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법 없지만 완치 쉬워”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06.24 15: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파선암 전문의 허대석 서울대병원 암센터 소장 / “조직검사로 확진 후 항암제로 치료”

ⓒ시사저널 박은숙


존F. 케네디 미국 35대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사망 원인은 임파선암이었다. 1994년 초 암 판정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지만 그해 5월 유명을 달리했다. 뚜렷한 증상이 없어 암세포가 온몸에 퍼진 다음에나 발견되는 까닭에 임파선암에 걸린 사실이 확인되면 대부분 수개월 만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전문의들조차 자주 오진할 정도로 진단이 어렵고 특별한 예방법도 없어 그야말로 악명이 높은 암이다.

림프절(lymph node)이라고도 불리는 임파선은 세균의 침입을 막고 체내 이물질을 처리하는 면역 기관이다. 네트워크처럼 온몸에 퍼져 있는 림프관 중간 중간마다 있는 것이 임파선이다. 몸 전체에 약 5백~6백개의 임파선이 있으며 주로 겨드랑이, 사타구니, 목, 가슴, 배에 많다. 이 조직에 생긴 암이 흔히 임파선암으로 불리는 악성 림프종이다.

임파선이 신체 면역과 관계가 있는 만큼 면역에 대한 연구가 임파선암 예방 또는 치료에 필수적이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암센터 소장은 국내 임파선암 연구와 치료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전문의다. 허교수로부터 임파선암의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면역과 임파선암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가?
암은 면역 기능에 따라 좌우된다. 면역이 떨어지면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을 막지 못하는 것은 물론 체내 조직의 변화에도 대응하지 못한다. 암도 면역이 약해지면 잘 생기는데, 임파선암이 대표적이다. 질병이 생기면 우선 면역 기능 약화에 따른 세균 감염을 의심한다. 그런데 세균에 감염되지 않았을 경우 임파선암을 의심할 정도로 면역 기능과 임파선암은 밀접하다.
간이나 콩팥 같은 장기를 이식한 후 흔히 환자에게 면역 억제제를 투여한다. 다른 사람의 장기를 거부하지 않도록 면역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때 환자가 이상 반응을 보이면 의사들은 먼저 임파선암을 의심한다.

임파선암의 증상은 무엇인가?
감기에 걸리면 편도선이 붓는다. 편도선도 임파선의 일종이다. 이처럼 임파선에 이상이 생기면 신체 특정 부위가 붓는다. 치아를 뽑거나 감기를 심하게 앓은 후에 신체 특정 부위가 붓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의 세포가 병과 싸우기 때문에 임파선이 커지는 것은 정상이다. 대부분 1~2주가 지나면 부은 부분이 가라앉는다. 그러나 붓기가 심해지거나 열이 발생하면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다. 임파선암일 수도 있다. 암일 경우 그 부위에서 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가 있다. 암 직경이 1cm 정도 되면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

또 몸에 이상 증상이 생겼다고 하자. 그 원인이 폐암이라면 CT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원인도 없이 몸에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원인이 불분명한데 38℃ 이상 고열이 발생하는 ‘불명열’이 생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6개월 동안 체중의 10%가 빠지거나 밤에 몸을 흠뻑 적실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고 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 증상이 생기면 임파선암을 의심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임파선암이라고 단정할 수가 없기에 가장 진단하기 어려운 암이 임파선암이다.

진단이 어느 정도 어렵다는 것인가?
흔히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이 부었다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임파선이 부었다고 모두 암은 아니다. 임파선암은 다른 질환으로 혼동되기 쉽다. 전문의조차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 대학병원에서 임파선암으로 진단받고 항암 치료까지 받았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은 20대 여대생의 조직을 검사해보니 일반 염증인 경우가 있었다.

반대의 사례도 적지 않다. 코가 자주 막혀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받던 환자의 조직를 검사해보니 임파선암이었다. 피부병인 줄 알고 피부과에서 치료받던 환자도 임파선암으로 판명난 바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임파선암을 확진하는가?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조직검사를 통해 우선 암인지를 확인한다. 암으로 확인되었더라도 임파선암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폐암이나 위암 등 일반 고형암이 임파선을 따라 전이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파선암인지 전이된 암인지를 확인해야 적절한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 폐암이 원인인데 임파선암으로 오진해 수술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임파선암은 수술로 치료할 수 없나?
임파선암은 전신 질환이므로 대부분 수술로 치료하지 않는다. 방사선 치료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시행한다. 임파선암의 주 치료법은 항암요법이다.
1970년대 항암요법이 개발되어 임파선암 치료 실적이 좋아졌다. 1950년대만 해도 5년 생존율이 8%, 10년 생존율이 0.8% 정도밖에 되지 않아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970년대 5년과 10년 생존율이 각각 79%와 62%로 높아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암만 죽이는 표적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리투시맵(Rituximab)이라는 약을 사용하는데 항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면역 기능을 높인다.
3주 단위로 6번 정도 항암 치료를 받으면 된다. 환자 10명 중 9명은 항암 치료 한 번만으로도 병세가 상당히 호전된다. 10명 중 6~7명은 완치도 된다. 그러나 1970년대보다 1990년대 이후 임파선암은 늘어나는 추세다.

항암 치료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다면 임파선암을 크게 걱정할 필요 없는가?
위나 폐 등 장기에 국한되는 고형암은 국소 질환이지만, 임파선암은 림프가 몸 전체에 퍼져 있는 특수성 때문에 전신 질환으로 분류된다. 다른 암과 비교한다면 암 4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완치가 쉽지만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임파선암의 원인은 무엇인가?
최근 EBV(Epstein-Barr virus)라는 바이러스가 암 발생의 한 원인으로 확인된 바 있다. 면역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바이러스 감염으로 임파선암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임파선암의 모든 원인이 EBV라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과거에는 세균 감염으로 인해 다른 부위에 먼저 병이 생긴 이후에 임파선에 이상이 생겼다. 그러나 최근에는 임파선 자체에 종양이 생기는 원발성 암이 증가하고 있으며, 매년 2천여 명이 이 암에 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은데 요즘에는 젊은 층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증상이 다른 질환과 비슷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임파선암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가?
임파선암은 어떤 세포에 암이 발생했느냐에 따라 호지킨 임파선암(Hodgkin’s Lymphoma)과 비호지킨 임파선암(Non-Hodgkin’s Lymphoma)으로 나눌 수 있다. B세포에서 발생한 것을 호지킨 임파선암이라고 하고, T나 NK세포에서 발생한 것을 비호지킨 임파선암이라고 한다. 호지킨은 이 병을 처음 발견한 영국인 의사 토마스 호지킨의 이름을 딴 것이다.

호지킨과 비호지킨 임파선암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호지킨 임파선암은 몸의 한정된 부분에서 발생하고 종양이 퍼지는 방향을 예측할 수 있어 비교적 치료하기가 쉽다. 그러나 비호지킨 임파선암은 온몸에 나타나고 종양이 퍼지는 방향도 예측할 수 없으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수개월 내에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서양에서는 이 두 가지가 1 대 1 정도로 균일하게 발병한다. 그런데 이유는 불문명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 대 8 정도로 비호지킨 임파선암이 많이 발생한다.

외국에 비해 우리의 임파선암 치료 수준은 어떤가?
대부분 치료법은 세계적으로 표준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치료 수준도 그 기준에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치료제가 같은 호지킨 임파선암의 치료 실적은 외국과 비슷하다. 우리나라에 유독 많은 비호지킨 임파선암의 경우 치료술이 서양보다 뛰어나다.

임파선암과 음식과 관계가 있는가?
음식과는 무관하다. 다만 항암 치료를 할 때 혈관에 백혈구가 적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므로 날 음식을 먹지 말라고 권고한다.

예방법이나 조기 검진법은 무엇인가?

원인과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뾰족한 예방과 조기 검진법이 없다. 전문의로서 그 점이 무척 아쉽다.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조직검사를 통해 우선 암인지를 확인한다. 암으로 확인되었더라도 임파선암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폐암이나 위암 등 일반 고형암이 임파선을 따라 전이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파선암인지 전이된 암인지를 확인해야 적절한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 폐암이 원인인데 임파선암으로 오진해 수술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임파선암은 전신 질환이므로 대부분 수술로 치료하지 않는다. 방사선 치료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시행한다. 임파선암의 주 치료법은 항암요법이다. 1970년대 항암요법이 개발되어 임파선암 치료 실적이 좋아졌다. 1950년대만 해도 5년 생존율이 8%, 10년 생존율이 0.8% 정도밖에 되지 않아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970년대 5년과 10년 생존율이 각각 79%와 62%로 높아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암만 죽이는 표적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리투시맵(Rituximab)이라는 약을 사용하는데 항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면역 기능을 높인다. 3주 단위로 6번 정도 항암 치료를 받으면 된다. 환자 10명 중 9명은 항암 치료 한 번만으로도 병세가 상당히 호전된다. 10명 중 6~7명은 완치도 된다. 그러나 1970년대보다 1990년대 이후 임파선암은 늘어나는 추세다. 위나 폐 등 장기에 국한되는 고형암은 국소 질환이지만, 임파선암은 림프가 몸 전체에 퍼져 있는 특수성 때문에 전신 질환으로 분류된다. 다른 암과 비교한다면 암 4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완치가 쉽지만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최근 EBV(Epstein-Barr virus)라는 바이러스가 암 발생의 한 원인으로 확인된 바 있다. 면역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바이러스 감염으로 임파선암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임파선암의 모든 원인이 EBV라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과거에는 세균 감염으로 인해 다른 부위에 먼저 병이 생긴 이후에 임파선에 이상이 생겼다. 그러나 최근에는 임파선 자체에 종양이 생기는 원발성 암이 증가하고 있으며, 매년 2천여 명이 이 암에 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은데 요즘에는 젊은 층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증상이 다른 질환과 비슷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임파선암은 어떤 세포에 암이 발생했느냐에 따라 호지킨 임파선암(Hodgkin’s Lymphoma)과 비호지킨 임파선암(Non-Hodgkin’s Lymphoma)으로 나눌 수 있다. B세포에서 발생한 것을 호지킨 임파선암이라고 하고, T나 NK세포에서 발생한 것을 비호지킨 임파선암이라고 한다. 호지킨은 이 병을 처음 발견한 영국인 의사 토마스 호지킨의 이름을 딴 것이다. 호지킨 임파선암은 몸의 한정된 부분에서 발생하고 종양이 퍼지는 방향을 예측할 수 있어 비교적 치료하기가 쉽다. 그러나 비호지킨 임파선암은 온몸에 나타나고 종양이 퍼지는 방향도 예측할 수 없으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수개월 내에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서양에서는 이 두 가지가 1 대 1 정도로 균일하게 발병한다. 그런데 이유는 불문명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 대 8 정도로 비호지킨 임파선암이 많이 발생한다. 대부분 치료법은 세계적으로 표준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치료 수준도 그 기준에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치료제가 같은 호지킨 임파선암의 치료 실적은 외국과 비슷하다. 우리나라에 유독 많은 비호지킨 임파선암의 경우 치료술이 서양보다 뛰어나다. 음식과는 무관하다. 다만 항암 치료를 할 때 혈관에 백혈구가 적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므로 날 음식을 먹지 말라고 권고한다. 원인과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뾰족한 예방과 조기 검진법이 없다. 전문의로서 그 점이 무척 아쉽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