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전령’ 돼야 청와대도 살린다
  • 유창선 (청치평론가) ()
  • 승인 2008.07.0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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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체제 출현이 갖는 한나라당 안팎의 의미 당-대통령 소통에 가교 역할 기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등장은 여러 모로 진풍경이다. 우선 그는, 공천에서 탈락했던 원외 인사다. 그는 지난 4월 총선에서 고령·다선 의원 배제 기준에 걸려 공천을 받지 못해 은퇴 위기에 내몰렸었다. 그렇게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자격이 없다고 공천조차 받지 못했던 인사가 몇 달 만에 바로 그 당의 대표가 되었다. 그것도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말이다. 공천을 줄 수 없었던 사람에게 한나라당은 대표 자리를 주었다. 논리적 모순이다.

더욱이 그는 시대의 코드와는 맞지 않는 경력의 소유자다. 박대표는 민정당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던 이른바 ‘민정계’ 출신이다. 그의 정치적 전성기는 김영삼 정부 시절이었다. 13대 국회부터 17대 국회까지 영남에서만 내리 다섯 번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아무래도 새로운 인물, 새로운 비전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한나라당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한 것이다. 보통 새 정권이 들어서면 집권 초기의 여당은 변화를 추구해왔다는 점에서 이 또한 이례적인 장면이다. 여러모로 박희태 대표의 등장은 한나라당의 다급한 사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박희태 대표가 갖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으로서는 그의 현실 정치 능력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연합뉴스


‘국민용 아닌 여권 세력 내부용’이라는 인식 넘어서야

당내 최고 원로격인 그는 정치적 경륜과 그에 따르는 정치적 조정 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소통이 필요한 집권 세력 내부에서 소통의 길을 뚫고 화합을 이룰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희태 대표는 여권 세력의 ‘내부용’이다. 뒤집어 말하면 ‘국민용’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국민의 평가를 우선하기에는 사정이 녹록치 못한 여권 세력 내부의 현실이 그를 대표 자리에 오르게 한 것이다. 국민의 지지도 받고 내부 관리도 잘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된다.

박희태 대표의 등장과 관련해 몇 가지 공통적인 분석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정 체제가 구축되었다는 것, 한나라당과 청와대 사이의 소통이 원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여권 세력에 약이 될 것인지, 독이 될 것인지를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박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이 민심을 제대로 읽고 그것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물론 약이다.

박대표는 “대통령과 가까운 만큼 쓴소리를 하겠다”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박희태 대표는 굳이 표현하자면 ‘현실 순응형’ 정치인이다. 거스르기보다는 물 흐르듯이 순리대로 문제를 풀어가는 스타일이다. 그가 정치를 하면서 반기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접한 기억이 없다. 민심과 이심(李心)이 같은 방향으로 갈 때 그것은 여당대표로서의 미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민심과 이심(李心)이 충돌할 경우가 문제다. 그때 박대표의 현쓴소리실 순응적 리더십은 설 자리와 역할이 없어질 수 있다. 그것은 정국에서 한나라당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7·3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의 권력을 친이계가 장악하게 된 상황에서 모든 문제들이 이대통령의 뜻에 따라 진행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여당이 대통령의 뜻만 따르기에 급급한 존재가 될 때 박희태 체제의 등장이 그들 자신에게 독이 됨은 물론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의 경험은 한나라당에게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탄핵 정국 속에서 과반수 의석을 지닌 여당이 되었지만, 노대통령에게 내내 휘둘리며 동반 추락하고 말았다. 정국은 언제나 노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대결 구도로 전개되었고 열린우리당에게는 설 자리 자체가 없었다. 결국, 열린우리당에게 돌아온 것은 무능력한 여당이라는 오명뿐이었다.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뒤늦게야 노대통령에 대한 견제에 나섰지만, 이미 때를 놓친 항명은 당·청 갈등으로만 비칠 뿐이었다.

한나라당에게도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은 당·정·청 혼연일체를 내걸고 당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과 권한을 높이는 방향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박대표는 이미 그런 방향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 대통령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과정은 자칫 여권 내에서 대통령의 일방 통행을 낳을 위험을 안고 있다.

당내 최고 원로격인 그는 정치적 경륜과 그에 따르는 정치적 조정 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소통이 필요한 집권 세력 내부에서 소통의 길을 뚫고 화합을 이룰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희태 대표는 여권 세력의 ‘내부용’이다. 뒤집어 말하면 ‘국민용’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국민의 평가를 우선하기에는 사정이 녹록치 못한 여권 세력 내부의 현실이 그를 대표 자리에 오르게 한 것이다. 국민의 지지도 받고 내부 관리도 잘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된다.박희태 대표의 등장과 관련해 몇 가지 공통적인 분석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정 체제가 구축되었다는 것, 한나라당과 청와대 사이의 소통이 원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표적이다.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여권 세력에 약이 될 것인지, 독이 될 것인지를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박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이 민심을 제대로 읽고 그것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물론 약이다.

박대표는 “대통령과 가까운 만큼 쓴소리를 하겠다”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박희태 대표는 굳이 표현하자면 ‘현실 순응형’ 정치인이다. 거스르기보다는 물 흐르듯이 순리대로 문제를 풀어가는 스타일이다. 그가 정치를 하면서 반기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접한 기억이 없다. 민심과 이심(李心)이 같은 방향으로 갈 때 그것은 여당대표로서의 미덕이 될 것이다.그러나 민심과 이심(李心)이 충돌할 경우가 문제다. 그때 박대표의 현쓴소리실 순응적 리더십은 설 자리와 역할이 없어질 수 있다. 그것은 정국에서 한나라당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7·3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의 권력을 친이계가 장악하게 된 상황에서 모든 문제들이 이대통령의 뜻에 따라 진행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여당이 대통령의 뜻만 따르기에 급급한 존재가 될 때 박희태 체제의 등장이 그들 자신에게 독이 됨은 물론이다.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의 경험은 한나라당에게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탄핵 정국 속에서 과반수 의석을 지닌 여당이 되었지만, 노대통령에게 내내 휘둘리며 동반 추락하고 말았다. 정국은 언제나 노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대결 구도로 전개되었고 열린우리당에게는 설 자리 자체가 없었다. 결국, 열린우리당에게 돌아온 것은 무능력한 여당이라는 오명뿐이었다.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뒤늦게야 노대통령에 대한 견제에 나섰지만, 이미 때를 놓친 항명은 당·청 갈등으로만 비칠 뿐이었다.한나라당에게도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은 당·정·청 혼연일체를 내걸고 당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과 권한을 높이는 방향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박대표는 이미 그런 방향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 대통령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과정은 자칫 여권 내에서 대통령의 일방 통행을 낳을 위험을 안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할 때 정치 실종 상태는 반복될 것

한나라당의 친정 체제는 정국 운영에서 ‘숫자의 힘’에 대한 유혹에 빠질 위험을 상존시킨다. 청와대로서는 촛불 정국이 마감되면 그동안 미루어왔던 일들을 추진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수적으로 절대 열세에 있는 야당은 강경론이 득세할 가능성이 크다. 수의 한계를 강경한 목소리로 극복하려는 고전적인 노선이 힘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여당의 정치력이 대단히 중요한 변수가 된다.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어떻게 야당을 껴안으며 정국을 주도해 나갈 것인가 하는 숙제가 부여된다. 박희태 대표가 이끄는 친정 체제가 여당을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시킨다면 정치는 앞으로도 실종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숫자의 힘이 아닌 정치력으로 정국을 주도해나가는 일, 어렵지만 한나라당이 풀어야 할 과제다.

한나라당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과제는 전근대적인 계파 정치를 청산하는 일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보여온 친이명박-친박근혜 간의 지루한 계파 갈등은 백해무익한 계파 정치의 산물이었다. 거기에는 비전이나 정책을 둘러싼 어떤 의미 있는 논쟁도 없었고, 오직 인맥과 연줄에 따른 구태만이 있었다. 한나라당이 그러한 구시대적 계파 정치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국민의 신뢰가 쌓일 리 없다. 그동안의 계파 갈등이 누구의 책임이었든 간에, 한나라당은 이제 거당적인 차원에서 계파 정치의 청산을 선언해야 한다. 오늘의 난국이 집권 여당이 계파 갈등을 즐겨도 좋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음을 한나라당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에게 부여된 이 모든 과제들은 결국, 그들이 민심을 떠받드는 여당으로 거듭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한나라당이 촛불을 들고 나선 성난 민심의 의미를 잊지 않는다면, 이러한 과제들을 풀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최근 다시 촛불 민심에 대해 적대적인 모습으로 변해버린 한나라당을 보면 망각의 무서움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가 문제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길거리 정치의 대결을 멀거니 지켜보는 방관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민심을 청와대로 전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의 운명은 결국 한나라당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의 친정 체제는 정국 운영에서 ‘숫자의 힘’에 대한 유혹에 빠질 위험을 상존시킨다. 청와대로서는 촛불 정국이 마감되면 그동안 미루어왔던 일들을 추진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수적으로 절대 열세에 있는 야당은 강경론이 득세할 가능성이 크다. 수의 한계를 강경한 목소리로 극복하려는 고전적인 노선이 힘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여당의 정치력이 대단히 중요한 변수가 된다.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어떻게 야당을 껴안으며 정국을 주도해 나갈 것인가 하는 숙제가 부여된다.

박희태 대표가 이끄는 친정 체제가 여당을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시킨다면 정치는 앞으로도 실종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숫자의 힘이 아닌 정치력으로 정국을 주도해나가는 일, 어렵지만 한나라당이 풀어야 할 과제다.한나라당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과제는 전근대적인 계파 정치를 청산하는 일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보여온 친이명박-친박근혜 간의 지루한 계파 갈등은 백해무익한 계파 정치의 산물이었다. 거기에는 비전이나 정책을 둘러싼 어떤 의미 있는 논쟁도 없었고, 오직 인맥과 연줄에 따른 구태만이 있었다. 한나라당이 그러한 구시대적 계파 정치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국민의 신뢰가 쌓일 리 없다. 그동안의 계파 갈등이 누구의 책임이었든 간에, 한나라당은 이제 거당적인 차원에서 계파 정치의 청산을 선언해야 한다.

오늘의 난국이 집권 여당이 계파 갈등을 즐겨도 좋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음을 한나라당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한나라당에게 부여된 이 모든 과제들은 결국, 그들이 민심을 떠받드는 여당으로 거듭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한나라당이 촛불을 들고 나선 성난 민심의 의미를 잊지 않는다면, 이러한 과제들을 풀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최근 다시 촛불 민심에 대해 적대적인 모습으로 변해버린 한나라당을 보면 망각의 무서움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가 문제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길거리 정치의 대결을 멀거니 지켜보는 방관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민심을 청와대로 전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의 운명은 결국 한나라당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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