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지킴이 먼 곳에 있지 않아요”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08.06.1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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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기관 문화재 보호 대책 속속 나와…민간 참여도 활발

목조 문화재 보호 대책 마련에 큰 계기가 된 국보 제1호 숭례문을 ‘아름답고 늠름한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일제 강점기뿐 아니라 한국전쟁을 지나면서 문화재 또한 모진 ‘수난’을 겪어야 했다. 전쟁 후 반세기가 넘도록 문화재 도굴과 절도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국보 제1호 숭례문은 지난 2월 밤새 불타는 수난을 당했다.

‘국보 제1호 화재’는 온 국민에게 충격이었다. 문화재를 어떻게 보호하고 보존하느냐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과 발길이 이어져왔지만 그동안의 노고를 물거품처럼 만든 사건이었다. 결국 숭례문은 ‘아직 살아남은 문화재만이라도 잘 보호해달라’라고 유언을 남기기나 한 것처럼 경종을 울리며 문화재 관계자들을 분주하게 만들었다.

숭례문 화재 후 취임한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첫 기자간담회에서 “내년까지 국보급과 보물급 목조 문화재에 대한 방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청장은 전국의 중요 목조 문화재 1백23개, 궁능 21개에 상주 감시 인력을 배치하고, 경보 및 수동 소화 장비 설비 1백96억원, 자동 진화 설비 5백94억원의 예산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그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 문화재는 수난으로부터 보호받게 된 것일까. 최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작업이지만 문화재 보호 매뉴얼들이 쏟아져나오니 충격받았던 국민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진정될 것이다.

 문화재청 최이태 문화재안전과장은 “중요 목조 문화재 1백23개소에 조속히 상주 감시 인력을 배치하기 위한 예산 31억원을 이미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했다. CCTV, 침입자 감지기, 화재 자동 탐지 설비 등 방범 및 경보 시설 설치를 위한 예산 1백39억원도 최근 교부했다”라고 밝혔다. 최과장은 또 “내년에는 화재 발생시 신속한 진화를 위해 첨단 진화 장비인 방수총, 수막 설비 등을 설치할 예정이며, 소방법 등 재난 관련 법령 정비, 개별 문화재에 맞는 특성화된 진화 매뉴얼 작성, 유관 기관과 합동으로 주기적인 화재 진화 훈련 실시 등 완벽한 방재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숭례문을 다 태워먹었다고 비난을 받아온 소방재청도 6월3일 1백45개 국가지정 주요 목조문화재 각각에 대한 맞춤형 화재 진압 매뉴얼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소방재청 박춘길 소방위는 “현재 DB 작업도 진행 중인데, 이에 앞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진압 매뉴얼을 신속하게 만들었다. 매뉴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유관 기관 관계자,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현장을 방문하여 문화재의 도면, 위치도 및 출동로, 주변 여건 및 취약 요인, 소방 차량 진입 가능 여부 등 화재 진압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를 조사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매뉴얼에는 문화재 및 소방 분야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개발한 화재 진압 기술도 포함되었다. 또 화재시 문화재 반출 우선순위, 파괴 범위 등 긴급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도 매뉴얼에 포함시켜 실제 상황 발생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흰개미 등의 벌레에도 취약한 목조 문화재뿐 아니라 비와 대기오염에 약한 석조 문화재 등 문화재 보호와 보존의 길은 산 넘어 산이다. 그만큼 많은 공을 들이며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벌여야 하는 사업이다. 문화재청은 매년 문화유산 보존·관리·활용에 현저한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문화훈장’과 ‘대한민국문화유산상’을 포상하는데, 그 일환으로 ‘1문화재 1지킴이’ 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문화재와 가깝게 만드는 사업도 보호 대안”

국보 제86호 경천사 십층석탑.
문화재청 김갑륭 대변인은 “문화재를 가꾸는 문화도 후손들에게 함께 물려주고자 추진해온 것이다. 문화재 보호 행정에서 항상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라고 말했다.

문화재 보호는 관련 공무원들만의 일이 아니다. 문화재를 향유할 권리가 있는 국민이라면 보호할 의무도 져야 하는 것이다. 최근 민간 부문에서도 문화재 보호 활동이 부쩍 늘어났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학계를 포함해 각계각층의 지원과 참여에 힘입어 보존과학 연구와 조사 활동, 문화재를 활용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시중 은행들은 캠페인, 금융 상품 등 다양한 지원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6월 말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문화재 보존 기금을 모금해 문화유산국민신탁에 전달하기로 했다. 농협은 ‘세계자연유산 사랑 카드’를 출시해 총 이용액의 0.2%를 세계문화유산 관리 기금으로 출연하기로 했다.

한전 경북지사가 문화재 지킴이로 나선 것도 눈길을 끈다. 7개 협력업체 직원 3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안동 지역의 화재에 취약한 목조 문화재에 대한 점검과 수리 봉사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문화재를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관리해 국민의 삶 속에 녹아들도록 즐기게 하는 것도 문화재를 보호하는 일이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김희정씨는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분들이 주변에 많다. 또, 각종 문화재 사업도 문화재를 찾는 발길에 의미를 주고 우리 문화재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라며 문화재의 앞날을 밝게 예상했다.

문화재를 잃는 것은 역사와 문화를 잃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 중에도 문화재를 지킨 분들이 있었으니, 이제는 문화재가 고운 옷 입고 덩실 춤이라도 한 판 춰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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