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부채 같은 전시들
  • 이재언 (미술평론가) ()
  • 승인 2008.07.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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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클로스ᆞ빌 비올라ᆞ매그넘 코리아전’ 보러 가자

대략 굵직한 대형 전시들이 시작되는 것을 보면 또 방학 시즌에 접어 들었음을 알 수 있다. 전과 좀 다른 것이 있다면, 다분히 고전적인, 혹은 역사적인 거장들의 작품으로 가족들을 불러 모았던 전시들이 이제 국제적으로 소문난 동시대 현대작가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10여 년 동안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거장이나 사조들의 전시가 다 훑고 지나간 탓인지, 이제는 역사적 블록버스터보다는 동시대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질적인 변화는 발전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명품병에 빠져 있는 우리의 의식 수준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유명 외국 작가 전시 하나 유치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다.다만 미술관들이 독자적인 기획보다는 지명도에만 의존하는 손쉬운 도입에만 치중하고 있는 느낌이 남아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아무튼 이번 여름 가장 주목되는 전시가 바로 인물화의 마술사 <척 클로스(Chuck Close)전>(6월16일~9월28일, 성곡미술관)과 영상미의 구도자 <빌 비올라(Bill Viola)전>(국립현대미술관)이다. 이밖에도 방학 단골 전시라 할 수있는 <매그넘 코리아전>(7월4일~8월24일, 예술의전당) 등이 있다.

척 클로스는 널리 알려진 대로 사진 이상의 실재성을 추구하는 극사실주의 대표적 화가중 한 사람이다.

특히 1980년대 말 척추를 다쳐 화업에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었던 그가 불굴의 의지로 창작에 전념하면서부터 작품의 깊이와 밀도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단순히 묘사에 그치곤 했던 작가의 그림이 근작으로 오면서 추상적인 작은 원들을 조합시켜 그림 전체가 하나의 인물을 완성하게 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데, 이제 비로소 그의 진면목이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 그렸던 사실적인 이미지는 색조가 변화무쌍한 작은 원으로 분해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 그림 전체가 모자이크 유리에 비친 인물상을 보는 것 같은 화면으로 완성되는 모습은 거의 마술과도 같은 경험으로 다가온다.

특히 편하지 않은 몸으로도 판화에 온갖 정열을 쏟고 있어 작품 자체가 진한 감동을 준다. 여러 종류의 판화 기법을 두루 섭렵한 작가는 100가지 각기 다른 색을 내기 위해 판수를 그만큼 높이고 있다. 보통의 경우 10도가량의 제작만으로도 판화로서 고난도의 표현을 이룰수 있다고 하는데, 100여 개에 이르는 판수를 헤아리고 있는 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성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빌 비올라의 경우는 백남준의 영향을 직접 받은 비디오아트 2세대 작가라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친숙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선불교와 같은 동양 사상에도 관심이 많아 더욱 더 그렇다. 물론 불교라는 점에서는 일본이 더 친근하게 느낄지도 모른다. 실제로 작가가 일본 선종에 깊이 심취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재 작년 가을 도쿄 모리 아트센터에서 ‘첫번째 꿈’이라는 주제로 대규모 전시를 가진 바 있다. 물론 동양과의 인연 따위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작가의 작품이 보편적 관객의 시선을 흡입해내는 역량만으로도 족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영상술을 바탕으로 인간 내면에 대한 성찰과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진지하고도 숭고한 사색을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다. 보통의 비디오아트는 어두침침하게 닫힌 실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장치로 충격적 영상을 삽입한다거나 비트가 강한 역동적 리듬의 화면을 구사하기도 하고, 또한 연출 과잉에 빠지곤 한다. 그에 비해 그의 화면은 무덤덤한 듯한 절제된 구성으로 사색과 명상이 과즙처럼 상큼하게 생성되는 신비감을 준다. 이번 전시에서 보이듯 건축적인 공간 조성이 함께 이루어짐으로써 소통의 가능성을 좀더 입체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한편 매그넘의 경우는 그동안 소속 작가들의 사진 작품들을 여러 주제로 선보여왔는데, 이번 전시는 20명의 저명한 사진작가가 일정기간 한국으로 초대되어 한국의 면면들을 촬영한 사진들이 전시된다. 매그넘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되는 전시 자체가 식상함을 줄 수도 있으나 그 내용은 항상 다채로워서 매그넘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을 정도다. 이 전시들을 대할 때마다 괴롭히는 의문이 하나 있다. 왜 매그넘이어야 하는가다. 우리나라에도 사진작가와 사진기자들이 즐비한데, 그토록 매그넘이 풍미되는 이유를 현장에서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화려한 명성 없는 알찬 전시도 있어

한편, 화려한 명성의 전람회들과는 달리 알찬 내실과 기획으로 우리 문화의 깊이와 질을 더욱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는 전시들 역시 눈길을 끈다. 어린이 관람자들을 집중적으로 겨냥한 전시이기는 하나 가족들이 함께 즐기면서 미적인 체험을 심화시켜나감과 동시에 교육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복합적 전시를 많이 볼 수 있다.

고양시의 어울림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어울림 미디어아트 체험전 - 그림자가 따라와요>(7월4일~8월23일)는 미디어작가 최승준의 작품으로 관객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그림자 연출과 인터액티브로써 관객들이 상상력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전시다. 특히 현대미술의 개념적 확장을 체험적으로 목격하고 참여하게 하는 전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 시민들과의 호흡을 중시하는 기획으로서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비슷한 취지의 전시로 <크리에이티브 마인드>(7월2일~30일, 사비나미술관)를 들 수 있다. 예술적 상상력과 기발한 창의력을 지닌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 전시로서 평면, 입체, 설치 작품이 종합적으로 선보여지고 있다. 사비나미술관은 전통적으로 표현성과 상상력에 역점을 두고 있는 미술관이다. 기획의 주안점을 바로 인터액티브와 상상력 등의 정신적·심리적 교감과 고양을 목표에 두고 있다는 점도 높이 살 만하다.

이밖에도 아직 시작은 하지 않았지만 기대를 갖게 하는 전시를 하나 더 들자면 <반응하는눈: 디지털 스펜트럼전>(7월18일~8월23일, 서울시립미술관)을 빼놓을 수 없다. 기하적 추상에 가까우면서도 다양한 시각적 연출과 구성을 근간으로 하는 옵아트(Op Art)에 기초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어 인기를 끌었던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풍경이 움직이는 모습으로 지각되는 것도 한 예다.

한편, 화려한 명성의 전람회들과는 달리 알찬 내실과 기획으로 우리 문화의 깊이와 질을 더욱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는 전시들 역시 눈길을 끈다. 어린이 관람자들을 집중적으로 겨냥한 전시이기는 하나 가족들이 함께 즐기면서 미적인 체험을 심화시켜나감과 동시에 교육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복합적 전시를 많이 볼 수 있다.고양시의 어울림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어울림 미디어아트 체험전 - 그림자가 따라와요>(7월4일~8월23일)는 미디어작가 최승준의 작품으로 관객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그림자 연출과 인터액티브로써 관객들이 상상력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전시다. 특히 현대미술의 개념적 확장을 체험적으로 목격하고 참여하게 하는 전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 시민들과의 호흡을 중시하는 기획으로서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비슷한 취지의 전시로 <크리에이티브 마인드>(7월2일~30일, 사비나미술관)를 들 수 있다. 예술적 상상력과 기발한 창의력을 지닌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 전시로서 평면, 입체, 설치 작품이 종합적으로 선보여지고 있다. 사비나미술관은 전통적으로 표현성과 상상력에 역점을 두고 있는 미술관이다. 기획의 주안점을 바로 인터액티브와 상상력 등의 정신적·심리적 교감과 고양을 목표에 두고 있다는 점도 높이 살 만하다.이밖에도 아직 시작은 하지 않았지만 기대를 갖게 하는 전시를 하나 더 들자면 <반응하는눈: 디지털 스펜트럼전>(7월18일~8월23일, 서울시립미술관)을 빼놓을 수 없다. 기하적 추상에 가까우면서도 다양한 시각적 연출과 구성을 근간으로 하는 옵아트(Op Art)에 기초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어 인기를 끌었던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풍경이 움직이는 모습으로 지각되는 것도 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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