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 같은 토종 예보관’ 믿어도 좋을까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8.07.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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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상 전문가 영입 필요성에 반기 든 정순갑 기상청장
ⓒ뉴시스

기상청 사람들은 요즘 주말을 보내려면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진다. 최근 4주 연속 엉터리 주말 예보를 내보냈다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청개구리 기상청’이라는 별명이 나왔겠는가. 한 치의 오차나 허점도 보여서는 안 되는 기상청으로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불명예를 쓰게 되었다. 기상청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해외 기상예보 전문가의 영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에 정순갑 기상청장이 발끈했다.

정청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예보는 그 나라의 지역적 특성을 잘 아는 해당 국가 예보관이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라며 토종 예보관 우위론을 폈다. 정청장은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대전의 예를 들었다. 그는 “제갈공명이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을 부른 것은 소설처럼 제사를 지내서라기보다는 그 지역 출신으로 주변 기상 환경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제갈공명까지 들먹이며 해외 전문가 영입을 반대한 정청장의 말에 국민은 갸우뚱하는 듯하다. 기상청의 오보로 인해 모두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 마치 제 식구의 밥그릇이나 챙기는 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기상청이 해외 전문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청장을 문책 경질할 수도 있다”라고 노발대발했다.
물론 기상청이 일부러 날씨를 틀리게 예보할 리는 없다. 문제는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슈퍼컴퓨터를 들여놓고 오보를 되풀이하면서도 예보 능력을 전혀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

기상 예보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그런 만큼 예보의 정확도가 곧 기상청의 생명임을 알아야 한다. 해외 전문가를 데려와서라도 예보 능력이나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정청장은 제갈공명과 함께 등소평의 ‘백묘흑묘론’도 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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