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ㆍ재벌닷컴 공동 조사-1천억 이상 비상장 주식 부자 43명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8.07.0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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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 일가 소유 구조 심할수록 배당률 높아
ⓒ연합뉴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외에도 현재 재벌가에서 비상장 주식 부호로 불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시사저널>이 재벌닷컴과 공동으로 자산 총액 1천억원 이상 5백대 우량 비상장 기업의 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 7백29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0억원대 주식 부자는 모두 2백11명이었다. 이 중 1천억원 이상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한 인사도 43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별로는 신창재 교보그룹 회장이 비상장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신회장의 경우 교보생명 지분 33.62%의 평가액이 8천2백7억원이나 되었다. 특히 교보생명이 상장을 앞두고 있어 상장에 따른 차익 실현액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성 주식 부자들 약진 눈에 띄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8천5억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6천9백42억원),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6천1백25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5천9백43억원)이 각각 뒤를 이었다.

재계 2세 중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5천674억원)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차남 허정수 GS네오텍 대표(3천2백81억원)가 각각 6위와 10위를 차지했다. 벤처기업인 중에서는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가 3천4백10억원으로 유일하게 10위권에 포함되었다. 특히 김대표는 조만간 일본에서 넥슨재팬을 상장할 예정이다. 이 경우 재계 부호 순위에도 상당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여성 주식 부자들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100억원을 넘는 비상장 주식 부자 가운에 여성이 36명으로 전체의 17%를 차지했다. 이 중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와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가 2천3백54억원과 1천9백5억원을 기록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의 부인 유정현씨도 보유 중인 넥슨홀딩스 주식 지분이 1천4백87억원에 달해 쟁쟁한 재벌가 여성들을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 기원씨가 보유 중인 SK C&C 주식 가치가 1천3백64억원으로 평가되어 4위를,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의 부인 김숙영씨가 6백2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정선섭 재벌닷컴 사장은 “이번 조사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비상장 법인 평가 방식에 더해 개정된 증여상속세법을 적용했다. 평가 방식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했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사실은 오너 일가 중심으로 형성된 비상장 주식일수록 배당률이 높다는 점이다. 영풍그룹의 계열사인 영풍개발이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52.8%에 달한다. 대주주는 영풍문고(34%)이지만 오너 일가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매년 6백%의 고배당을 실시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LG그룹의 방계 회사인 희성전자 역시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 장남 웅모군 등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지난해 2백50%의 고배당을 실시해 눈총을 받았다.


“비상장 주식은 재벌 2, 3세 쌈짓돈인가”


이밖에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아들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딸 신현주 농심기획 부사장이 각각 40%와 10% 지분을 보유한 농심기획 역시 매년 2백%의 고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금호 3세인 재영씨, 철완씨, 세창씨, 준경씨 등이 22.5% 지분을 보유한 금호개발상사 역시 지난해 1백19.67%의 배당을 실시했다.

최근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구본호씨와 어머니 조금숙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범한판토스 역시 지난해 1백50%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한판토스의 경우 그동안 LG그룹의 해외 물류를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고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매출 상승률이 정체 상태임에도 여전히 고배당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배제되기는 했지만 롯데그룹의 비상장 계열사도 매년 천문학적인 배당을 하기로 유명하다.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의 아들인 장재영씨가 각각 89.3%, 100% 지분을 보유한 유니엘과 비엔에프통상의 경우 매년 4천4백44%와 5천%라는 엄청난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비상장 기업이 ‘재벌 2, 3세들의 쌈짓돈’ 마련을 위한 창구라고 비꼬기도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당 가치가 높은 비상장 계열사들의 지분은 총수 일가가 나눠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상황에서 매년 천문학적인 배당을 실시한다면 비상장사들은 재벌들의 축재 수단으로 오인받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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