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안 보면 관람료 필요 없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8.07.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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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소요산 자재암에 ‘일률적 징수 부당’ 판결


경기도 동두천시 소요산발전추진위는 지난해 4월 조계종 봉선사 말사 자재암이 문화재 관람료를 부당하게 징수하고 있다며 법원에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당시 법원에 낸 소장에서 소요산발전추진위는 ‘단순히 소요산을 등산하려는 사람들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고, 소요산을 등산하기 위해 반드시 자재암을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니다. 또, 자재암을 거쳐 간다고 해도 보물 1211호 반야바라밀다심경 언해본을 관람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문화재 관람료 징수가 부당하다고 소장을 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판결문(사건 2007가단29379)을 보면 법원이 소요산발전추진위가 낸 ‘부당이익금 반환 청구’는 기각했으나 사실상 시민단체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의정부지원 이진화 판사는 판결문에서 “△소요산의 등산 코스가 반드시 자재암을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자재암이 보유한 문화재가 사찰 일부 건물인 대웅전 내부에 공개되어 있는점 △자재암은 매표소를 지나 일주문을 통과하고도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등산객들로부터 일률적으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한 것은 법률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이판사는“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기 위한 매표소의 위치를 사찰 입구로 옮기거나, 문화재를 관람하려는 등산객과 그렇지 않은 등산객을 구별하여 징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자재암에 권고했다.

관람료 징수하는 전국 사찰 대상 ‘집단 소송’ 벌어질 수도

이번 판결은 문화재 관람료 분쟁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다.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는 전국 사찰에 모두 해당되기 때문이다. 문화재 관람료 분쟁에서 팽팽하게 평행선을 긋던 사찰과 시민단체들간의 법적 싸움의 근거가 마련된 것이기도 하다.

전국에서 문화재 관람료 징수와 관련한 ‘집단 소송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동두천 시민단체들은 판결문을 근거로 ‘관람료 안 내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동두천발전연구회 한한배 사무국장은 “자재암이 매표소를 이전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매표소를 대웅전 앞으로 이전할 때까지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 법원 판결문을 근거로 내세우며 매표소 앞에서 ‘관람료 안 내기 운동’을 적극 펼치겠다”라고 말했다.

자재암측은 매표소 이전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법해 주지스님은 “현행 매표소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동두천시와 합의한 상태다. 소요산은 95%가 자재암 땅이니 만큼 시민들이 이래라 저래라 할 사항은 아니다. 법원 판결문을 받았지만 아직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자재암은 지난 7월1일 동두천시와 ‘소요산관광지 관리협약’을 맺고 문화재 관람료를 기존 1천2백원에서 2백원 인하한 1천원을 받기로 합의했다. 소요산 입장료 문제는 지난해 초 자재암과 동두천시의 소요산관리 협약 재협약 당시 자재암측에서 문화재 관람료 인상 계획을 시에 전달함으로서 협약을 맺지 못했다.

법해 스님은 “동두천시나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해서 문화재 관람료를 내렸다. 사찰 살림을 하려면 비용이 필요하다. 관람료 인하 결정이 쉬운것은 아니었다. 주지인 내가 큰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재암의 입장도 고려해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동두천발전연구회는 지난 7월4일 자재암 주지 법해 스님을 검찰에 형사 고발했다. <시사저널>이 단독보도(제971호)한 ‘자재암이 동두천시장 인장을 도용한 후 입장권을 위조해서 소요산 입장객들에게 부당하게돈을 받고 시가 징수해야 할 입장료를 부당하게 챙겼다’는 내용에근거해서다. 이에 대해 법해 스님은 “동두천시가 알고 있었던 내용이기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라며 짧게 말했다. 사찰과 시민단체 간의 문화재 관람료 분쟁은 서로 양보가 없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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