족한 나를 위한 소통 기술>은 훌륭한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위한 ‘스킬’을 전수하는 책이다. 저자는 30년간 각 기업 중역들을 상담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일부의 사람들이 일하는 데는 정말 유능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인 커뮤니케이션에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좋은 커뮤니케이터로서 유능한 관리자 즉 믿음직한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능력, 인성, 침착성, 사교성, 외향성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전체적인 신뢰성 차원에서 해당 분야의 기술적 능력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듣는 사람을 사로잡으면서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 그리고 듣는 사람의 특성에 따라 접근 방식을 바꾸는 능력 역시 당신이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도표 또는 실례를 들어 설명하는 등 나름대로 ‘독특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비결을 설명한다. 유능한 경영진들이 좋지 않게 비치는 흥미로운 일화들은 독자들이 반면 교사로 삼을 만한 실례이며, 자신의 의사를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한 필수 요소들을 알게 해준다. 이 책은 말로써 서로 다치지 않고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믿을 만한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다. 직장에서, 교육 현장에서 유용한 교본으로 삼을 만하다.
‘유럽식 고품격 실전 토론 가이드 북’을 표방한 <찬성과 반대>는 100년 전통의 영어 연설 클럽(ESU)에서 펴내는 토론 주제 모음집이다. 이 책은 상충하는 말들의 ‘시나리오’로써 토론 연습에 유용할 듯하다. 이 책은 “독서와 논술이 지극히 개인적인 학습법이었다면 토론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학습법이다. 깊게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는 힘이 종국에는 좋은 글쓰기로 이어진다”라며 ‘소통’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철학, 정치와 경제, 윤리와 도덕, 교육과 문화 등 최근의 경향에 맞는 첨예한 토론거리의 찬반 의견을 정리한 이 책은, 학생에서부터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문제 해결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조직 운영 능력에 바탕이 되는 토론 능력과 논리적인 말하기를 키울 수 있도록 기획했다. 학교에서 토론 수업 시간에 발표할 일이 많거나, 토론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면 반길 만한 책이다.
말을 잘하는 것인지 말이 많은 것인지 평가는 손바닥 뒤집기처럼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실천도 못할 말로 사람을 현혹하는 ‘말 재주’보다 어눌한 문인의 ‘버벅거림’이 더 찬사를 받는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는 말’을 하는 사람은 대통령감이니, 어눌함에서 벗어나려 갈고 닦아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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