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호텔을 삼킨 강호AMC, 그 뒤에 누가 있었나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8.06.2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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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임영무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 부동산 개발업 등을 하는 강호AMC가 지난 6월24일 서울 힐튼호텔을 사들이자 재계에서는 이런 평가가 나왔다.
재계는 물론 호텔업계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회사가 어떻게 5천8백억원에 달하는 큰 금액으로 힐튼호텔을 인수할 수 있었을까.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서초동에 있는 강호AMC는 지난해 매출 1억7천여 만원에 2백54억여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인구씨와 그의 부인인 김우남씨 등 특수 관계인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싱가포르에 있는 홍릉그룹의 자회사인 힐튼호텔 1대 주주 CDL코리아측에 이미 계약금 5백80억원을 지불했다.

6월27일 현재 강호AMC와 CDL코리아 양측은 힐튼호텔 매각과 관련해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힐튼호텔의 한 관계자는 “사들인 측에서 아직 주식을 넘겨받지 못했기 때문에 주인처럼 입장을 표명하기를 꺼리는 것 같다. 판 쪽에서도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호AMC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 “외국계 회사가 매입을 하려고 해 이왕이면 외국계 자본을 국내 자본으로 돌리면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에게도 이득이 될 것 같아 인수를 추진했다”라고만 밝혔다. <시사저널>은 힐튼호텔 매입과 관련해 이 회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사무실로 찾아가고 관계자에게 여러 차례 메모를 남겼으나 응답 전화를 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힐튼호텔 매각 미스터리’가 정·재계에 불거지고 있다. 제일 먼저 눈길이 모아지는 것이 호텔을 인수한 강호AMC의 회장 동일수씨다. 회사 등기부등본에는 그의 이름이 나와 있지 않다. 함경남도 북청 출신인 그는 경희대를 나와 현재 서울 중구청 정책자문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있다. 한국효도회 서울시연합회장도 맡고 있다. 일찍부터 중구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그는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정책특보를 지냈다. 공직에 진출하기에는 부적절한 흠이 있는 그가 어떻게 유력 대선 후보의 특보를 맡게 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와 친분이 있는 한 인사는 “대선 당시 그가 나름대로 움직였다”라고 말했다.

▲ 동일수 회장(오른쪽)이 대선 당시 한 모임에서 이명박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지난 4월 말까지 있었던 홈페이지 ‘회장 인사말’ 갑자기 사라져

그러나 동회장은 이를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그는 “2006년 말에 강호AMC를 그만두었다. 지금은 전혀 관여하지 않고 효도회 일만 하고 있다. 나는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정치다. 국회의원들은 ‘허가된 고등 사기꾼’이다. 이명박 후보의 특보를 한 적도 없고 명함을 돌린 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동회장의 말은 신뢰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는 얼마 전까지도 강호AMC 회장이라고 새겨진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 <시사저널>은 특보를 지낸 적이 없다는 말과 달리 지난 대선 때 그가 사람들에게 준 ‘이명박 정책특보’ 명함도 입수했다. 그는 왜, 무엇 때문에 기자에게 사실을 숨긴 것일까.

의문은 또 있다. 강호AMC 파크플러스 강호디오알 강호파트너스 등 관련 회사들을 아울러서 만든 강호홀딩스 홈페이지에서 힐튼호텔을 사들이는 시기와 때맞춰 ‘회장 동일수’가 갑자기 사라졌다. 지난 4월 말까지만 해도 ‘회장 인사말’ 항목에는 동회장의 사진과 함께 ‘강호홀딩스 임직원은 시대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꾸준한 성장을 계속하여 종합부동산개발·금융컨설팅 그룹으로 발돋움하게 되었습니다’라는 인사말이 실려 있었다. ‘주요 경력’ 란에는 강호홀딩스 회장, 진영건설(주) 대표이사 등이라고 나와 있었다. 그런데 5월 중순쯤 갑자기 ‘회장 인사말’ 내용 전체가 사라졌다. 지금은 클릭하면 ‘준비 중입니다’라는 문구만 뜬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지만 무언가 ‘동회장을 감추어야 하는’ 사연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 서초동에 있는 강호 AMC 사무실의 간판. 관련 회사들이 이 건물 3~4층에 포진해 있다(왼쪽). 홈페이지에서 '동일수 회장의 인사말'이 사라지기 전과 후의 모습(오른쪽).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황문성

동회장, 권력 실세들과 함께 여러 차례 식사했다는 의심 받아

최근 동회장 주변에 대해 청와대의 내사가 진행되는 것이 이런 부분과 관련이 있는지 주목된다. 그에 관해 알아보라는 지시가 떨어져 검·경 관계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런 내사는 일종의 ‘하명 사건’이기 때문에 동회장 개인에 대한 것보다는 그와 관련 있다는 소문이 도는 권력 실세들과의 커넥션 여부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동회장은 ‘집안 사람’인 정부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를 통해 권력 실세들을 여러 차례 만나 식사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때문인지 강호AMC가 힐튼호텔을 사들인 것과 관련해 이 권력 실세들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 이에 대해 동회장은 “그 인사를 전혀 모른다. 식사를 한 적도 없다”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집안 사람’ ㄷ씨는 ‘권력 실세들’로 불리는 인사들과 가깝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 사람과는 30년 지기, 다른 한 사람과는 알고 지낸 지가 15년쯤 되었다. ㄷ씨는 “동회장의 소개로 강호AMC 이인구 사장과 식사한 적이 있다. 이사장의 아들이 중국에 유학 가는 문제와 관련해 학교가 괜찮은지 알아봐달라고 해서 알아봐준 정도다. 사업과 관련해서 만나지는 않았다. (1970년대에)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내가 경솔히 움직이겠나. 한 달 전쯤에 아는 이로부터 ‘이름이 팔려지는 모양이니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 (권력 실세들과) 강호AMC 이사장이 나와 한자리에서 식사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권력 실세’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한 핵심 인사는 “그런 사람을 만난 기억이 없다”라고 말했다.

동회장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이런 의혹이 강호AMC가 힐튼호텔을 인수한 과정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실제로 거론되는 권력 실세들이 인수 과정에 도움을 주었다고 단정할 증거도 없다. 그러나 드러난 편린만으로도 무언가 석연치 않은 의혹이 있다. 특히 동회장의 존재와 강호AMC측의 그의 존재 감추기, 그리고 힐튼호텔 인수 등을 둘러싸고 여기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일고 있다.

강호AMC의 힐튼호텔 인수와 관련해 제기되는 또 하나의 주요한 의문은 자금 출처다. 힐튼호텔의 한 관계자는 “인수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사정에 밝은 한 재계 인사는 “강호AMC는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안다. 계약금 5백80억원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의문이다”라고 머리를 갸웃거렸다.

이에 대해 강호AMC 고위 임원은 지난 6월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매출 규모만 1조5천억원에 달하며 땅을 확보한 토지 대금만 해도 엄청나기 때문에 자금을 확보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현재 인수 자금에는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이 들어와 있다”라고 말했다. 이 임원이 말한 ‘매출 규모 1조5천억원’은 부풀려졌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서울 중구 수표동에서 진행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 1차에서 일어난 매출은 5천억원이다. 2차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1차 매출 5천억원도 지금 갖고 있는 것이 아닌 ‘가상의 매출’이다.

인수 자금 출처와 힐튼호텔 ‘노른자위’ 카지노의 운명 ‘주목’

수표동 사업과 관련해 강호AMC에 자금을 지원한 국민은행 신탁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개발 이익이 확정적이기 때문에 제2 금융권에서 자금을 확보해 계약금을 냈을 수 있다. 5백억원 정도를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이후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다”라고 말했다. 동일수 회장도 “사채를 빌려 계약금을 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호AMC의 힐튼호텔 인수 과정을 지켜본 한 인사는 “개인 돈이 흘러갔다”라고 말했다. 강호AMC측이 현재 계약금의 출처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떤 말이 맞는지 가늠하기 힘든 상태다.

힐튼호텔이 팔린 것과 관련해 주목되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카지노다. 힐튼호텔에는 현재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다. 힐튼호텔은 연 30억원을 받고 이 카지노를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에 임대해주었다.

이명박 정부가 카지노의 민영화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향후 이 방안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힐튼호텔 카지노의 운명이 이번 강호AMC의 인수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도 관심사다. 힐튼호텔 카지노의 매출과 수익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강호AMC측은 힐튼호텔 인수를 시작으로 국내 호텔업계의 선두 주자로 도약할 것이며, 리조트 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힐튼호텔 주변의 땅을 추가적으로 매입해 업무 시설이나 숙박 시설을 증축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 시설과 숙박 시설이 어우러진 복합 개발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회원권 분양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복안이다.
국민은행 신탁사업부 관계자는 “설계와 엔지니어링, 인·허가 부문에 전문 역량을 갖춘 잘하는 업체다”라고 강호AMC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재계의 주목을 한눈에 받게 된 이 회사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특히 권력 실세와의 연관설이 오르내린다는 것은 향후의 운명을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과연 힐튼호텔 인수 막후에 어떤 흑막이 있는 것일까.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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