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을 희롱한 두 악동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승인 2008.06.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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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 변하고, 일부러 비 내리고, 화면 끊기는 B급 영화
열여덟 살 천재 소녀가 건국대학교 교수로 와 첫 강연을 펼쳤다. 나노 공학을 전공했다는 이 소녀는 지능지수 검사를 했는데 수치를 알 수 없다고 한다. 검사로 알 수 있는 지능이 최대 200이라면 그것을 넘는 머리를 가졌다는 얘기다. 그녀의 얼굴은 하도 앳되어서 아이 같았다. 자신을 천재로 만든 것은 부모라고 한다.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영화계에도 천재는 있다. 보통 거장이라고 불리는 이 사람들은 대개 옛날 사람이다. 지금은 명작을 찍는 감독이 없으므로. 하지만 영화인들에게 서슴없이 천재로 불리는 두 감독이 있다.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와 로버트 로드리게즈다.

이것도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타란티노의 죽마고우인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우리에게 <황혼에서 새벽까지>로 이미 알려진 인물이다. 타란티노 감독의 친구이니 그의 영화 취향은 알고도 남음이 있다. 한마디로 영화로 장난치기다. 남들이 무슨 혹평을 하건 말건 이 두 악동은 제멋대로 영화를 만든다.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는 이것도 영화인가 싶을 정도다. <플래닛 테러>는 원래 옴니버스 형식의 엽기 호러물 <그라인드 하우스> 중 로드리게즈가 연출한 좀비 호러물을 따로 떼어낸 영화다. 상영 시간이 무려 3시간인 <그라인드 하우스>가 국내 상영에는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플래닛 테러>와 묶인 영화는 지난해에 개봉되었던 타란티노 감독의 <데쓰 프루프>다.

동시 상영이라는 형식으로 두 악동이 만든 영화를 지난해에 하나, 올해 하나 보는 것이다. <플래닛 테러>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텍사스의 시골 마을에서 고고춤을 추는 댄서 체리 달링(로즈 맥고완 분)과 그의 연인인 엘레이(프레디 로드리게즈 분)는 갑자기 좀비들의 습격을 받고, 다행히 목숨을 건지지만 체리 달링은 왼쪽 다리를 잃는다. 마을 주민들은 누가 그랬는지도 모르는 DC-3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산 사람을 물어뜯는다. 화면은 피로 얼룩지고 뜬금없는 대사가 튀어나온다. 좀비에 쫓기던 엘레이는 체리 달링의 왼쪽 다리에 자동소총을 달아주고 이때부터 시골 촌닭 체리 달링의 액션이 시작된다.

이 영화를 만화라고 생각한다는 로드리게즈 감독의 말처럼 관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이가 없어진다. 무슨 영화가 이런가. 여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으로 삶의 위안을 찾는다는 <데쓰 프루프>도 그랬지만 <플래닛 테러> 역시 B급 영화를 즐기는 마니아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 관객을 모독하면서 그것을 즐기는 이 두 악동들의 만행(?)은 언제까지 갈까. 비위가 약하거나 반드시 줄거리가 명확해야 한다는 관객은 접근 금지.

7월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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