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길 열어놓고 “띵하오”
  • 소준섭 (국제관계학 박사) ()
  • 승인 2008.07.1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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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항로 개설한 중국ᆞ타이완, 유례 없는 밀월… 떨 떠름한 미국은 ‘장애물’ 설치 궁리 중
▲ 중국과 타이완이 갈라선 이후 59년 만에 처음으로 '직항시대'가 열렸다. 타이완 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왼쪽)과 악수하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EPA


지난 7월4일, 마침내 중국과 타이완 간에 주말 직항로가 열렸다. 중국 대륙의 여행객이 전세기로 직항로를 이용해 타이완을 방문하게 되었고, 마찬가지로 타이완 여행객도 직항로를 통해 중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1949년 중국과 타이완이 분리된 이후 무려 59년 만이다. 이에 대해 중국과 타이완 양측은 물론 세계 언론들은 모두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고 양안 관계에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타이완은 이에 앞서 지난 6월13일 베이징에서 중국측의 ‘해협양안관계협회(약칭; 海協)’와 타이완측의 ‘해협교류기금회(약칭; 海基會)’가 정식으로 중국 대륙과 타이완 간의 양안(兩岸) 회담을 다시 개최하고 ‘해협양안전세기회담 기요(紀要)’와 ‘대륙 주민의 타이완 여행에 관한 해협 양안 협의’라는 두 문건에 서명함으로써 중국 대륙과 타이완 간의 직항 항로 개설에 공식적으로 합의했다.

타이완 마잉주 총통 취임하면서 양국 관계 급진전

지난 5월20일 타이완에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취임한 이후 급진전되고 있는 양안 관계는 예정대로 직항을 실현하면서 사상 유례가 없는 밀월기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마잉주 총통의 대륙 정책은 ‘불통(不統)·불독(不獨)·불무(不武)’로 표현된다. 즉 ‘대륙과의 통일을 내세우지 않고, 타이완의 독립도 주창하지 않으며 무력 사용을 배제한다’라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타이완을 위주로 하고, 인민에 유리한 것’을 그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임기 내에 대륙과 어떠한 통일 문제에 관한 담판도 진행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중국측에 타이완의 정치적 위상과 타이완의 국제 활동 공간 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지난 7월4일 북경을 출발해 타이완에 도착한 에어차이나의 공식 환영 행사 모습. 중국과 타이완을 연결하는 첫 항로였다. ⓒAP연합


중국, 타이완을 대등한 상대로 받아들일지에는 회의적

여기에서 타이완의 정치적 위상은 매우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지하듯이 중국은 타이완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단지 하나의 ‘미수복(未收復) 성(省)’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국면에서 중국은 사실상 타이완을 대등한 상대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는 곧 타이완의 합법성에 대한 인정이며 묵시적인 승인이다. 하지만 타이완과의 정식 협정을 체결할 시기에 이르게 되면 중국이 타이완측을 만족시킬 만한 방안을 제시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타이완의 정치적 위상이라는 이 민감한 문제에서 중국측은 계속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및 결정을 당분간 보류하면서 대신 접촉과 교류 수준을 지속적으로 확대해갈 것으로 보인다.

사실 타이완에서는 리덩후이 정권을 위시해 천수이비엔 정권에 이르기까지 지난 20년 동안 타이완 독립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타이완 민중들 사이에 ‘타이완 주체 의식’과 ‘국민투표에 의한 자결(自決) 의식’이 상승했었다.

민족과 국가 정체성에서는 ‘중국 색이 엷어지고 타이완 색이 강해지는’ 추세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또한 통일 문제에서는 ‘현상 유지’가 다수를 점하는 가운데 ‘통일 경향’을 보이는 민의는 옅어지고, ‘독립 경향’을 보이는 민의는 꾸준하게 짙어지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27일에 실시된 타이완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양안 관계의 현상 유지를 희망하고 상황을 보아가면서 통일의 방향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독립으로 갈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하자고 응답한 비율이 44.9%에 이르렀다. 이 문항에 대한 조사에서 7년 이래 최고 수치였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보면, 갈수록 많은 타이완 민중들이 양안 관계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현상 유지를 추구하고 있으며 과속이나 후퇴의 양 측면을 모두 바라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타이완 민중들은 양안 관계의 현상 유지, 상호 이해 그리고 평화 발전을 희망하면서도 동시에 ‘타이완 주체’ ‘상호 대등과 존중’ ‘타이완 아이덴티티’를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양안 관계의 해결이 하나의 기나긴 장기적인 과정이 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하나의 분명한 징표다.

또한, 민진당은 비록 타이완 총통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41%의 적지 않은 득표율을 얻는 저력을 보여줌으로써 ‘타이완 독립’ 세력이 타이완에서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토대가 여전히 강고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올해 5월에 치러진 민진당 주석 선거에서 ‘타이완 독립’의 기치가 상당 부분 퇴색한 가운데에서도 당내의 ‘타이완 독립파’가 42%의 득표를 함으로써 민진당 내부에서 ‘급진 독립’ 세력이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민진당과 타이완 독립 세력은 최근 양안 관계의 개선 움직임에 대해 “타이완의 주권을 왜소화시키고 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측이 양안 관계를 완전히 주도하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마잉주가 “지나치게 조급하다” 혹은 “중국의 위협에 영합해 너무 양보하고 있다”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처럼 정권이 바뀌기는 했지만 민진당의 정치적인 역량과 대결 위주의 양안 정책은 타이완 민중의 여론과 마잉주의 대륙 정책 그리고 양안 관계의 진전 과정에 대해 일정하게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한편 양안 관계에서 그간 ‘강력한 제3자’ 역할을 해왔던 미국은 최근에 급속도로 전개되는 양안 관계 개선에 표면적으로는 환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양안 관계 개선의 ‘과열과 과속’에 대해 적지 않게 우려하고 있다.

‘타이완 카드에 의한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전략 이익이 손상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미국이 타이완에 대한 무기 판매, 마잉주에 대한 미국 ‘국경 통과’라는 예우의 제공, 타이완의 WHO 가입 지원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장애물’을 설치해나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매우 흡사한 타이완. 그러나 타이완은 분단된 상대 국가와의 관계에서만은 우리나라와 전혀 상이한 길을 가고 있다. 과연 양안 관계 개선은 어떠한 경로를 거쳐 어떠한 양상으로 귀결될 것인가. 그것이 우리 한국에게 갖는 함의는 무엇일까? 이것이 우리가 계속 양안 관계의 진전 과정을 세심하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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