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내기 아쉬운 추억의 끝을 그린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8.07.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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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봉하는 <영웅본색> 극장 간판 그리는 김영준씨
ⓒ시사저널 박은숙

홍콩 느와르 영화 붐을 태동시킨 <영웅본색>이 재개봉된다. 영화팬이라면 주윤발과 장국영의 젊은 시절을 스크린에서 확인한다는 생각만으로 들뜰 만하다. <영웅본색>이 재개봉되는 드림시네마에서는 또 다른 추억거리를 만날 수 있다. 극장 간판 그림이다. 드림시네마의 전신인 화양극장에서 20년 전 <영웅본색> 간판을 그렸던 김영준씨(52)가 다시 한 번 작업을 맡았다. 지난해의 <더티댄싱> <고교얄개>에 이어 세 번째다.

그는 “영화가 좋아 시작했다. 영화도 실컷 보고 그림도 그릴 수 있어 좋았다. 당시에는 극장에서 근무하면 인기도 좋았다. 다른 극장에서 좋은 영화가 개봉할 때는 무턱대고 찾아가서 미술부라고 말하고 들어가서 보기도 했다”라고 회상했다.

김영준씨는 개봉관에 간판을 걸기까지 10년은 걸렸다며 간판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어설픈 그림 간판을 사진 간판과 비교한 게시물이 인터넷을 떠돌던 일에 대해서도 “간판 일을 했던 사람으로서 창피한 일이다. 충분한 수련 기간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그렸을 것이다. 제대로 배운 장인들은 결코 그런 수준의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어’ 하는 사이에 갑자기 사라진 간판 일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놓았다. 20년을 넘게 있던 직장이 없어진 것도 아쉽지만 당시를 기억할 만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점이 더욱 안타까웠다. 그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만큼이나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 간판 그림이나 사진 기록이 보존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특히 을지로에 있던 국도극장이 헐린 것은 너무 안타깝다. 외벽 하나하나에 돌조각 작품이 새겨져 있을 정도로 건물 자체가 아름다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문화재로서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허망하게 헐리고 말았다”라며 문화 보존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김씨는 아직도 극장을 즐겨 찾는다고 했다. 그는 멀티플렉스의 작은 스크린보다 단관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맛보는 즐거움이 색다를 것이라며 곧 있으면 사라질 드림시네마에서 <영웅본색>의 추억에 잠길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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