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저 깊은 곳에 출렁이는 ‘해양심층수’ 강국의 꿈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06.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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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愛 좋은 물’ 출시 이후 대기업들 다투어 참여…수온 낮고 수질 우수해 세계적 우위 기대

ⓒ해양심층수연구센터 제공


강원도 양양군 원포리 해변의 한 생수 공장에 들어서자 수많은 물병이 쉴 새 없이 생산 라인을 돌고 있었다. 생산 라인은 여느 공장과 비슷해 보였지만 병 속에 들어가는 내용물은 사뭇 달랐다. 동해 1천32m 심해에서 끌어올린 해양심층수가 먹는 물로 거듭나는 현장이었다. 이 공장에서는 5백㎖짜리 먹는 해양심층수를 하루에 20만병씩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해양심층수란 햇빛이 닿지 않는 심해에 있는 청정한 물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수심 2백m를 기준으로 그 이상을 표층수, 그 이하를 해양심층수로 구분한다. 해양심층수는 온도와 염분 차이로 침강하기 때문에 심해에만 존재한다. 해양심층수는 4천년을 주기로 대서양과 인도양, 태평양을 순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고압 상태에다 수온까지 낮은 곳에서 끌어올려 미생물이 자라거나 번식하기 어렵고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것이 해양심층수의 특징이다.

해양심층수를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공장의 경우 해안에서 17.5km 떨어진 곳까지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취수된 해양심층수는 우선 성분과 세균을 검사하는 수질 분석실을 거친다. 이후 세균도 통과하지 못한다는 15마이크론 공기 순환 시스템이 갖춰진 살균실에서 자외선 살균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먹는 물이 된다. 나트륨 등 먹을 수 없는 물질은 제거하고 사람에게 필요한 미네랄만 남긴 물로 가공되는 것이다. 지난 4월부터 해양심층수 국내 1호 제품 ‘몸愛 좋은 물’을 출시하고 있는 워터비스 공장장 오병철 상무이사는 “정부로부터 최초로 먹는 해양심층수 제조업 허가를 받고 하루 72만병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다. 전국 1백70개 대리점을 통해 해양심층수를 판매하고 있다. 해양심층수는 마시는 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화장품, 두부, 소주, 맥주 등 다양한 분야에 원재료로도 활용된다. 올해 매출 목표 3백50억원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2010년 국내 해양심층수 시장은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시장의 흐름을 대기업들이 먼저 읽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워터비스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OEM) 방식으로 만든 해양심층수 ‘블루마린’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진로 소주 ‘참이슬 후레쉬 서머’와 풀무원 두부도 워터비스가 취수한 해양심층수로 만들어진 상품이다.


인체 체액과 비슷한 구성으로 미네랄 성분들이 녹아 있어

CJ제일제당도 해양심층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해양심층수로 만든 혼합 음료 ‘울릉 미네워터’를 출시했다. 금복주는 해양심층수로 만든 ‘참 아일랜드’를 개발해 진로에 맞불을 놓았다. 이밖에 동원F&B, 대교그룹 등도 해양심층수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편의점과 할인점에는 이미 수십 종류의 먹는 샘물이 진열되어 있다. 웬만해서는 먹는 물 시장에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해양심층수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물속에 녹아 있는 미네랄 성분, 즉 경도(硬度)을 강조하며 차별성을 주장하고 있다.

경도란 물 1ℓ에 포함되어 있는 마그네슘과 칼슘의 양을 수치화한 것이다. 보통 경도가 100㎎/ℓ 이하면 연수 또는 단물이라고 한다. 1백1~3백㎎/ℓ이면 중경수, 3백1㎎/ℓ 이상이면 경수 또는 센물이라고 한다. 경도가 높을수록 미네랄이 많이 포함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경도가 높을수록 마그네슘 성분 때문에 쓴맛이 난다. 가장 맛있는 물의 경도가 50㎎/ℓ로 생수가 이 정도이고, 지하수가 60~100㎎/ℓ이다.

해양심층수의 경도는 6천㎎/ℓ이므로 바로 마실 수는 없다. 염분을 제거하는 탈염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미네랄 성분도 제거된다. 이후 염분을 뺀 미네랄을 다시 해양심층수에 주입한다. 이 과정에서 물의 경도를 1백50㎎/ℓ로 낮추어 사람이 마실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렵게 해양심층수를 끌어올릴 것이 아니라 일반 물에 미네랄 성분을 첨가하면 ‘인공 해양심층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양심층수에 들어 있는 수십 종의 미네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칼륨(K), 칼슘(Ca), 마그네슘(Mg), 나트륨(Na) 등 ‘주요 미네랄’과 셀레니움(Se), 규소(Si), 망간(Mn) 등 ‘미량 원소’가 있다. 주요 미네랄은 ppm(parts per million, 100만분의 1) 단위로 해양심층수에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첨가하거나 제거하기가 쉽다. 그러나 미량 원소는 ppb(parts per billion, 10억분의 1) 단위로 극소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인위적인 첨가 또는 제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워터비스 김용국 부장은 “미량 원소들은 담수에는 없는 성분으로 해양심층수만의 독특한 성분이다. 미량 원소를 일반 물에 주입하려 했던 중국도 이런 한계 때문에 해양심층수 개발로 눈을 돌렸다. 63빌딩 등에 있는 대형 수족관에 필요한 바닷물을 인위적으로 만들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황문성


아토피 진정ᆞ암 예방 효과 알려져…먹는 물 시장 강자 부상 예고

과연 미량 원소가 우리 몸에 이로운 것일까? 미량 원소를 과잉 섭취하면 부작용을 일으킨다. 그러나 해양심층수에 녹아 있는 각종 미네랄 성분은 인체의 체액과 비슷할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주요 미네랄인 칼륨,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은 1 대 1.1 대 3.5 대 29.5 비율로 녹아 있다. 미량 원소도 여성의 양수와 같은 비율로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 몸에 전혀 해롭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해양심층수와 건강과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동국대 의대 남경수 약리학교실 교수는 “미국 FDA의 안정성 시험 결과, 해양심층수는 몸에 전혀 해롭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여러 실험을 통해 이로운 점들이 밝혀지고 있다. 동물 실험 결과, 해양심층수는 아토피를 진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도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계속 연구해보아야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겠지만 유방암, 간암, 직장암 등 암 예방에도 해양심층수가 효과를 보이는 실험 결과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때 경도는 7백㎎/ℓ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인공 심층수를 만들어 같은 실험을 해보면 해양심층수보다 그 효과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아직 밝혀내지 못한 다른 성분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이를 규명하는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해수를 담수화하는 기술은 고유가가 지속되면 경제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해양심층수로 수돗물을 대체하는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30년 전부터 해양심층수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개발 기술의 핵심은 멤브레인(Membrane)이라는 ‘막’ 기술이다. 해양심층수에서 염분 등 불필요한 성분을 제외하고 몸에 이로운 미네랄만 남기는 고난도의 기술이다. 어려운 만큼 해양심층수 개발에 성공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노르웨이, 타이완 등 5개국에 불과하다.

고갈될 염려가 없는 해양심층수는 먹는 물뿐만 아니라 농업, 수산업 등 활용범위가 넓다. 특히 동해 해양심층수는 다른 대양의 심층수보다 수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앞으로 세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예를 들어 동해 해양심층수의 수온은 평균 0.2℃로 다른 대양의 해양심층수 2℃보다 낮기 때문에 활용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해양심층수 연구개발 핵심 책임자인 김현주 해양심층수연구센터장은 “수돗물 생산 단가는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해양심층수 생산 단가는 매년 줄어들 전망이다. 약 5~10년 후면 해양심층수 생산 단가가 수돗물보다 저렴해져 공공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해양심층수에는 병원균 등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연중 안정된 저온을 유지하고 있으며, 해양 식물의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 염류가 장기간 숙성된 해수 자원이다. 즉, 해양심층수는 저온성·청정성·안정성·부영양성·숙성성 등의 특징을 가져 아주 유용하다. 특히 동해 해양심층수는 수온뿐만 아니라 우수한 수질을 갖고 있으므로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해양심층수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고갈되는 담수를 대처하는 수단으로만 해양심층수를 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활용 분야로 용도를 개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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