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보다 사랑이 더 좋아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승인 2008.06.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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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사랑하는 3가지 방법 … 한국 최초의 애니그래픽스

실사 영화가 애니메이션을 입었다. 이른바 로토스코핑 기법이다. 영화를 찍은 후 그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애니그래픽스 무비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이 기법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작업으로, 5백70일간 1백40명의 애니메이터들이 고생했다. 로토스코핑 공정은 한 프레임의 이미지당 평균 40분 정도가 걸려, 1초를 완성하는 데 4백8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 엄청나고 지난한 작업을 최익환 감독이 해냈다. 아날로그가 디지털을 만났을 때 어떤 효과가 날까. 실사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환상적인 장면들과 애니메이션에서는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실제적인 장면들을 넘나드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얘기다. 배우들의 모습에서 특징은 살리되 선을 단순화시켜 연기는 더 잘 보이고 캐릭터의 개성은 극대화시키겠다는 이 기법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볼만하다.

감독 :  최익환주연 :  김수로, 강성진, 김진수,  박예진

실사도 아니고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그녀는 예뻤다>는 로맨틱 코미디다. 제목을 보니 <그놈은 멋있었다>가 연상된다. 젊은 관객들을 유인하자는 뜻이다. 영화 줄거리는 한마디로 한 여자를 두고 세 친구가 좋아한다는 설정이다. 남자들에게 불문율 중의 하나가 친구의 여자를 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세 가지 방식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이 영화의 목표다. 백일권(김수로 분)은 뒷돈 챙기는 데는 경찰이 최고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받들어 파출소장이 된다. 그런데 세상이 너무 깨끗해져서 뜻대로 되지 않자 범죄심리학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김태영(강성진 분)은 외무고시 준비생으로 그의 꿈은 외교관이 되어 아프리카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영어학원 강사 신세가 되고 만다. 대기업에 취직한 성훈(김진수 분)은 그룹 프로농구 통역사로 밀려나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결혼을 하기 위해 귀국한 일권은 맞선을 보기 시작한다. 빌딩 두 채를 가진 여자를 만나 한 달 안에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가장 속물적이고 바람둥이인 일권 앞에 어느 날 강연우(박예진 분)가 나타난다. 그는 연우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녀 역시 미국을 입에 달고 사는 일권이 싫지 않다. 그런데 연우를 본 태영은 깜짝 놀란다. 그녀는 그의 옛사랑이었던 것이다. 이미 지나가버린 사랑 앞에서 태영은 일권에게 연우와 결혼할 것을 권한다. 그 사이에 성훈은 연우를 짝사랑하고 있다. 자신의 이상형이라며. 김수로의 애드리브로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느낌이 든다. 거친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자니 눈도 좀 아프다. 여자를 사랑하는 방법도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그저 한국 최초의 애니그래픽스라는 것만으로 평가받고 싶은 것은 아닌가. 애니메이션 작업에 20억원을 들였다고 하는데, 시나리오 작가에게 2억원을 들였다면 영화는 더 좋았을 듯. 6월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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