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 든 고독한 초인간
  • 이재현 (yjh9208@sisapress.com)
  • 승인 2008.07.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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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이 날 미워하지?… 나도 나를 잘 몰라

여름 극장가가 뜨겁다. 한국 영화 <강철중>이 개봉 8일 만에 2백만 관객을 동원했다. <인디아나 존스4>와 같은 기록이다. 블록버스터들이 즐비한 가운데 세운 놀라운 성적이다.

곧 3백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인디아나 존스4>는 전국 관객 4백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4월 개봉한 <아이언맨>의 기록 4백25만명을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원티드>가 이미 개봉했고,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가 버티고 있어 돌파 가능성은 미지수다. 영화마니아들은 계속 이어지는 대작에 호주머니가 가벼워질 지경이다. 골라보는 재미가 이런 것인가.욕먹는 영웅, 교도소로 가다 할리우드가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아이언맨에 이어 또 하나의 영웅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맨’이 아니다. 그에게는 망토도 없고 마스크도 없다. 평범한 민간인처럼 길바닥 벤치에서 술 마시다 그대로 자버리는, 오히려 생김새만 보면 부랑자 같다. 그의 이름은 영화 제목 그대로 <핸콕>이다. <맨 인 블랙>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윌스미스가 핸콕으로 출연했다.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캐릭터인데 의외로 까칠한 슈퍼 히어로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잘생긴 얼굴도 아닌 흑인 영웅의 등장이다. <핸콕>에서 핸콕은 욕먹는 영웅이다. 악당을 물리치기는 하는데 술병을 들고 다니면서 엄청나게 많은 민폐를 끼친다. 그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아수라장이다. 시민들은 그에게 욕을 퍼붓고 제발 사라지라고 말한다.

PR 전문가 레이(제이슨 베이트먼 분)는 거래처에서 물(?)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다 사고를 당해 핸콕의 도움을 받는다. 집까지 바래다준 핸콕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 레이는 그에게 이미지 변신을 권한다.

욕먹는 영웅이 아닌 박수받는 영웅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주문한 것이다. 레이의 아내 메리(샤를리즈 테론 분)가 해준 스파게티를 먹은 핸콕은 그의 의견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돌아서서 자기 집으로 향한다. 그는 혼자 산다. 외로워서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해 하는 일마다 욕을 먹고, 욕을 먹어서 또 욕먹을짓을 한다. 그런 그가 갑자기 생각을 바꿔 레이를 만난다. 레이는 핸콕에게 법원이 8년형을 내렸으니 교도소로 들어가라고 말한다.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않아 사람들이 그를 찾을 것이라면서.

교도소에 들어간 핸콕은 생각에 잠긴다. 레이의 아들과 아내 메리에게서 가족을 보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을 한탄한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핸콕>은 다른 영웅물보다 내용도 탄탄하고 사람처럼 생긴 초인간이 펄펄 뛴다는 점에서 의상을 뒤집어쓰고 나오는 다른 영웅들보다 친근하다. 윌 스미스의 썰렁한 연기도 그럴 듯하다. <인디아나존스4>의 흥행을 이어갈 재미있는 오락물. 7월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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