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자동차 가볍게 더 가볍게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8.06.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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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회사들, 신소재 등 채택해 연비 개선에 주력

▲ TPU를 적용한 베라크루즈 운전석 모듈(왼쪽). 매연 저감장치 DPF(오른쪽)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자동차업계가 연비 개선을 위한 기술 개발에 부심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성능보다는 연비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연비를 개선하는 데 가장 쉬운 방법은 차 무게를 줄이는 방법이다. 차가 가벼울수록 같은 기름을 넣어도 더 오래, 더 멀리 갈 수 있다.

차체 무게를 줄이는 것은 완성차 제조사 혼자 해결할 성질의 일이 아니다. 완성차는 수만 개 부품을 조립해 만든다. 어떻게 보면 차체를 가볍게 하고 연비를 높이는 기술은 부품회사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연료 효율을 올리는 데 따른 충격을 잘 흡수하고 더 가벼운 재질의 부품을 개발해내야 고유가 시대에 맞는 고연비 차량 생산이 가능하다.

프런트 엔드 모듈ᆞ조향 장치 등 발 빠르게 변화

국내 업계에서도 부품 경량화를 통한 연비 개선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종합자동차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부품을 모듈 형태로 제작할 때 부품 수를 줄이거나 신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이는 식으로 연비를 개선하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찾고 있다. 특히 고장력 강판이나 마그네슘,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 강하면서 무게는 가벼운 신소재의 채택 비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중 TG그랜저에 쓰이는 프런트 엔드 모듈(FEM)이 설계 개선을 통해 부품 경량화를 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랜저의 FEM은 간단히 말하면 앞쪽 범퍼로 보면 된다. 과거에는 FEM의 뼈대를 이루는 캐리어가 22개 부품의 결합체였는데 플라스틱 소재를 적용해 4개의 부품을 조립하는 형태로 바꾸면서 8.5kg이던 무게가 4.8kg으로 40% 이상 줄었다.

이렇게 캐리어 자체가 가벼워진 데다 FEM 모듈도 36개 부품을 30개로 줄임에 따라 무게를 30kg에서 25kg으로 낮출 수 있게 되었다. 통상적으로 무게가 1% 줄면 연비가 1%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1천6백kg인 TG그랜저(2.7ℓ 기준)의 기본 차체 중량을 5kg 감량시키면서 연비도 그만큼 올라가게 된다.

부품 경량화를 통한 연비 개선의 또 다른 사례로는 전동식 조향 장치(MDPS)를 들 수 있다. 신형 아반떼에 적용하고 있는 MDPS는 유압식 조향 장치에 비해 크기도 작고, 무게도 5kg 이상 줄어 3~5% 정도의 연비 향상 효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성능은 중·대형 차량에 쓰이는 유압식 조향 장치보다 뛰어나다.

최근 자동차 선택의 또 다른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유럽에서는 폐차할 때 재활용률을 85% 이상으로 규제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런 변화에 맞춰 국내에서도 재활용 자동차 부품 소재의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모비스에서는 지난 2003년 TPU, TPO 등 재활용이 가능한 자동차 부품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 소재는 운전석 모듈 겉부분과 자동차 문의 안쪽 표피용 소재로 쓰이고 있다. 자동차 내장재로 많이 쓰이는 PVC 소재의 경우 소각할 때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배출하고 열로 녹여 재활용할 수 없지만, TPU 소재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촉감이나 긁힘 현상도 생기지 않아 고급 자동차 내장재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출시된 고급형 SUV인 베라크루즈 실내의 인패널, 콘솔 박스에 적용된 소재가 바로 TPU다.

경유 차량에 쓰이는 매연 저감장치(DPF)도 친환경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경유차량의 약점인 매연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DPF는 자동차 매연에 포함된 미세먼지를 90% 이상,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를 85%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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