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에 숨은 물주 따로 있나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8.06.2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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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2억원에 단기 차입금이 2천4백억원/강호AMC 관계자 “호텔 인수 계약금 냈다”

▲ 강호AMC 이인구 대표이사
밀레니엄 힐튼호텔의 새 주인이 된 강호AMC는 부동산 업계에서 크게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처음에는 강호 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로 출발했지만 지난 2007년 9월7일 강호AMC로 명칭을 바꾸면서 부동산 개발 및 시행으로 주력 사업을 바꾸었다. 대신 건축 설계 및 종합 감리업 부문은 강호 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로 이전했다. 강호AMC는 지난해 12월5일 파크AMC와 합병했다.

서울 남부터미널역 인근에 위치한 6층짜리 빌딩의 3~4층에는 강호AMC와 관계 법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합병된 파크AMC도 원래 이 빌딩의 4층에 있었다. 강호AMC는 강호홀딩스에 속해 있다. 강호홀딩스는 종합 부동산 컨설팅 기업임을 내세우고 있는데 다른 관계사들의 지주회사 격이다. ‘건축사사무소 뷰’는 건축 설계 및 엔지니어링을 맡고 ‘강호AMC’ ‘강호디오알’ ‘파크플러스’ ‘강호파트너스’는 부동산 개발과 컨설팅 분야를 맡고 있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각 법인들은 강호AMC의 이인구 대표와 그의 부인 김우남씨를 비롯한 몇몇이 이사와 감사를 나누어 맡고 있다. 사실상 하나의 회사나 마찬가지다. 회사 내 부서의 역할을 각각의 법인이 나누어서 하고 있는 셈이다.


장교구역 이전까지 실적은 대구 범어동 주상복합 개발뿐

이인구 대표는 강호홀딩스와 강호AMC의 대표이사다. 홈페이지에 회장 인사말이 비어 있어 회장 자리가 현재 공석처럼 보이지만 동일수씨가 여전히 회장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호AMC의 경우 이인구 대표와 김우남씨, 그 외 2명의 특수 관계인이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김우남씨가 총 주식 4만주 중 3만8백주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 공시 자료에 따르면 강호AMC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본금은 2억원인 데 비해 단기 차입금은 2천4백13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이 무려 6천3백40%다. 2007년 매출은 1억7천3백76만원이며, 2백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부채 비율이 높은 것은 국민은행에서 받은 2천4백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때문이다. 이 PF 대출은 강호AMC가 서울 중구 수표동 장교구역 제6지구의 도시환경정비사업 시행자로 선정되면서 성사시켰다.

▲ 강호AMC가 입주해 있는 서울 남부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건물 ⓒ시사저널 박은숙

장교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시공사는 두산중공업이다. 일반적인 시행 사업과 마찬가지로 두산중공업은 강호AMC의 채무 인수를 약정했다. 이 지역은 아직 착공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9월12일 강호AMC는 이 지역을 선매매 형식으로 A-KOF 사모부동산투자신탁에게 5천1백42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A-KOF는 싱가포르 정부가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사모펀드다.

장교구역 이전까지 강호AMC가 자체 사업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한 경우는 대구 범어동의 주상복합 개발뿐이었다. 이전 서울시 견지동 사업에는 지분 참여 형태로, 울산시 반구동의 경우에는 PM(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과정)으로 참여했다.

강호AMC의 한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텔 인수를 1년 넘게 준비해왔고, 필요한 돈은 알맞은 투자자를 찾아 마련하고 있다. 액수를 밝힐 수 없지만 계약금은 이미 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강호AMC는 매출 규모만 1조5천억원에 달하며 땅을 확보한 토지 대금만 해도 엄청나기 때문에 자금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무제표상에 가득한 부채 외에 어디에서 자금이 들어왔는지 묻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강호AMC측은 끝내 연락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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