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증시, 가치주 펀드 ‘써라’
  • 정은호 (제로인투자자문 대표) ()
  • 승인 2008.07.0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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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국면에서도 하락폭 작고 시장보다 회복 속도 빨라…신영ᆞ한국밸류 선두

기상청은 올해부터 장마가 끝나는 시점을 장기적으로 예보하지 않겠다고 했다. 장마가 끝난 후에도 많은 비가 내리면서 장마 기간과 우기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마 양상도 전과 달리 게릴라성 폭우와 마른 장마 및 폭염이 교체될 것이라고 한다.

최근 증시 상황이 ‘2008년형 장마’와 꼭 닮았다. 하반기가 시작된 7월 첫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8.46 포인트가 밀린 1천6백66.46 포인트로 마감하면서 4거래일 연속 약세를 면하지 못했다. 장중에 1천9백1 포인트를 돌파하면서 단기 고점을 기록한 5월19일을 기준으로 하면 한 달 반 만에 다시 약 2백35 포인트(약 12%)가 밀리면서 곡소리가 나고 있다. 7월2일에는 전날 밤 미국 시장의 반등과 중국 시장의 선전에도 30 포인트가 넘게 빠지면서 우리나라만 국지성 호우 국면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입증했다. 증권사들의 올해 목표 주가 전망치도 많이 겸손해졌다. 대체적인 시각은 이전 저점 수준인 1천5백대 중반과 베어마켓 랠리의 정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1천9백대 내외에서 맑은 날과 게릴라성 호우가 반복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것 같다.

ⓒ연합뉴스


울한 펀드 투자자들에게 단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소식도 많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현재의 주가 수준이 박스권의 저점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적립식으로 들어가기에 무난한 수준이라는 점이 위안이 될 것이다. 이런 전망을 반영해서일까. 6월 한 달간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크게 증가했다. 6월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는 1천8백50대에서 1천6백70대까지 2백 포인트 가까이 밀렸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는 2조1천6백28억원이 환매되고 3조8천5백10억원이 유입되어, 1조6천8백74억원이 순유입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해외 주식형 펀드로 1천6백25억원이 순유입된 것에 비하면 국내 시장에 대한 믿음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주식시장이 조정 국면에 있다고 보면 투자하기 가장 적합한 상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국내 주식에만 한정한다면 가치주 펀드를 주목할 만하다.

물론 가치주 펀드라고 해서 소나기를 피할 수는 없다. 시장이 전체적으로 하락하는데 자산의 9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펀드가 수익률을 낼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조정 국면에서 하락 폭을 줄이면서 시장에 비해 회복 속도가 앞설 가능성이 큰 펀드라면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다고 할 만하다. 시장방어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치주 펀드 중 국내의 선두 주자라면 신영과 한국밸류에서 운용하는 펀드들을 꼽는 데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신영에서 운용하는 대표 펀드인 ‘신영마라톤주식’ 펀드와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 펀드는 국내 가치주 펀드의 선두권에 서 있다. 6월 말을 기준으로 할 때 설정액 5천억원 이상 펀드들의 대략적인 성과는 표와 같다. 클래스 펀드들을 제외하고 그룹주 펀드가 아닌 펀드들 중에는 신영의 프라임배당적립식과 마라톤주식, 한국밸류의 펀드와 미래에셋의 펀드 시리즈가 최근 6개월의 수익률에서 상위에 포진해 있다. 최근 1년 수익률은 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상당히 내려가 있는 수준이지만, 2년 이상의 수익률을 보면 여전히 국내 주식형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의 대세 상승 추세에서 성장형으로 분류되는 미래에셋의 펀드들이 높은 성과를 보인 점은 미래의 운용 능력과 함께 충분히 인정되는 일이지만 한편으로 신영과 한국밸류가 돋보이는 점은 단순히 수익률이 높아서가 아니라 스타일이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ᆞ소형주 발굴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

가치주와 성장주의 구분은 전세계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대장부가비율(PBR)에 의해 주로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주가수익비율이 낮은 기업과 주가대장부가 비율이 낮은 기업이 가치주,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들이 성장주로 구분된다. 펀드의 스타일은 실제 펀드가 보유한 개별 종목의 특징을 종합해서 결정된다. 펀드가 보유한 포트폴리오는 1개월 후에 알려진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펀드닥터 사이트에 공개된 5월2일을 기준으로 한 각 펀드의 스타일은 위 그림과 같다. 주식형 펀드들은 가치주와 성장주를 구분하지 않고 상승 가능성이 큰 종목 위주로 편입하는 경향이 있고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편입 종목 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대부분 대형 혼합형에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각 사각형 안의 숫자는 펀드 내 편입 비율을 의미한다. 가장 뚜렷한 가치주 스타일을 보이는 것이 한국밸류임을 알 수 있다. 규모에 관계없이 가치주의 발굴에 주력하기 때문에 1조원이 넘는 설정액에도 불구하고 중형주와 소형주에 대한 투자 비중이 46%에 달해 다른 펀드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전체적으로 가치주에 해당하는 종목들을 66%나 보유하고 있다.

한편 신영마라톤도 52%를 가치주 특성을 갖는 종목들에 투자하고 있으며,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비중도 36%에 달한다. 전형적인 가치주 펀드들은 시장 비중에 관계없이 중·소형주 발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때문에 일시적으로 시장 수익률과 큰 괴리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주식은 미래에셋의 전형적인 투자 스타일을 보여준다. 설정 규모가 2조5천억원이 넘는 대형 펀드이며 대형주의 비중이 92%에 달한다. 펀드 규모가 커지면 결국,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가장 편안하다. 그래서 쏠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징적인 것은 64%에 달하는 성장주에 대한 투자다. 미래에셋의 펀드들은 다른 운용사의 펀드들과는 달리 대부분 성장주 펀드에 속한다. 대형 성장주 투자가 12회 중 11회라는 것은 주요 투자 종목이 대형 성장주로 이루어지는 특성이 과거 12개월간 11회에 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주 펀드의 특성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상위 보유 종목을 보면 그 차이는 금방 드러난다. 솔로몬주식형의 보유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중공업, POSCO, 동양제철화학 등이다. 인디펜던스나 디스커버리 시리즈 펀드들도 50% 이상이 대형 성장주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신영마라톤은 삼성전자, 한국전력, POSCO, KT, SK텔레콤 등이 상위 보유 종목이다. 10위권 이내에 대표적인 내수주인 롯데칠성이나 롯데쇼핑 등도 포함되어 있다. 펀드의 규모상 대형주의 편입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 특성이 미래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밸류는 전혀 다른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상위 보유 종목에 동일방직, 삼천리, SK, 서울가스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전력을 제외하고는 삼성전자, POSCO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가치주 펀드와 성장주 펀드는 펀드의 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다. 일반적으로 강세장에서는 성장주 펀드가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정적인 성과라는 측면에서는 가치주 펀드가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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