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실, 새 핵심 조직으로 헤쳐 모여”
  • 심정택 (자유기고가) ()
  • 승인 2008.07.0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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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사장단협의회 출범, 투자조정위원회ᆞ브랜드관리위원회 등 신설 …그룹 구조 새롭게 바꿔 ‘실험 중’
ⓒ연합뉴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전략기획실의 해체와 함께 출범한 삼성 사장단협의회가 지난 7월2일 처음 열렸다. 삼성은 이제 사장단 협의회(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를 중심으로 전자 계열(계열장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과 금융 계열(계열장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로 나뉘어 운영된다.

삼성 특검 수사가 끝남과 동시에 4월22일 발표된 삼성그룹 경영 쇄신안의 구체적인 각론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삼성이 속전속결로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새로운 사장단 협의체를 구성해 그룹 구조를 바꾼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이건희 전 회장 부자의 재판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략기획실 인력의 대부분은 삼성전자로 이동했으며, 기획 및 대외 부문은 삼성물산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으로 옮겼다. 삼성전자 안에는 ‘뉴 전략기획실’ 같은 조직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전략기획실 핵심 임원들은 거의 삼성전자로 집결했다. 최광해 재무팀장, 최주연 경영진단팀장(이상 부사장), 정유성 인력지원팀장, 김준 회장실팀장(이상 전무) 모두 삼성전자 소속이다. 이들 외에 기획홍보팀의 장충기 부사장은 삼성물산 보좌역으로 갔으며, 일부 정보 분석 담당 임원과 정보팀원들은 삼성경제연구소로 이동했다.

투자조정위원회가 핵심 역할 맡을 전망

과거 전략기획실을 대체하는 조직으로는 사장단 협의회 참모 조직인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관리위원회가 신설되었다. 투자조정위원회는 계열사 간 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그룹 차원에서 신수종 사업을 결정하는 핵심 조직의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하지만 실무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재무 라인과 협의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근거는 전략기획실 재무팀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재무팀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재무는 제조업 특유의 원가 분석 등 노하우를 바탕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삼성생명의 재무는 투자 계획을 조정하는 업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향후 투자조정위원회의 발언권이 지나치게 ‘전자’ 쪽으로 쏠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올해 삼성전자는 설비 투자에만 11조원(메모리 7조원, 시스템LSI 3조7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그룹 투자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투자조정위원회에 이윤우(삼성전자 부회장) 위원장을 필두로 김순택 SDI 사장, 임형균 전자 사장(신수종 발굴팀장) 등 전자 계열 CEO가 3명이나 포함된 것만 보아도 전자 계열사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전략기획실 재무팀 핵심 역량이 삼성생명으로 이동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삼성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성증권의 한 관계자는 “전략기획실 체제에서도 금융 부문의 경우 50억원 이상 투자 건은 재무팀이 직접 관장했는데, 이들이 소속만 삼성생명으로 옮겼을 뿐 기능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전략기획실 해체로 계열사별 독립 경영 체제가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이전과 얼마나 달라질지는 아직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투자조정위원회의 주요 기능은 대규모 투자 건을 중심으로 그룹 내 중복 투자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의 조선 사업 투자의 경우는 그룹 내 전자 사업이나 금융 사업과 중복될 가능성이 전혀 없으므로 투자조정위원회는 형식적으로 투자 심사만 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조정위원회 위원 중 김순택 삼성SDI 사장은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뒤 이학수 부회장 후임으로 거론되었으나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에 정통한 한 인사는 다소 독단적인 김사장의 스타일에 대해 이학수 전 부회장 라인에서 부담감을 가졌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브랜드관리위원회는 ‘홍보’, 업무지원실은 ‘대외 창구’ 역할

브랜드관리위원회는 말 그대로인 브랜드 관리 업무보다는 그룹 홍보 및 주요 IR 관련 일을 떠맡는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전략기획실 홍보팀 상당수가 계열사로 갔지만 일부는 위원회에 남았다. 브랜드관리위원회는 제일기획 이순동 사장을 위원장으로, 삼성SDS 김인·삼성전자 최지성·삼성물산 지성하·제일기획 김낙회·삼성증권 박준현 사장 등 6명으로 구성되었다.

삼성물산은 건설 부문의 이상대 사장이 투자조정위원회의 멤버로 참여하고 삼성물산 지성하 사장은 브랜드관리위원회에 포함되었다. 삼성전자에서 애니콜 사업 부문을 관장하는 최지성 사장 역시 브랜드관리위원회에 들어갔다.

사장단협의회를 실무적으로 지원할 업무지원실에는 전략기획실 임원 5명과 부·차장급 간부 9명 등 14명만 남게 되었다. 재무팀 출신의 김종중 전무는 업무지원실장을 맡았으며, 전경련·시민단체를 담당해왔던 김완표 상무, 광고 집행을 담당해왔던 김태호 전무, 홍보 담당 김준식 상무, 이종진 상무 등은 종전의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임원 5명 중 3명을 홍보 전문가들로 배치해 업무지원실이 대외 창구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전략기획실장 보좌역을 맡았던 이순동 사장은 제일기획으로 소속을 옮기면서 신설되는 브랜드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삼성 브랜드의 통일성 유지와 브랜드 가치 제고 등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사장은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사장을 고문 및 상담역으로 물러나게 건의함에 따라 이 두 사람이 여론의 화살을 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략기획실 경영 지원 담당 최광해 부사장은 삼성전자 보좌역, 경영 진단 담당 최주현 부사장은 삼성코닝정밀유리 보좌역, 홍보 담당 윤순봉 부사장은 삼성물산으로 발령이 났다.

한편 전략기획실의 해체로 그동안 그룹의 대외 협력 업무를 수행했던 전략기획실 유관 조직 소속 구성원들의 향배가 모호해졌다. 해당 조직의 한 임원은 “전 소속사로부터 옮겨온 지 2년이 되었지만 전 소속사가 어려워 타 계열사로 가기를 원한다. 김용철 변호사의 그룹 비자금 폭로 사건 이후 대외 업무가 전면 중단되고 보고 라인이 무너져 업무 실적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전략기획실이 해체되어 거취를 상의하거나 인사 문제를 부탁할 데도 없다”라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외 업무를 총괄할 것으로 보이는 업무지원실과 업무 제휴형태로 살아갈 길을 모색 중이다”라고 말해 조직 간 업무 제휴 형태로 삼성의 새로운 경영 방식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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