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니 재계 ‘밥그릇’도 바뀌네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8.06.17 1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시가총액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대한통운은 1년 만에 3배가 급등했고, 노무현 정부 때 급성장한 금호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재계 구도가 심상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을 넘긴 시점에서 증시 시가총액 순위가 요동을 치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1년간 시가총액이 2~3배나 상승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 급성장한 몇몇 기업이나 금융권은 퇴보 징후가 보이기도 한다.

10대 그룹의 시가총액도 변화를 맞고 있다. 그룹 전체의 시가총액이 20% 가까이 빠졌는가 하면, 순위마저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변화상은 <시사저널>이 최근 재계 전문 사이트 ‘재벌닷컴’과 증권선물거래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확인되었다. <시사저널>은 최근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6월11일과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6월11일의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과 10대 그룹의 시가총액과 관련한 자료를 각각 살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재벌 기업들의 시가총액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전체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상위 20대 기업의 경우 비교적 변화가 적었다. 전반적으로 시가총액이 조금씩 상승한 가운데, 순위가 바뀌는 정도였다.

이 중에서 눈길을 끄는 곳이 삼성전자와 포스코다. 삼성전자는 한때 포스코에 ‘증시 맏형’ 자리를 내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6월11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1백11조1천8백억원(우선주 포함)을 기록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차지했다. 특이한 사실은 1년 만에 15조8천3백억원이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2위(50조4천8백억원) 포스코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삼성전자, 증시 영향력 또다시 확대

삼성전자와 포스코의 뒤를 이어 현대중공업(27조2천8백억원), LG전자(20조7천4백억원), 국민은행(20조7천2백억원), 한국전력(20조5백억원) 등이 각각 3위, 4위, 5위, 6위를 차지했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시가총액이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불어나 순위도 16위에서 4위로 12계단이나 껑충 뛰어올랐다. 한국전력의 경우 공기업으로는 유일하게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시가총액 순위는 요동을 친다. 불과 1년 만에 2~3배 이상 급증하는 기업들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된 대한통운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1조5천5백억원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4조2천5백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순위도 99위에서 52위로 무려 47계단이 뛰어올라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인수 주체인 금호산업이나 대우건설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시가총액 1조6천5백억원을 기록해 97위에 올랐던 금호산업은 올해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대우건설도 시가총액이 8조5천억원에서 5조9천3백억원으로 줄면서 14계단 떨어진 37위를 기록했다.

동양제철화학도 이명박 정부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최근 계속된 국내외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해 대다수 기업의 주가가 하락 곡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예외였다. 1년 만에 주가가 10배 이상 오르면서 시가총액 순위가 68위에서 30위로 38계단이나 뛰어 올랐다.


이밖에 LG텔레콤이 처음 100위권에 진입해 23계단이나 상승한 77위에 올랐다. 대한해운과 메가스터디도 각각 18계단과 16계단 상승한 82위와 84위에 랭크되어 상승률 10대 기업에 포함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효성도 현 정부 들어 순위가 급상승했다. 효성의 시가총액은 1년 전 1조6천6백억원에서 67%나 성장한 2조7천4백억원으로 불어났다. 덕분에 시가총액 순위가 91위에서 72위로 뛰어올랐다. 이에 반해 또 다른 사돈 기업인 한국타이어의 경우 순위가 급락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시가총액은 지난해 2조3천9백억원에서 올해 2조2천3백억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순위는 73위에서 87위로 낮아졌다.

노무현 정부 때 급성장한 기업의 경우 최근 시가총액이 많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반도체는 1년 전만 해도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시가총액이 무려 3조9천4백억원으로 49위에 랭크된 바 있다. 호남석유(62위), 삼성SDI(66위), 한진해운(69위), 제일모직(75위), 동국제강(84위), 농심(98위) 등 이른바 ‘명망 있는’ 기업들이 모두 이 회사 아래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 6월11일 서울반도체는 49계단 이상 하락하면서 10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MB 사돈 기업 효성•한국타이어도 명암 엇갈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등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에 이르면서 인수·합병이나 구조 조정을 통해 덩치를 키운 기업들 역시 순위가 많이 떨어졌다. 대우증권의 경우 지난해 58위에서 올해 37위로 1년 만에 무려 21계단이나 밀려났다. 우리투자증권도 55위에서 75위로 20계단 떨어졌다.

▲ 대한통운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된 후 시가총액이 급등해 상승률 1위 업체로 꼽혔다. ⓒ시사저널 임영무
그룹별 시가총액 순위도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 4월부터 국내 주식시장이 본격 반등에 나서고 있어 변화된 재계 구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말기인 지난 2007년 6월 10대 그룹의 시가총액 순위는 삼성그룹이 146조5천7백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LG(48조1천2백억원)와 SK(44조7천6백억원)가 2위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다. 뒤를 이어 현대차, 현대중공업, 롯데, 금호아시아나, GS, 한화, 한진 순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재벌 구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최근 잇따른 특검 수사에도 불구 시가총액이 178조4천6백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2위 자리를 노리고 경합을 벌이던 LG와 SK그룹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LG의 경우 시가총액이 67조5천8백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4% 상승했다. 그러나 SK그룹은 오히려 43조4천8백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0%나 시가총액이 빠졌다. 현재는 43조2천4백억원을 차지한 현대차와 3위 자리를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9위인 한진과 10위인 한화그룹은 아예 순위가 역전되기도 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7조1천4백억원에서 올해 7조8천1백억원으로 시가총액이 크게 늘었다. 이에 반해 한화그룹은 시가총액이 6조8천4백억원에서 5조8천1백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중순에는 이 순위가 뒤바뀌기도 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사장은 “주가나 시가총액으로 기업의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우리 증시가 전세계적인 신용 경색 우려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기업 평가의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