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금가는 ‘쌍둥이’ 보수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8.06.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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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진영, 정국ᆞ이대통령에 큰 인식 차 보이며 양분…결별 단계 이르러

▲ 지난 6월10일 서울광장에서 뉴라이트전국연합과 국민행동본부 등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촛불 집회에 등장한 컨테이너 박스가 연일 화제다. 일명 ‘명박산성’으로 회자되는 이 컨테이너 박스는 경찰이 촛불 집회 시위 진압을 위해 광화문 네거리 대로변에 설치한 장벽이다. 너무나도 간단하게 대한민국을 ‘친(親)정부’와 ‘반(反)정부’ 성향의 두 동강으로 뭉툭 갈라버린 컨테이너 박스의 위력은 뉴라이트 진영에도 파고들었다. 이명박 정부의 버팀목이 되리라고 보여졌던 뉴라이트 진영은 확연한 분열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양대 축인 ‘뉴라이트전국연합’과 ‘뉴라이트재단’이 촛불 집회 정국에서 완전한 결별의 수순을 걷고 있다.

일반 국민 중에서는 아직도 뉴라이트전국연합과 뉴라이트재단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가 많다. 다 같은 뉴라이트로 인식하고 있는 탓이다. 최근 양측이 명칭의 혼돈을 둘러싸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인 해프닝은 그 단면을 잘 보여준다. 양측의 신경전을 미국의 패스트푸드 회사인 맥도날드 사가 부추기는 형태가 되고 있는 현상 또한 아이러니하다.

지난 6월6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의 발언 파문이 그 발단이 되었다. 임처장은 “미국에서 30개월령 이상 소가 대부분 맥도날드 등 햄버거로 사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 사가 법적 대응을 경고하면서 임처장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는데, 이때 임처장의 공식 직함을 뉴라이트재단 사무처장으로 잘못 표기한 것이다.

이를 보도하는 국내 언론들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뉴라이트전국연합과 뉴라이트재단을 혼돈해서 뒤섞어 써댔다. 네티즌들은 “도대체 뉴라이트재단이 맞나, 뉴라이트전국연합이 맞나. 아니면 둘은 같은 곳인가”라고 의아해했다. 애꿎은 피해를 입게 된 뉴라이트재단측이 서둘러 ‘바로잡기’에 나섰다. 뉴라이트재단의 한 관계자는 “우리에게는 사무처장이란 직책이 없다. 잘못 표기한 맥도날드 사측에 엄중히 항의해서 그 회사 홈페이지에는 뉴라이트전국연합으로 정정이 되었다. 하지만 일부 언론사들은 우리가 계속 정정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혼돈해서 쓰고 있다”라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촛불 집회가 그 정점을 향해 치닫던 6월10일.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이날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법질서 수호·FTA 비준 촉구 국민대회’를 열었다. 촛불 집회를 반대하는 이른바 ‘맞불 집회’였다. 이날 집회에서는 여기저기서 “이명박 대통령님 힘내세요”라는 구호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에 뉴라이트재단 관계자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뉴라이트재단측은 이튿날인 6월11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이명박 정부의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긴급 시국토론회를 가졌다. 여기서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 리더십을 상실했다”라고 현 정부에 대해 직격탄을 퍼부었다. 이날 회의장에서는 마치 반정부 시위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랄한 성토가 쏟아졌다.

이처럼 양 진영이 현 촛불 집회 정국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는 극명하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이명박 대통령 감싸기에 나서고 있다. “이제 촛불을 꺼서 위기에 빠진 이명박 정부를 구해내야 한다”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 김진홍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의장(왼쪽)과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오른쪽) ⓒ연합뉴스
뉴라이트재단도 타오르는 촛불을 꺼야 한다는 데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그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뚜렷한 인식 차가 발견된다. 모든 발단은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독선이라는 것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의 공동대표로 있는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지난호(973호) <시사저널>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대통령의 ‘나홀로 통치’로 인해 보수 진영의 10년 와신상담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최강식 사무총장은 “촛불 집회의 계속된 확산을 바람직하게 보지는 않는다. 이제 여기서 멈춰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명박 정부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민의 요구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한 결과 이같은 혼란을 초래한 것이다”라고 현 정부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일부에서 보수 단체들이 맞불 집회에 나설 것이란 말들을 하는데, 우리는 절대 거기에 참가할 계획이 없다”라며 뉴라이트전국연합 등과 분명한 선을 그었다.

뉴라이트재단은 ‘정통성’, 뉴라이트전국연합은 ‘규모’ 내세워

양측의 이같은 갈등과 대립이 지금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미 뉴라이트 운동이 일어난 초기부터 그 정통성과 대표성을 두고 양측이 벌여온 경쟁 의식은 팽팽했다. 시국토론회가 있던 지난 6월11일 뉴라이트재단과 자유주의연대는 통합을 선언했다. 이로써 뉴라이트 운동의 원조라는 명분을 갖게 된 뉴라이트재단은 정통성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뉴라이트전국연합은 현재 17만 회원을 거느린 최대 규모의 보수 단체임을 강조한다. 이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이 대표성을 내세우는 근거가 되고 있다. 전국적인 규모만큼이나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정치적인 색채가 좀더 강하다. 그래서 보수 진영에서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보수 우파의 ‘행동’을, 뉴라이트재단은 ‘이론’을 담당하면서 서로 협력해야 한다”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양측의 불신과 반목을 볼 때 이는 요원해 보인다.

국내 뉴라이트 운동은 2004년 11월 자유주의연대 출범을 그 시초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좌파에서 우파로 변신한 ‘전향 386 3인방’으로 불리는 신지호·홍진표·최홍재 씨 등이 깃발을 들었다. 하지만 자유주의연대는 ‘이론파’와 ‘행동파’로 분열되기 시작했다. 김진홍 목사 등이 중심이 된 행동파가 2005년 11월 대중적 성향의 뉴라이트전국연합을 별도로 조직하면서 뉴라이트 진영의 분열이 시작되었다.

현실 정치와 연계한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급속한 성장은 ‘이론파’의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이 뉴라이트의 본류인 양 확산되자,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중심이 되어 2006년 6월 뉴라이트재단을 출범시켰다. 뉴라이트라는 이름을 내세운 양 진영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2007년 들어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양측의 불신의 폭은 더욱 깊어갔다.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인 김목사가 이명박 후보와의 개인적인 친분을 내세우며 노골적인 이명박 지지를 선언하고 나서자 뉴라이트재단측은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정권 창출을 목적으로 할 뿐, 특정 대선 주자와 연대하는 대선 정치의 직접적인 개입에는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뉴라이트재단은 친박(親朴) 성향이 아니냐”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이재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정권 교체 실현을 위해 양측이 협력해야 한다”라며 양 진영을 다독였고, 대선 과정에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 과정의 일시적 현상이었다. 그만큼 양측의 불신의 폭이 의외로 깊다는 데에 이명박 정부의 또 다른 고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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