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재창출하려면 이ᆞ박 화해 서둘러야”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8.07.2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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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당한 ‘친박 좌장’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 “대통령, 효율만 너무 따져… 경제 정책 실패, 책임자 책임져야”
ⓒ시사저널 황문성

그 의 부친은 1961년 장면 정권 아래서 집권당인 민주당의 원내총무였다. 하지만 9개월 만에 5·16 군사정변이 일어나면서 하루아침에 거리로 쫓겨났다. 소년의 가슴에 울분이 찼다. 성장한 이후 반 박정희 운동을 하며 청년기를 보냈다. 그런 그가 지금은 정치권에서 ‘친 박근혜계 좌장’이 되었다. 누굴까? 바로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다. 김의원은 “악연으로 시작된 인연이 이제는 ‘친박 좌장’이라는 딱지가 붙어 다른 데 갈 수도 없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른바 ‘친박 인사’들의 한나라당 복당 문제가 큰 틀에서 마무리되었다. 한나라당은 1백80석을 넘보는 공룡 여당이 되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외국 방문길에 나서는 등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이다. 김무성 의원은 정치적으로 박 전 대표와 가장 가까이 있고 대화를 많이 하는 정치인이다. 그를 통해 집권 세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친 박근혜계’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7월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김의원은 “정치는 비효율의 극치인데 대통령이 너무 효율을 따진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다시 한나라당으로 돌아왔다. 느낌이 어떤가?

공천을 받지 못했을 때 기가 막혔다. 마음은 두고 몸만 간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당을 떠났다. 주요 당직 특히 사무총장을 지내며 대선 승리의 기초를 닦아놓았는데 쫓겨났다. 내가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 40번의 재·
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모두 이겼다. 박근혜 전 대표의 업적이기도 하지만 내 업적이기도 하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당선하면 조건 없이 한나라당으로 돌아가겠다고 처음부터 선언했다. 친박연대에서 당수를 맡아달라고 했는데 거절했다. 과거에는 여당에 들어올 때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밥도 먹고 지역구 민원도 해결해줬지만 우리는 순수하게 들어왔다.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데 무슨 조건이 필요한가. 더 이상 여한이 없다. 앞으로는 의원총회등에서 과거 얘기는 안 할 참이다. 미래를 같이 잘 준비해나가자고 말할것이다. 다음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한나라당 공천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1997년 신한국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이인제 의원이 경선에 불복하고 탈당해 당을 만들어 출마했다. 그의 불복으로 김대중·노무현정권이 탄생했다. 그만큼 이의원은 정치사에 크게 해악을 끼쳤다. 그것을 박근혜 전 대표가 일거에 제자리에 갖다놓았다. 경선에서 진 박근혜 전 대표가 깨끗이 승복한 그 정신을 이명박 대통령측에서 너무 과소평가했다. 박 전 대표에게 고맙다고 하고 같이 갔으면 이런 어려움도 당하지 않는다. 승복한 사람을 (공천에서) 쳐버리면 앞으로 누가 승복하겠나. 역사적으로 굉장히 잘못한 것이다. 배려가 없었다. 배려를 해야 화합이 되고 시너지 효과가 난다.

‘친박 좌장’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선배들도 있는데 면구스럽다. 이제 허태열 의원이 최고위원이 되었으니 공식적인 당무는 허의원 중심으로 하고 2선에서 관망하며 안식 기간을 가질 계획이다. 일체의 직책을 맡지 않고 자기 개발을 위해 공부하는데 진력할 것이다.

박 전 대표와는 개인적으로 어떤 인연이 있는가?

악연으로 시작했다. 아버지가 1960년 장면 정권 때 민주당의 원내총무였다. 5·16이 일어나면서 쫓겨났다. 나는 박정희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 데모도 열심히 했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나는 이회창 총재의 비서실장으로 있었다. 인상이 안 좋았다. 박 전대표가 대표가 된 뒤 내게 당직을 제안했다. 두 번째가 사무총장이었다.

그때 처음 박 전 대표와 대화했다. ‘뭘 믿고 내게 사무총장을 맡기느냐’ 했더니 ‘지켜봐왔다’라고 했다. 4년 전의 일이다. 겪어보니 훌륭했다. 나는 한 번 정하면 잘 안 변한다.

‘박근혜 총리설’ 등이 무성했는데 진실이 무엇인가?

박 전 대표와 만났을 때 대통령은 ‘입각해서 같이 일할 생각이 없습니까?’라고 말했다. 나중에 이대통령 쪽 중요 인사를 만나서 ‘그것이 무슨제안이냐’ 했더니 ‘입각하면 총리지 장관 하겠습니까’라고 뒤집어씌우더라. 진정 ‘박근혜 총리’를 원했다면 이렇게 말했어야 한다. ‘지금 상황이 어렵다. 나라를 구해야 한다. 총리를 맡아서 나라를 같이 살리자. 공천 문제 등은 이렇게 풀자.’ 이렇게 접근했다면 박 전 대표가 왜 거절했겠나.

친박 인사들이 복당하면서 한나라당이 거대 여당이 되었다.

의회의 강력한 뒷받침이 있어야 국정을 추진력 있게 끌고 갈 수 있다. 이제 그런 여건이 만들어졌다. 단, 너무 크면 깨질 우려가 있다. 힘으로밀어부친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야당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한다.

표결하면 여당이 무조건 이기기 때문에 야당은 국회에 참여를 안 하고 장외로 나가거나 막는다. 법안 말고다른 것은 야당에 다 양보해야 한다. 안 그러면 시끄러워진다.

박희태 대표는 잘할 것으로 보나? 대통령과 가까워 청와대에 휘둘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화합형이고 경험도 많은 분이다. 잘할 것이다. 하지만 당에 장애물이 많다. 이번 당직 인선 때도 고전했다. 본인은 탕평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중간에서 자꾸 브레이크를 걸었다. 결과적으로 탕평 인사가 되어 다행이다. 뭔가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휘둘릴 수 있겠지만 박대표는 마지막이다. 뭐가 아쉬워 휘둘리겠나. 사심이 없으면 잘 된다. (친박계인) 송광호 최고위원, 이성헌 사무부총장 등을 임명하는 것을 보니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내 이른바 ‘친박’ 의원들이 60명이 되었다. ‘친이’ 의원들은 ‘내일로’ 라는 모임을 만들었는데.

계파가 없을 수 없다. 저쪽이 만들었다고 우리도 계파 모임을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이심전심으로 공부 모임은 몇 개 만들 것이다. 원래 모임은 끼리끼리 하는 것 아닌가.

ⓒ연합뉴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2010년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싸고 다시 계파 싸움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대통령 말씀대로 친박과 친이의 경쟁은 끝났다. 다음 대권 주자를 중심으로 ‘헤쳐 모여’ 할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뚜렷한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정몽준·김문수·이재오 의원 등 누가 떠오를지 모른다. 구도가 짜이면 본격적인 계파가 새로 형성될 것이다.

박근혜는 정치적으로 어떤 사람이라고 보나?

운명적으로 타고난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는 사람이다. 지난 경선 때까지는 아버지의 후광을 입었다. 당대표 때의 업적을 국민이 인정하지않으려 했다. 그런데 경선 토론 과정에서 이대통령을 이겼다. 국민의 평가가 달라졌다. 경선 결과에도 승복했다. 다음 선거 때 ‘박정희의 딸’이 아닌 ‘박근혜’ 브랜드로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었다. 꼭필요한 말만 하는 신중함도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제 정치적인 역량이 충분히 축적되었다.

인간적으로는 어떤 매력이 있나?

품위가 있다. 약속을 어기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물론 말할 수는 없지만 미운 것도 많다.(웃음)

박 전 대표는 당분간 어떻게 행보한다고 보아야 하는가?

당분간 잊혀질 것이다. 지방선거 전까지는 지금과 같이 행보할 것이다. 자꾸 드러나면 국민도 싫증낸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이 가까운 사람들하고 해보겠다고 하니 우리는 물러나 뒤에서 돕자는 입장이다. 이제 친박 인사들의 복당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쉬고 싶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와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는 어떤가?

지금은 깨져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이대통령이 실패하면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수 있나. 이미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있다.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화해해야 한다. 센사람이 먼저 문을 열어야 한다. 이제 기반이 조성되었다. 맹형규 정무수석과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올해 안에 풀어야 한다. ‘박근혜’라는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 류우익 전 비서실장과는 대화가 안 되었다. 굉장히 심한 말을 하고 헤어진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국정을 잘 운영하고 있다고 보나?

대통령이 너무 효율을 따진다. 정치는 비효율의 극치다. 정치판에 와서 효율을 찾는다는 것은 정치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CEO(최고경영자)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지만 정치는 과정이 중요하다. 여의도 정치를 안 하겠다고 할 때부터 꼬였다. 이제는 잘 해나갈 것이다.

학자 출신들이 핵심부에 대거 포진한 것도 문제였던 것 같다.

절대로 학자 출신을 쓰면 안 된다. 정치는 거중 조정인데 학자는 자기고집대로 한다. 타협을 하지 않는다. 나쁘다거나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학자 출신들은 생리적으로 그것이 안 된다. 정치는 때로 바보짓도 해야 한다. 김영삼 정권 때도 학자들을 썼다가 문제가 생겨 다 바꾼 적이 있다.

그런데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도 학자 출신이 되었다. 나도 잘 아는 훌륭한 분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 터지면 누구한테 전화하겠나. 주변에 아는 학자들한테 할 것이다. 대통령이 왜 학자를 좋아하겠나. 정치인과 공무원을 안 믿기 때문이다.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 겪어보니 제일 애국심 강하고 유능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공무원들이다. 여의도식 정치를 안 하겠다는 이야기는 정치 하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보는것이다. 대통령이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나는 대통령이 정치를 모르니 비서실장에 정치 전문가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맹형규 정무수석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잘할것이다.

대통령 지지도가 순식간에 하락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제일 큰 이유는 박 전 대표를 내쳤기 때문이다. 국민은 두 사람이 같이 손잡고 일하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 대통령이 너무 나서는 것도 그렇다. 체계가 돌아가게 해놓고 감사하면 되지 대통령이 파출소까지 가야 하나? 또, 스타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국민 지지를 받으면 대통령도 올라간다.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다. 서민들의 어려움이 크다.

국제 환경이 너무 나쁘다. 대통령이 능력이 없어서 안 좋은 것이 아니다. 단, ‘747 공약’을 만들 때 이미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나빠진다고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7% 성장으로 키를 잡고 환율로 조정하려다가 실패했다. 경제 정책이 실패한 것이다.

강만수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말인가?

환율 정책을 누가 했건 간에 상징적으로라도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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