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듣는다8 / “갑상선암, 의사 손에 맡겨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06.1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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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외과 교수 / “로봇ᆞ내시경 수술은 재발 위험 커”

체온이 떨어지면서 체중이 늘어나거나, 식욕은 좋은데 체중이 줄어든다면 갑상선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갑상선은 목 앞에 튀어나온 부분(울대 또는 갑상선연골)에서 2~3cm 아래에 있는 나비처럼 생긴 장기로,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한다. 갑상선 호르몬은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모든 기관의 기능을 유지시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다. 예를 들면 열을 발생시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태아나 신생아의 뇌와 뼈의 성장 발달을 돕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신체의 기능이 떨어져 몸에 기운이 빠지고 체온이 정상보다 낮아진다.

갑상선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 갑상선암이다.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치료율이 양호한 편이다. 조기에 암을 발견해 치료할 경우 98% 이상 완치된다. 갑상선암은 여자가 남자보다 3~5배 많이 걸린다. 여성에게 목 부분의 수술 자국은 지울 수 없는 아픔이다. 이로 인해 절제술보다 내시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을 선호하는 여성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갑상선암 치료에는 로봇 수술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미세한 혈관과 신경이 지나는 갑상선의 경우 매우 정밀한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홍석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외과 교수는 우리나라 갑상선암 재발률을 10%에서 5%대로 낮추는 데 기여한 대표적인 전문의다. 그는 사람의 손만큼 갑상선암 수술에 적합한 도구는 없다고 한다. 홍교수로부터 갑상선암의 치료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목에 수술 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절개가 거의 필요 없는 로봇 수술이 유할 것 같은데.

언론 등을 통해 로봇 수술이나 내시경 수술의 효능이 종종 소개되고 있다. 이런 정보를 접한 환자들이 무조건 그 수술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다른 질병은 몰라도 갑상선암에는 로봇 수술이 적합하지 않다. 갑상선은 매우 정밀한 조직이므로 의사가 직접 손으로 만져가며 수술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일부 의사들은 1cm 미만의 작은 암은 내시경이나 로봇으로 수술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암은 다른 질병과 달라서 첫 수술로 결판을 내야 한다. 미용에 신경 쓰느라고 완벽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재발 위험성이 그만큼 커진다. 재발한 암은 재수술로도 완치하기가 쉽지 않다. 외국에서 아무리 작은 암이라도 로봇을 이용하지 않고 꼭 손으로 수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로봇 수술이 마치 최신 치료법인 것처럼 인식되어 있는데, 사실은 이미 10년 전에 나온 구(舊) 치료법이다. 처음에는 국내외적으로 갑상선암 치료에 시행되었으나 기대만큼의 치료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로봇 수술의 장점은 수술 자국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연예인과 같이 수술 자국이 큰 장애가 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값이 비싸면서 치료 성과가 그리 좋지 않은 로봇 수술을 권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목에 생기는 수술 자국이 여성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 않겠는가?

사람마다 피부 조건이 달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어느 부위를 절개하느냐에 따라 흉터에 차이가 있다. 목 아랫부분을 절개하는 수술과 목 중앙 부위를 절개하는 수술이 있는데, 목 아랫부분의 수술 자국은 목걸이나 옷 등으로 가릴 수 있다. 물론 흉터는 더 심하게 남는다. 오히려 목 중앙 부위의 수술 흉터는 대충 봐서는 모를 정도로 티가 안 난다.

많은 여성 환자들이 조금만 절개해달라고 요구한다. 길게 절개하면 흉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짧게 절개하면 피부를 당겨서 수술해야 하는 만큼 흉터가 더 좋지 않게 보일 수 있다.  


갑상선이 정밀한 조직이어서 암에 걸리면 수술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암세포와 함께 갑상선을 제거하는 것보다 사실 부갑상선과 혈관을 보존하는 것이 고도의 기술이다. 부갑상선과 혈관은 사람마다 그 모양새가 달라서 더욱 정밀한 수술이 필요하다. 팥알만 한 부갑상선은 갑상선 뒤쪽에 좌우로 모두 4개가 있다. 여기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혈액 속에 칼슘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부갑상선 손상으로 호르몬 부족 현상이 생기면 손발이 저리고 심하면 근육 경련이 생긴다. 이런 상태를 오래 방치하면 눈에 백내장 등이 생길 수 있다.

갑상선 주변에는 모기 다리만큼 가는 혈관이 수없이 많다. 수술할 때 지혈이 잘 안 되면 갑상선 수술 후에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수술 후 당일 목이 붓거나 멍이 생기면 의사를 찾아야 한다. 출혈을 오래 방치하면 목이 심하게 부어 호흡 곤란 등 위급한 상황도 발생한다.

갑상선 수술에서는 신경 조직도 보호해야 한다. 성대를 움직이는 운동신경이 갑상선 뒤쪽과 위쪽으로 지나가는데 수술 도중 손상될 수 있다. 암이 전이된 경우에는 제거하기도 한다. 이럴 때 목소리가 쉬거나 고음이 나지 않아 말 또는 노래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큰 고통을 받게 된다.


수술 받은 환자는 모두 목소리에 이상이 생기는가?

같은 수술이라도 환자마다 차이가 있다. 일부 환자는 목소리가 심하게 쉬지만 대부분은 잘 느끼지 못할 정도이므로 안심해도 된다. 수술로 신경 조직을 제거한 후 다시 이어놓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목소리가 정상을 되찾게 된다.

경험 많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으면 이런 수술 후 합병증은 1% 미만으로 발생하므로 너무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갑상선암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가?

갑상선에는 혹이 꽤 많이 생긴다. 성인 2명 중 1명은 갑상선에 혹이 있고, 혹이 있는 사람 중에서 약 10% 정도가 암으로 판명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가 갑상선암에 걸린다. 이 중에서 유두선암이 90% 이상으로 가장 많다. 갑상선암 하면 일반적으로 유두선암을 의미한다. 이 암은 치료가 잘되므로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면 완치율이 98%에 이른다. 혈액이나 뼈로 전이되는 경우도 드물다. 다만, 임파선으로 전이가 되는데 현미경으로 확인될 정도로 미세한 암이라면 여러 가지 치료법이 있으므로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암세포 조직 특성에 따라 여포암과 수질암도 있는데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 극히 드물게 생기는 미화분암이라는 암은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다행히 이 암의 발병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최선의 치료는 갑상선 절제인가?

갑상선암은 약물로 치료가 안 되고 절제술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문제는 갑상선을 얼마나 절제할 것인가다. 완치와 재발 방지가 목적이므로 일반적으로는 갑상선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수술 범위가 넓을수록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의사에 따라 갑상선 중 일부만 떼어내기도 한다.


갑상선 일부와 전부를 떼어내는 것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의사들 사이에도 논란이 있지만 사실 큰 차이는 없다. 1㎝ 미만의 작은 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1%도 안 되고 재발률도 3% 미만이다. 그럼에도 갑상선을 다 떼어내는 것은 과잉 치료로 보인다. 또, 갑상선암은 매우 느리게 진행하므로 일본에서는 암세포가 매우 작은 경우에 수술하지 않고 관찰하는 경우도 있다. 갑상선을 전부 제거하면 평생 호르몬을 투약해야 한다.

그러나 갑상선 일부만 제거한 환자 10명 중 8~9명은 호르몬을 투약하지 않아도 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삶의 질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단, 방사선 동위원소 투사 등 부가적인 치료가 불가피한 경우라면 갑상선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재발 가능성이 큰 경우다. 환자 10명 중 7~8명은 재발하지 않지만 나머지 2~3명은 재발한다. 이들은 갑상선을 모두 제거하고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를 한다. 재발 가능성은 환자의 나이, 종양의 크기, 침범 정도, 전이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판단한다.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는 액체나 캡슐 형태의 방사선 동위원소 옥소(요오드 I-131)를 경구로 투여해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다. 이때 몸에 방사선이 있으므로 환자를 격리시켜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갑상선을 제거하면 호르몬 부족 현상이 생기는가?

갑상선암 수술 후 호르몬 투여는 필수다. 갑상선을 떼어내었기 때문에 호르몬 분비가 적어 이를 보충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 정상인보다 오히려 높은 수치의 호르몬을 주입해서 갑상선암의 증식을 억제하는 데 주목적이 있다. 호르몬 투여는 갑상선암의 성장을 막는 데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 다만,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를 하기 직전 4주간은 호르몬 투여를 중단한다. 갑상선 내 호르몬이 부족해야 암이 방사선 동위원소를 잘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갑상선염에 걸리면 암으로 발전할까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만성 갑상선염에 걸리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40%에 이를 정도로 많다. 이 때문에 갑상선염이 암으로 악화한다는 소문이 생긴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물론 건강한 사람보다 발암 가능성이 조금 높기는 하다.


갑상선암이 생기면 임파선이 붓나?

암 때문에 임파선이 반드시 붓지는 않는다. 그러나 암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데도 임파선으로 전이되어 임파선이 먼저 붓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 그래서 임파선이 부으면 암을 의심해볼 필요는 있다. 참고로, 갑상선암은 임파선으로 전이가 쉽게 되므로 예방 차원에서 임파선을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갑상선암의 원인은 무엇인가?

방사선 노출과 유전자 변이 등 크게 두 가지로 보고되어 있다. 일본 원자폭탄 투하와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갑상선암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어릴 때 여드름이나 편도선염을 치료하기 위해 방사선을 쪼이면 갑상선암을 유발할 수 있다. 목에 방사선을 쪼인 환자가 20년 후 갑상선암에 걸리는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연구된 바 있다. 또, RET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가족성 갑상선수질암을 유발한다. 이는 유전이 되기도 한다.


흡연이나 음주와는 관계가 없는가?

술·담배와 직접적인 관계는 뚜렷하지 않다. 갑상선이 기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큰 관계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자연 유산이나 인공 폐경(난소 절제술), 비만, 고령 출산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어떤 검사를 통해 갑상선암을 확인할 수 있는가?

겉으로 만지거나 직접 관찰하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초음파검사를 통해 갑상선암의 60~70%를 발견한다. 이밖에 문진 및 신체검사, X선 검사, 혈액 검사, 방사선 동위원소 전신촬영 등이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 단층촬영(CT)이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도 한다.

갑상선암의 확진은 갑상선암에서 세포를 뽑아내 확인하는 미세침 흡인 세포검사로 한다. 가는 주사침을 사용하므로 마취도 필요 없고, 아프지도 않다. 정확도도 90% 이상으로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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