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2.0, 또 다른 문화 실험”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8.07.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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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복심’ 안희정씨 인터뷰/“2006년부터 준비했고, 2007년 비서관들에게 연구 주문”
'좌희정 우광재’란 말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전 노무현 정부 평가포럼상임집행위원장과 이광재 의원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두 사람은 노무현 정권을 좌지우지할 최측근으로 한껏 부각되었다. 그나마 이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고 국회의원 배지도 달았다. 반면 안 전 위원장은 대선 자금 수사로 인해 교도소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권력 실세치고는 안 전 위원장의 프로필은 너무 빈약하다. 이번에 출마한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당선한다면 최고의 이력이 하나 생길 판이다.

그럼에도 노 전 대통령과 ‘친노’ 세력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적임자로 항상 안 전 위원장이 첫 손에 꼽힌다. 그것도 권력이라면 권력일 터였다. 기자가 안 전 위원장을 만난 것은 6월25일 오후 민주당 전북도당대회가 막 끝난 직후였다. 아직 상기된 표정의 그에게 최고위원 경선 얘기보다는 노 전 대통령과 ‘친노’에 대한 질문이 더 집중되었다. 그는 “이해한다”라며 하나하나 답해나갔다.

어쩔 수 없이 안 전 위원장 하면 ‘친노’를 떠올리게 된다. 이번 경선 출마도 결국 친노 세력의 정치화를 도모하기 위한 발판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많다.

예전 조직이나 계보처럼 ‘친노’라는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가치의 문제인데, 그것은 현재 내가 주창하는 ‘민주정부 10년 계승론’으로 충분히 표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적 구성 조직으로서의 친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봉하 재단 얘기도 들린다. 그 구성원들이 존재할 것이고 그를 중심으로 결속력도 여전히 남는 것 아닌가?

‘친노’라고 하는 현재 언론의 분류법을 반대한다. 굳이 표현한다면 민주정부 10년의 가치를 이으려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할 듯하다. 따로 조직을 만들고 조직적·집단적 이기주의화 하는 실체는 없다는 말이다.

이번 경선 출마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어떤 조언을 하던가?

“술 사고 밥 사는 정치 해봤자 되는 게 아니다. 기치와 대의명분을 가지고 바닥부터 박박 기어라.” 이런 말씀을 하더라. (웃음)

요즘 보면 종종 노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비교하는 말들이 많은 것 같다.

항간에는 노 전 대통령과 이대통령이 똑같이 말을 가볍게 한다는 지적을 하더라. 이것은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라고 한 것은 지도자로서 고민스런 자기의 솔직한 표현이다. 하지만 정책 과정에서 이대통령처럼 “미국산 쇠고기 안 사 먹으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식으로 툭툭 말을 던져버린 적은 없다. 한 나라의 지도자라서 정책을 얘기해야 할 때 그것을 그렇게 가볍게 얘기하는 것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번 경선에서 ‘민주정부 10년 계승론’을 주장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우리 민주당의 역사적 정통성을 상징하는 것이 된다. 정치 세력이라면 좀더 책임 있게 정치를 하자는 것이다. 모든 정치 세력에는 첫 번째로 정통성이 기본이다.

두 번째로 새로운 시대적 환경에 맞는 정당 운영의 구체적 제도화가 필요하다. 이제는 당 지도자가 현군 정치·덕치 정치를 해주기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화가 필요하다. 한 개인의 카리스마와 인격적 수양만 갖고 하는 정치는 군주 정치이지 민주 정치가 아니다. 당료 체계를 정비해야 하고, 당의 규율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과거 당 사무총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적도 있다. 정당 정치에 대해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외람되지만 내가 나중에 평가를 받는다면, 독재와 특권의 질서를 극복시켰던 민주 정치 10년에 기여했던 사람, 또 정당사에서 정당 정치를 완성한 사람, 이렇게 두 가지로 기록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내 포부다. 지금의 과제는 정당 정치를 완성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봉하 재단에 대해서 궁금증이 많은 것 같다. 정확히 어떤 성격인가?

퇴임 뒤 (봉하 재단) 진행 과정에 이를 때 나는 당시 총선 출마를 준비한 상황이어서 솔직하게 말하면 그 자세한 내용을 정확히 모른다. 현재 나는 참가도 하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막바지 즈음해서 “출마할 사람은 다 빠져라. 나랑 봉하마을 가서 일할 사람만 남아라”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황문성

토론 사이트 ‘민주주의 2.0’도 역시 현실 정치 참여의 한 방법을 인터넷으로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일전에 한 주변 관계자로부터 노 전 대통령이 일종의 인터넷상의 온라인 공화국을 구상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퇴임 대통령이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것은 그 시대의 환경이 좌우한다고 본다. 민주주의 2.0은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를 웹2.0 기반에 입각해서 토론 사이트를 운영하고 싶어했던 평소생각의 반영이다. 예전부터 그것을 하고 싶어했다. 1999년 초기 홈페이지를 만들 때도 “게시판에 토론방을 만들자. 아이콘 들어가면 주제가 몇 개 있고, 거기에 또 글도 올리고”라고 주문하셨다.

당시 인터넷 환경의 개념으로 볼 때는 그것이 어려웠다. 재임 시절인 2006년부터 다시 그런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노 전 대통령이 2007년부터 거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끊임없이 참여 공간을 만들고 최대한 많은 다수가 참여하도록 해서 한 개인의 독단을 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 아닌가. 그런 시스템에 적합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웹2.0은 평소 노 전 대통령이 말하던 것과 딱 맞아 떨어지는 성격이었다. 2007년부터 비서관들한테 “그것 연구 좀 하라”라고 엄청나게 주문을 했다. 그래서 웹2.0의 환경 조성 등에 대해서 비서관들이 많은 보고를 올렸다고 한다.

그 토론 내용이 현 정부의 국가 정책과 연관되는 부분이 생긴다면, 현 정부와 필연적으로 마찰이 생길 소지도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거기서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자기 의견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많은 담론들이 생성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2.0이라는 광장을 열어두고 제공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런 장을 제공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현 정부 입장에서는 못마땅하게 비칠 수도 있을 법한데.

이대통령이 만든 청계광장과 시청 앞 열린 광장이 오늘날 국민 여론을 전달하는 촛불 광장이 되고 있지 않나. 굳이 노 전 대통령의 인터넷상 토론 광장이 국가 정책에 간여한다든가 하는 등 정치적으로 너무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노 전 대통령이 하면 뭔가 큰일이 될 것처럼 얘기하는데, 자신의 국정 경험을 살려서 뭔가 새로운 문화를 한 번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어차피 지금도 운영되는 홈페이지를 토론 사이트로 만들어보자 하는 그런 차원이다. 단순히 감정의 발산에만 그치지 말고 좀더 건전하게 토론하는 것이 어떤가 하고 공간 하나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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