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밑에서 채식주의자들이 ‘쑥쑥’ 자란다
  • 이 은 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8.06.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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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파동 이후 먹을거리 문화 풍속도에 변화 바람…“건강에 좋고 환경에도 도움”

ⓒ시사저널 황문성


채식이란?
국제채식연맹(IVU: International Vegetarian Union)의 정의에 따르면 육지에 있는 두 발과 네 발 달린 동물을 먹지 않는 것은 물론 바다·강에 사는 어류도 먹지 않는 것. 우유·달걀은 개인적 이유로 먹을 수도 있고, 먹지 않을 수도 있다.

국제채식연맹(IVU: International Vegetarian Union)의 정의에 따르면 육지에 있는 두 발과 네 발 달린 동물을 먹지 않는 것은 물론 바다·강에 사는 어류도 먹지 않는 것. 우유·달걀은 개인적 이유로 먹을 수도 있고, 먹지 않을 수도 있다.

부분 채식의 경우 5단계로 나눌 수 있다.
세미(Semi, 조류채식) 채식을 하면서 닭을 비롯한 조류는 섭취.
페스코(Pesco, 생선채식) 조류, 가금류는 먹지 않지만 생선, 해물은 섭취.
락토오보(LactoOvo, 유란채식) 채식을 하면서 달걀, 우유까지는 섭취.
락토(Lacto, 우유채식) 채식을 하면서 우유, 유제품은 먹는 경우.
비건(Vegan, 순수채식) 유제품을 포함해 모든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음.

광우병 파동이 채식 열풍을 몰고 왔다. 지난 2003년 웰빙 바람이 불면서 채식이 반짝했던 때와는 다르다. 각 가정의 식단이나 외식이 채식 위주로 바뀌면서 먹을거리 문화 자체도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국내에 처음으로 콩고기를 유통시킨 베지푸드 이승섭 사장은 “2004년에는 고객들이 ‘한 번 먹어볼까?’라는 생각으로 찾았는데 지금은 콩고기 맛을 즐기며 꾸준히 주문한다. 고객들에게 콩이나 채소로도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2007년에는 아예 채식 전문 식당을 차렸다. 초기에는 손님이 30명 정도였는데 촛불 집회 이후 휴일에는 2백명이 찾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8월에는 2호점을 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채식 레스토랑인 ‘SM채식부페’, ‘뉴스타트’의 매출도 지난 5월 한 달 새 2배로 뛰었다. 대형 할인매장 채식 코너의 매출 역시 급상승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0% 정도 늘었다. 반면, 한우는 매출이 10~15% 감소했다. 채식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카페나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의 경우 하루 방문자가 1천명에서 6천명으로 늘었다. 회원 수도 촛불 집회 이후 2배 정도 증가했다.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는 “우리나라 채식주의자의 3분의 2 정도는 웰빙, 다이어트, 질병 등 실용적인 이유로 채식을 하고 있다. 외국은 절반 정도가 동물 학대 등 윤리적 이유로 채식을 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 광우병 파동으로 질병에 대한 불안이 채식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환경 보호 등 정신적 가치관 뚜렷해야 오래 유지
국내 채식주의자는 전체 국민의 약 1%로 5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채식 단체가 등장한 지 올해로 꼭 10년째이지만 채식주의자를 배려하는 환경이 잘 조성되지 않아 채식 인구의 증가는 더딘 편이다. 그렇다 보니 자기 건강만 생각해서 채식을 하기가 어렵다. 이대표는 “환경 보호나 기아 문제, 동물 보호 같은 정신적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한 번 채식을 하면 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채식 단체와 동물 보호 단체가 지난 5월 둘째 주부터 광화문에 나가 한국의 열악한 가축 사육 환경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채식 문화를 보급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언론에서도 광우병 파동을 미국산 쇠고기에 한정시키지 않고 육식의 안전성 측면에서 바라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5월13일 방영된 KBS 시사기획 <쌈>에서는 한우도 광우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내용을 다루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국일보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우에 사용되는 항생제 양이 미국보다 3배, 스웨덴보다는 24배나 높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우의 38%가 40개월이 지나서 도축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터넷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다.

국내산이든 외국산이든 동물성 단백질을 원료로 한 먹을거리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는 “채식은 건강에 도움이 되고 환경 문제도 유발하지 않는다. 따라서 식생활이 채식 위주로 바뀌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광우병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채식을 강요당해서는 곤란하다. 채식을 하는 동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채식주의 자체를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추구하는 하나의 식문화로 확산시켜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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