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발 금융 위기’ 한국에도 찾아올까
  •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 ()
  • 승인 2008.07.2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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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금리 수준ᆞ모기지 건전성 달라 가능성 낮아
▲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급속히 얼어붙었다. ⓒEPA

미국의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인한 금융 위기가 국내에서도 재현될까. 미국 금융 위기의 원인은 급등한 부동산 가격에 있었다. 부동산 가격 조정이 결국 금융 부문의 부실로 이어지며 이것이 소비 둔화 및 성장 동력의 상실로 연결되었다. 우리나라도 2002년 이후 국내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했다는 불안 요인을 안고 있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는 소득이나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에게 느슨한 대출 관행을 적용해온 2차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는 금융 시스템 내에서 약한 고리가 끊어진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국내에도 금융시스템 내에 저축은행과 같이 약한 고리가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사례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초저금리가 장기적으로 지속되었다. 초저금리 지속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가계 부채가 급증했다. 이에 비하면 국내 금리는 근본적으로 미국과 같은 정도의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한 것은 아니다. 또 미국의 부동산 거품 형성과 붕괴는 모기지 채권의 유동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모기지의 유동화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미국과 같은 금융 위기로 치달으려면 급격한 부동산 가격의 조정으로 인해서 한국 금융기관이 건전성을 유지하고자 설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이 무력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은행을 비롯한 제1 금융권은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이 40% 이하를 유지하고 있고 제2 금융권까지 포함해도 미국과 같이 LTV가 70~80% 이상으로 치솟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미국과 달리 모기지의 유동화 수준이 높지 않아서 국내 부동산 가격이 30% 이상 하락할 위험이 크지 않다면 부동산 부실이 금융 부문으로 전가되면서 금융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금리 급등하면 ‘최악의 시나리오’ 나타날 수도

그러나 국내 아파트 가격은 주택가격 대비 임대수익비율(PRR) 기준으로 보았을 때 아직도 고평가 상태에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금리가 급등하는 경우다. 가계의 자산 구성에서 부동산 비중이 77%를 차지하고 있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조정을 받는다면 가계의 재무 상태나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현재 가계 대출 평균 금리는 대략 7.5%에 달하는데 비정상적 금리 급등이 나타난다면 가계 대출 상환을 위한 부동산 처분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 ‘금리급등→가계의 채무 상환 능력 약화→부동산 처분 압력 증가→부동산 가격 하락→금융 위기’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위험만 강조하는 것은 지나치다. 부동산 조정이 금융 시스템 위기로 확산되는 것은 고금리 시대, 그것도 실질 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고금리 시대가 다가올 때이지만, 부진한 국내 수요를 감안하면 고금리 시대, 즉 국고채 수익률 기준으로 8% 이상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무리다. 미분양 주택 증가나 지방 건설사, 저축은행의 부실화 위험이 존재하지만 이것이 은행권 전반이나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하는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갈 것인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경기가 하강하는 국면에서 일부 자산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와 같은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극단적 우려를 정당화시켜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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