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프면 바로 병원 가야 산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07.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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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마다 통증 달라 심전도검사 등으로 확진…관상동맥에 스텐트 삽입이 최선쓴소리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느끼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가 전문의에게 흉통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공통된 증상은 흉통이 심하다는 점이다. 운동을 할 때 느끼는 호흡 곤란이나 가슴이 뛰는 정도가 아니다. 물론 환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한 통증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흉통의 정도만으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80%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그러나 흉통을 표현하는 방법은 환자마다 다르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애매한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운동 부하 검사 등으로 확인한다. 실제로 환자가 운동을 하는 동안 흉통의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또, 심장의 전기적인 흐름을 검사하는 심전도검사도 있다.

간혹 환자에게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때에는 심장 초음파검사를 한다. 약물로 심장에 스트레스를 주면서 심장의 반응을 검사하는 것이다.

만일 환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경우라면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관상동맥의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확인되면 관상동맥 조영술을 시술한다. 약물을 동맥에 주입해서 막힌 부위를 눈으로 확인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찾기 위한 것이다.

심각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에 대한 치료법은 현재로서는 스텐트 시술이 최선이다. 허벅지에 있는 동맥에서 심장에 있는 관상동맥까지 가는 관을 삽입한다. 혈관이 좁아져 문제가 생긴 부위에 금속 그물망을 넣어 부풀리면 좁아졌던 혈관이 확대되면서 혈액이 원활하게 흐른다. 이 치료법은 전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치료법이다.

스텐트 시술은 매우 가는 관을 이용한 정밀한 시술이다. 소규모 병원에는 이 시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나 시설이 없을 수 있다. 그런 병원에서는 혈전용해제를 사용한다. 혈관을 막고 있는 피떡, 즉 혈전을 약물로 녹이는 것이다.


레프트 메인 심근경색 치료에는 외과적 수술이 절대적

사실 20년 전만 해도 혈전용해제와 같은 약물 치료가 심근경색의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약물로 혈전이 용해되느냐 않느냐에 따라 생명이 갈렸다. 그래서 좀더 적극적인 치료법으로 발달한 것이 외과적 수술이다. 좁아진 혈관을 제거하고 건강한 혈관을 이어 붙이는 관상동맥 우회술이 대표적이다. 마치 도로가 막히면 우회도로를 뚫는 것과 비슷하다.그러나 환자의 가슴을 절개하는 등 대수술을 해야 한다. 그런 만큼 환자에게 주는 육체적·정신적 피해가 컸다. 우선 생명을 살리기 위해 외과적 수술은 약물 치료보다 효과적이므로 여전히 중요한 치료법이다. 특히 관상동맥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로 알려진 레프트 메인(left main)의 심근경색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외과적 수술이 절대적이다.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관상동맥은 크게 좌·우측 동맥으로 구성되어 있다. 왼쪽 혈관은 심장의 3분의 2에 혈액을 공급하는 기능을 하는 만큼 혈관이 두 가닥으로 나뉘는 레프트 메인이 막히면 심장이 괴사하면서 마비된다. 레프트 메인에 발생하는 심근경색의 원칙적인 치료법은 외과적 수술이다.

그러나 이 원칙을 흔드는 치료법이 최근 발표되어 세계 의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레프트 메인의 심근경색도 스텐트 시술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지난 4월 이같은 연구 논문을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저널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발표했다. 논문 주제는 ‘주주간부 병변에 대한 경피적 스텐트 시술과 수술적 치료의 장기 비교’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좌주간부 문제로 인한 협심증 환자 중 스텐트 시술로 치료받은 환자 1천1백2명과 수술로 치료받은 환자 1천1백38명의 3년 생존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스텐트 시술로 치료받은 환자의 3년 생존율은 92.1%였고, 가슴을 여는 개심 수술의 생존율은 92.2%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심 수술의 경우 환자는 전신마취는 물론 오랜 시간 입원을 해야 하고 수술 후 심한 통증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한다.

외과적 수술 대신 간단한 스텐트 시술을 하면 무엇보다 가슴을 절개하는 외과적 수술과 동일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세계 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물론 모든 레프트 메인의 심근경색을 치료할 수는 없지만 현재 외과적 수술을 받는 상당수의 환자를 간단한 시술만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앞으로 레프트 메인의 심근경색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스텐트 시술이 세계적인 표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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